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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이재명, ‘과반 5연승’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 본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1차 슈퍼위크’가 12일 끝이 났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충청에서 강원까지 모두 과반으로 5연승을 장식하며 밴드왜건 효과를 확실히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마음 놓고 웃을 수 없었습니다. 넉넉한 과반이 아니라 50%를 살짝 넘긴 무늬만 과반인 결과 때문입니다. 이 지사는 1차 슈퍼위크로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끊어놓고 싶었지만 끈질기게 따라오는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를 계속 뒤돌아보게 생겼습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초반 5연패를 당하며 수세에 몰리고 있지만,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지를 보고 마지막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긴 했지만 완전히 탈탈 털린 것은 아니다’는 것입니다. 이제 9월 말 예정인 호남이 이번 대선후보 경선의 최대 승부처가 됐습니다.
이 지사는 지금까지 국민선거인단과 지역 순회경선을 합해 51.41%를 기록했고,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는 51.09%를 얻었습니다. 이는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의 ‘문재인 대세론’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첫 순회 경선지인 호남권에서 60.2%로 압승해 확실히 기선을 제압한 뒤 57%의 최종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1.5%로 2위, 이 지사는 21.25%로 3위에 그쳐 두 사람의 득표율을 합쳐도 문 후보에 많이 모자랄 만큼 일방적인 경선이었습니다. 이 지사도 2017년 문재인 대세론처럼 내심 압도적인 승리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반 결과는 과반은 맞지만 왠지 과반이라고 하기에 조금 면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1차 슈퍼위크 결과를 지켜본 이 지사 측은 “대선은 역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비로소 길이 보이는 것 같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승리의 환호성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결의가 더 눈에 띕니다.
이 지사 측은 특히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에도 다소 아쉬움을 나타냅니다. 이 지사 측은 “55% 정도 근접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덜 나온 건 맞다(51.09%)”고 말했습니다. 1차 국민선거인단 득표율은 이 지사가 지금까지 올린 순회지역을 포함한 득표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지역순회에서 드러난 당심보다 국민선거인단의 민심 득표율이 더 낮다는 것은 본선의 경쟁력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당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무조건 될 만한 사람을 후보로 미는 분위기가 있지만, 일반국민 투표의 민심에서는 그런 당심보다 대선에서의 대(對) 야당후보 경쟁력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후보의 도덕성이나 정책의 불안감 등도 민심이 적극적으로 이 지사를 선택하지 않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이런 ‘본선 경쟁력’은 이 전 대표가 최근 가장 주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이 전 대표는 첫 경선 무대인 충청에서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충격의 패배를 당해 캠프가 ‘멘붕’에 빠졌지만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31.45%를 얻으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고 자평합니다. 지역 순회에서 계속 2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민심이 많이 반영되는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처음으로 30%를 넘겼기 때문입니다. 두 주자의 격차는 25.74%포인트에서 20.33%포인트로 줄어들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1차 슈퍼위크에서 이 지사가 과반을 넘겼기 때문에 승부는 이미 기울어졌다고 말하지만 이 전 대표측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입니다.
이 전 대표측이 일말의 기대를 가지는 기저에는 3가지 경선 변수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고발 사주’ 정국 변수입니다. 이것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추락과 같은 당 대선주자 홍준표 의원의 상승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윤 전 총장을 대선의 유력한 경쟁자로 보고 경선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준표 급부상’ 변수가 고발 사주 정국을 타고 튀어나오면서 그동안 평온하게 진행돼 오던 ‘이재명 대세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홍 의원의 부상 분위기를 감지한 이 지사는 최근 “(홍 의원과 나는) 서로 다른 면이 너무 많아서 국민들께서 (누구를 선택할지) 판단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짐짓 여유를 보였습니다. 실제 홍 의원을 ‘쉬운 상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계와 견제의 성격이 더 짙습니다.
이 지사는 경선 초반 토론회 과정에서 상대의 자극에 가끔 발끈하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장면을 연출했고 그것이 불안한 후보 이미지로 이어졌습니다. 토론의 달인으로 불리는 노회한 홍 의원이 ‘꿩 잡는 매’를 자처하며 이 지사를 쥐고 흔들고 자극할 경우 이 지사가 불필요한 감정 표출을 하며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홍 의원 앞에 서면 ‘불안정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 전 대표도 이 지사의 이런 ‘불안감’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고발 사주’ 정국으로 윤 전 총장과 오랫동안 싸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뒤늦게 그 진정성을 인정받으며 부상하고 있는 것도 변수입니다. 추 전 장관의 상승세는 이 지사 지지층에서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확인하면 이 지사와 추 전 장관의 지지층이 겹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추 전 장관이 약진하게 되면 후보 간 합종연횡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곧 결선투표의 서막을 여는 나비효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세균 정 총리는 지난 1차 슈퍼위크에서 추미애 전 장관에게 추월 당해 4위로 밀려나자 전격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정 전 총리가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이낙연 전 대표에게는 간접적인 '단일화' 효과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도 민감한 변수입니다. 경선 기간 도중 갑자기 후보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것은 단순히 국회의원직을 던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경선 이후의 ‘원팀’ 기조를 깰 수도 있는, 휘발성이 강한 이슈입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가 현실화할 경우 향후 ‘경선 불복’ 논란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종 2위 후보가 대선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경선의 효과가 배가됩니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은 이 전 대표가 흔쾌히 선대위원장직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의 사퇴가 경선 불복의 ‘전주곡’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의 동반 사퇴 시도도 눈 여겨 봐야 합니다. 설 의원의 동반 사퇴 시도는 이낙연 캠프 내에 퍼지고 있는 강경기류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이낙연 캠프의 중요한 두 축인 동시에 의원직 사퇴를 던진 것은 경선 이후 불복은 아니더라도 대선 이후의 분당이나 정계개편까지 염두에 둔 이 전 대표측의 모종의 제스처로도 보인다. 이 전 대표로서는 사실 경력이나 국정운영 경험 면에서도 새카만 후배에게 경선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며 수모를 당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도 꽤 컸을 것이다. 당연히 대선 이후 이재명 세력과 같이 갈 수 있는지도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사퇴와 설 의원의 동반 사퇴 움직임은 표를 얻기 위한 진정성이라기보다 반 이재명 정서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며 불만을 드러낸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지사는 초반 5연승중이긴 하지만 이 전 대표 ‘연고지’ 호남경선에서 상대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 놓아야 결선투표로 가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호남경선에서 당에 가장 강력한 확신을 줄 수 있는, 결정적인 모멘텀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1차 슈퍼위크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자평하며 9월 말 호남경선을 결선투표로 가는 마지막 교두보로 삼으려 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이 전 대표와 끝날 때 확실히 끝을 내야 하는 이 지사 간의 마지막 호남 결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9월 14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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