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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과반 5연승’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9. 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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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1차 슈퍼위크’가 12일 끝이 났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충청에서 강원까지 모두 과반으로 5연승을 장식하며 밴드왜건 효과를 확실히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마음 놓고 웃을 수 없었습니다. 넉넉한 과반이 아니라 50%를 살짝 넘긴 무늬만 과반인 결과 때문입니다. 이 지사는 1차 슈퍼위크로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끊어놓고 싶었지만 끈질기게 따라오는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를 계속 뒤돌아보게 생겼습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초반 5연패를 당하며 수세에 몰리고 있지만,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지를 보고 마지막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긴 했지만 완전히 탈탈 털린 것은 아니다’는 것입니다. 이제 9월 말 예정인 호남이 이번 대선후보 경선의 최대 승부처가 됐습니다. 

이 지사는 지금까지 국민선거인단과 지역 순회경선을 합해 51.41%를 기록했고,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는 51.09%를 얻었습니다. 이는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의 ‘문재인 대세론’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첫 순회 경선지인 호남권에서 60.2%로 압승해 확실히 기선을 제압한 뒤 57%의 최종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1.5%로 2위, 이 지사는 21.25%로 3위에 그쳐 두 사람의 득표율을 합쳐도 문 후보에 많이 모자랄 만큼 일방적인 경선이었습니다. 이 지사도 2017년 문재인 대세론처럼 내심 압도적인 승리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반 결과는 과반은 맞지만 왠지 과반이라고 하기에 조금 면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1차 슈퍼위크 결과를 지켜본 이 지사 측은 “대선은 역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비로소 길이 보이는 것 같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승리의 환호성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결의가 더 눈에 띕니다. 

이 지사 측은 특히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에도 다소 아쉬움을 나타냅니다. 이 지사 측은 “55% 정도 근접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덜 나온 건 맞다(51.09%)”고 말했습니다. 1차 국민선거인단 득표율은 이 지사가 지금까지 올린 순회지역을 포함한 득표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지역순회에서 드러난 당심보다 국민선거인단의 민심 득표율이 더 낮다는 것은 본선의 경쟁력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당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무조건 될 만한 사람을 후보로 미는 분위기가 있지만, 일반국민 투표의 민심에서는 그런 당심보다 대선에서의 대(對) 야당후보 경쟁력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후보의 도덕성이나 정책의 불안감 등도 민심이 적극적으로 이 지사를 선택하지 않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이런 ‘본선 경쟁력’은 이 전 대표가 최근 가장 주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이 전 대표는 첫 경선 무대인 충청에서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충격의 패배를 당해 캠프가 ‘멘붕’에 빠졌지만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31.45%를 얻으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고 자평합니다. 지역 순회에서 계속 2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민심이 많이 반영되는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처음으로 30%를 넘겼기 때문입니다. 두 주자의 격차는 25.74%포인트에서 20.33%포인트로 줄어들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1차 슈퍼위크에서 이 지사가 과반을 넘겼기 때문에 승부는 이미 기울어졌다고 말하지만 이 전 대표측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입니다.


 

이 전 대표측이 일말의 기대를 가지는 기저에는 3가지 경선 변수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고발 사주’ 정국 변수입니다. 이것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추락과 같은 당 대선주자 홍준표 의원의 상승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윤 전 총장을 대선의 유력한 경쟁자로 보고 경선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준표 급부상’ 변수가 고발 사주 정국을 타고 튀어나오면서 그동안 평온하게 진행돼 오던 ‘이재명 대세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홍 의원의 부상 분위기를 감지한 이 지사는 최근 “(홍 의원과 나는) 서로 다른 면이 너무 많아서 국민들께서 (누구를 선택할지) 판단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짐짓 여유를 보였습니다. 실제 홍 의원을 ‘쉬운 상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계와 견제의 성격이 더 짙습니다. 

이 지사는 경선 초반 토론회 과정에서 상대의 자극에 가끔 발끈하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장면을 연출했고 그것이 불안한 후보 이미지로 이어졌습니다. 토론의 달인으로 불리는 노회한 홍 의원이 ‘꿩 잡는 매’를 자처하며 이 지사를 쥐고 흔들고 자극할 경우 이 지사가 불필요한 감정 표출을 하며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홍 의원 앞에 서면 ‘불안정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 전 대표도 이 지사의 이런 ‘불안감’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고발 사주’ 정국으로 윤 전 총장과 오랫동안 싸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뒤늦게 그 진정성을 인정받으며 부상하고 있는 것도 변수입니다. 추 전 장관의 상승세는 이 지사 지지층에서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확인하면 이 지사와 추 전 장관의 지지층이 겹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추 전 장관이 약진하게 되면 후보 간 합종연횡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곧 결선투표의 서막을 여는 나비효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세균 정 총리는 지난 1차 슈퍼위크에서 추미애 전 장관에게 추월 당해 4위로 밀려나자 전격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정 전 총리가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이낙연 전 대표에게는 간접적인 '단일화' 효과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도 민감한 변수입니다. 경선 기간 도중 갑자기 후보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것은 단순히 국회의원직을 던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경선 이후의 ‘원팀’ 기조를 깰 수도 있는, 휘발성이 강한 이슈입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가 현실화할 경우 향후 ‘경선 불복’ 논란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종 2위 후보가 대선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경선의 효과가 배가됩니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은 이 전 대표가 흔쾌히 선대위원장직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의 사퇴가 경선 불복의 ‘전주곡’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의 동반 사퇴 시도도 눈 여겨 봐야 합니다. 설 의원의 동반 사퇴 시도는 이낙연 캠프 내에 퍼지고 있는 강경기류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이낙연 캠프의 중요한 두 축인 동시에 의원직 사퇴를 던진 것은 경선 이후 불복은 아니더라도 대선 이후의 분당이나 정계개편까지 염두에 둔 이 전 대표측의 모종의 제스처로도 보인다. 이 전 대표로서는 사실 경력이나 국정운영 경험 면에서도 새카만 후배에게 경선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며 수모를 당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도 꽤 컸을 것이다. 당연히 대선 이후 이재명 세력과 같이 갈 수 있는지도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사퇴와 설 의원의 동반 사퇴 움직임은 표를 얻기 위한 진정성이라기보다 반 이재명 정서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며 불만을 드러낸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지사는 초반 5연승중이긴 하지만 이 전 대표 ‘연고지’ 호남경선에서 상대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 놓아야 결선투표로 가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호남경선에서 당에 가장 강력한 확신을 줄 수 있는, 결정적인 모멘텀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1차 슈퍼위크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자평하며 9월 말 호남경선을 결선투표로 가는 마지막 교두보로 삼으려 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이 전 대표와 끝날 때 확실히 끝을 내야 하는 이 지사 간의 마지막 호남 결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9월 14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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