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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는 보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9. 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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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뜨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그동안 누리던 야권 1위 주자의 대세론 지위를 홍 의원에게 넘겨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들을 보면 이미 골든크로스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는 홍 의원의 자체 공중부양도 있겠지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하나하나 잃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유권자 시선이 홍 의원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나온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 정국을 신뢰성 있게 정리해내지 못하면 홍 의원의 질주는 계속될 것입니다. 홍 의원이 내년 국민의힘 대선 유세차에 오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제치고 보수진영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최근 서울 마포의 한 자영업자 죽음은 우리들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50대 여성 사장이 코로나19로 영업을 장기간 하지 못하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던 원룸의 보증금을 빼서 직원들의 월급을 챙겨주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사람들의 애도 발길이 굳게 닫힌 맥줏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7월엔 평택의 한 30대 노래방 주인이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노래방 영업을 장기간 하지 못해 배달대행과 대리운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인은, 지인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이젠 좀 쉬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세상을 등졌습니다. 

정부는 이렇게 죽어가는 자영업자의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밝힌 올해 자영업자의 극단적 선택은 2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 3000개, 하루 평균 1000여 개 매장이 폐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군대폭력문화를 다룬 ‘D.P’라는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가장 공감했던 것은 ‘내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남모를 고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영업 손실과 생활고의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한 달에 2~3명의 자영업자들이 목숨을 끊는다는 결과를 보면서 정치의 존재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8년 유명을 달리한 故 노회찬 의원은 “사회적 약자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습니다. 노 의원은 구로동에서 개포동으로 운행하는 6411번 버스에서 한국 정치의 해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30분이면 강남의 빌딩에 출근해 청소를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에서 정치의 역할을 물었습니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약자들의 설움과 슬픔이 정치의 사각지대에서 묻힌 채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2022년 대통령 선거는 그 사회적 약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끌어안고 동행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여야의 대선주자들은 국민들의 맨앞에서 그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약자의 고통스러운 짐을 나눠 들어야 합니다.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일하다가 떨어지고 기계에 끼여서 죽는 곳이 바로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곳이 이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그 책임의 한가운데에 있지만,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그 공동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야당에서 지금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윤 전 총장과 홍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야당은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 정권교체론만 앞세운 채 내전과 분열에 휩싸여 있습니다. 최근 야권에서 벌어지는 윤석열-홍준표의 ‘너 죽고 나 살자’식의 아비규환 권력투쟁은 스러져가는 자영업자들 앞에서 너무도 생경한 장면입니다.


 

홍 의원은 자신의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무척 기분이 좋은 모습입니다. 그는 1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MZ세대는 소신이 뚜렷하고 잘 흔들리지 않고 솔직한 것을 좋아한다. 거짓말도 안 한다. 그분들 캐릭터와 제가 하는 정치 캐릭터(홍카콜라)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반응이 나오는 것 아닌가 본다”며 자기자랑을 흠뻑 늘어놓았습니다. 물론 정치인들의 모호하고 구태의연한 ‘말씀’보다 각종 이슈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과 자기주장이 뚜렷한 ‘막말’이 더 낫다고 믿는 젊은 층도 많습니다(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젊은층은 홍준표의 막말을, 그들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공감대’ 영역에서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홍 의원의 막말은 자기배설에 더 가깝습니다. 공감보다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불통과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결과물로 보입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홍 의원의 문제점으로 막말과 인신공격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홍준표의 막말은 아무런 대의명분 없이 그저 공격하는 발언”에 그친다고 평가합니다. 정치인의 역할이 사회적 약자와 공감하고 그들의 분노와 슬픔을 경청해주는 것이라고 할 때, 홍 의원의 정치이력이 과연 그것에 부합해왔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산업화 시대는 투쟁의 정치였습니다. 민주화 시대는 가치의 정치가 지배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엄혹한, 새로운 시대의 영접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시대는 공감의 정치를 요구합니다. 격리와 거리두기로 개인의 일상은 파편화 되고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가 국민들의 삶을 연결해주고 그들의 고통을 들어주는 공감의 동아줄이 되어야 합니다. 홍 의원이 과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지도자로서 적합한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공감의 정치는 ‘고발 사주’ 내전에서 ‘같은 편’도 물어뜯어 죽이려드는 홍준표식 독고다이 정치 앞에서 너무도 무기력해 보입니다. 홍 의원이 6411번 버스에 탄 노동자들과 한 달에도 2~3명이 목숨을 끊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얼마나 공감해 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진주의료원 폐쇄같은 홍준표 식 시장논리로 빈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생활고로 고통 받는 자영업자들이 과연 어떤 위로를 받을지도 의문입니다. 최근 홍 의원은 이영돈 PD를 캠프 미디어 총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가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로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인물을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일단 끌어다 쓰고 보려는 홍 의원을 향해 ‘공감능력 제로’라는 비판도 쏟아집니다.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현재 홍 의원만한 인물이 없다’며 대안부재론이 우세합니다. 또한 26년간 정치판에서 각종 선거를 겪으면서 정치력을 키워왔고 대여 투쟁에 있어서도 독보적인 노하우가 있습니다. 당내 비주류의 대표주자로서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정치 이력도 지지율 상승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런 특장점에도 불구하고 홍 의원이 대선에 나갈 경우 합리적 성향의 중도층이 과연 그를 선택할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엇갈립니다. 비전과 공감의 리더십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홍 의원의 난데없는 상승기류를 접하면서, 진흙 속에서 없는 진주를 찾아야 하는 보수진영의 궁색함이 애처롭게 여겨집니다. 대화와 양보의 정치는 실종되고 대립과 강요의 정치만이 야권 경선판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 아수라장 물어뜯기 정치의 한복판에 홍 의원이 있습니다. ‘고발 사주’ 정국에 대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나머지 경쟁주자들도 “한쪽이 무너지면 팀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대여 공동대응을 외치고 있습니다. 오로지 권력욕에 눈이 먼 홍 의원만이 사생결단 경쟁자 죽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자영업자의 죽음이 왠지 더 서글프게 다가오는 것은, 자칫하면 통합과 상생의 정치 본령을 외면하는 한 ‘독고다이’ 정치인에게 우리의 미래를 온전히 맡겨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9월 16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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