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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남은 대선 승자 예측 시뮬레이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9. 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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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은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6개월여 남겨놓은 중요한 시점입니다. 역대 대통령 선거 때의 ‘6개월 전’은 과연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역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내년 대선 구도와 비교해 승자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1992년 이후 대선은 6번 치러졌습니다. 이 가운데 6개월 전 1위 후보가 청와대로 직행한 사례가 4번이나 됐습니다(김영삼·김대중·이명박·박근혜). 나머지 2번은 2위 후보가 역전에 성공한 경우입니다(노무현·문재인). 4번의 1위 후보 승리 때 6개월 전 여론조사 격차는 대부분 10%포인트 이상 차이나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선거였습니다. 

1992년 14대 대선 6개월 전인 1991년 6월 말 조사에서 김영삼 후보(29.6%)는 김대중 후보(19.3%)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었습니다. 1997년 15대 대선 6개월 전 조사에서는 김대중 후보(25.3%)가 이회창 후보(16.5%)를 이기고 있었습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대세론으로 대권정국을 주도하던 이명박 후보가 대선 6개월 전에도 41.3%를 기록하며 박근혜 후보(24.9%)를 거의 두 배 차이로 앞서고 있었습니다. 2012년 18대 대선 6개월 전에는 박근혜 후보(35%)가 안철수 후보(21%)에게 여유 있게 앞서고 있었습니다. 3위 문재인 후보는 14%를 기록했습니다. 선거 한 달여를 남기고 안철수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3.6%p 차이로 패배했었습니다.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대선 6개월 전 지지율 1위 후보의 승률은 70%에 육박합니다. 한번 1위에 등극하면 웬만한 변수에도 끄떡없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4명의 1위 주자가 비교적 예측 가능한 승리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2번의 역전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사실은 이 2번의 역전극을 더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른 2017년 5월 19대 대선 때를 보면 6개월 전 여론조사 1위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습니다(21%). 그 뒤를 문재인 후보(19%)와 안철수 후보(10%)가 쫓고 있었는데 반 전 총장이 지지율 하락으로 드롭하면서 2위 문 후보가 형식상 역전승을 한 결과입니다. 진정한 역전승은 2002년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이룬 것이었습니다. 대선 6개월 전 조사에서 이회창 후보(44.8%)는 노무현 후보(33.0%)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우여곡절을 거쳐 노 후보가 2.3%포인트 차이로 신승했습니다. 

그러면 이런 결과들을 내년 20대 대선에 한번 대입해 보겠습니다. 지난 16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당선가능성과 적합도 조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4개 여론조사기관 합동 9월 셋째주(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지표조사에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누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것인가’라는 당선 가능성을 물었더니 이 지사 40%, 윤석열 전 총장 22%, 홍준표 의원 12%, 이낙연 전 대표 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에서도 이 지사 28%, 윤 전 총장 20%, 홍 의원 14%,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11%로 이 지사가 오차범위 밖 선두를 유지했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대 대선 결과와 비교해 보면, 이 지사는 대선 6개월 전 지지율 1위의 ‘승률’ 67%를 먹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 지사에게는 앞서의 ‘빅4’와 견주어 볼 때 무언가 2% 부족해 보입니다. ‘빅4’는 민주화 기수와 기업인 ‘성공신화’, 박정희 유산 등의 정치적 카리스마와 두터운 팬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집권했습니다. 이 지사도 ‘소년공 신화’의 주인공으로서 이명박 모델에 가장 근접하지만, 그의 특장점이 내년 대선에서 상대후보를 압도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명박 승리 모델은 정동영 후보라는 지리멸렬한 상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등 또 다른 장점을 가진 경쟁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내년 대선이 어느 한 명의 일방적 승리가 아니라 진영 간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고되는 시점에서 이 지사의 ‘대선 6개월 전 1위 승리 공식’이 적용될지는 미지수인 것입니다.

더구나 이 지사의 1위 지지율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6개월 전 1위 승리 공식을 그렇게 확실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갤럽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정례조사 기준으로 볼 때 지난 3월 이후 이 지사의 지지율은 24~25%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 20%대 박스권에서 거의 미동도 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입니다. 30%대로 올라가 확실한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불안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전체 유권자 중도·무당층의 비율은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9월 첫째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 비율은 32%에 달했습니다. 반면 지난 2017년 제 19대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실시된 2016년 9월 같은 업체 조사에서 무당층(의견 유보) 비율은 23%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이 지사가 중도·무당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야만 ‘6개월 전 1위 승리 모델’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현재의 중도·무당층이 대부분 2030세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9월 갤럽 조사에서 20대의 절반(50%), 30대 40%가 지지 후보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년 대선이 ‘청년층’의 선택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최근 젊은 층과 끈끈한 ‘동지의식’을 나누고 있는 홍 의원과 ‘이준석 현상’으로 대변되는 국민의힘의 청년층 소구력 가능성 등을 볼 때 이 지사가 2030세대 공략을 위한 확실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1992년 이후 대선에서 4명의 후보가 6개월 전 지지율 1위 여세를 몰아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2번의 역전극 중에서 2017년 문재인 승리 모델은 탄핵과 반기문이라는 돌발변수가 있었기 때문에 진정한 역전승을 기록한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6번 대선 가운데 고작 1번의 역전승(승률 17%)이 기록된 것입니다. 이를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의 ‘역전승 가능성’에 한번 대입해 보겠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의 대선후보 확정은 미지수이지만, 그가 여야 통틀어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조건을 상정해서 예측해보겠습니다.


 
‘노무현 역전극’의 핵심은 시대정신의 과녁을 멋지게 명중시킨 그만의 경쟁력이었습니다.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와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의혹, 차떼기 논란 등도 있었지만 경선 내내 주창했던 노무현의 ‘기득권 타파’ 정치가 통했던 것입니다. 이회창 추락에 대한 반사이익보다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투사해 멋진 역전승을 거둔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렇다면 2위 윤 전 총장은 ‘노무현 정치’로 대변될 만한 그만의 정치철학과 시대정신이 있을까요? 대세론으로 진군하던 이회창 후보를 당당하게 공략하던 노무현의 기개가 윤 전 총장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이런 물음에 윤 전 총장이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면 대선 6개월 전 2위 주자의 역전승 17% 가능성을 그는 잡지 못할 것입니다. 

이전 6회의 대선에서 6개월 전 여론조사 1, 2위 후보 가운데 한 명이 청와대로 입성할 확률이 100%였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지지율로만 본다면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가운데 한 명이 대통령 권좌에 오를 확률이 100%인 것입니다. 하지만 역대 대선 사상 처음으로 6개월 전 지지율 3위나 그 아래의 후보가 대권을 차지하는 기적이 연출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현재 역대 대선 사상 가장 많은 중도·무당층이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재명과 윤석열이 김영삼-김대중-이명박-박근혜 ‘빅4’가 보여주었던 불가역적 확신을 재현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 대선이 6개월 전 지지율 1위 주자 승률 67%의 사례를 따르느냐, 아니면 2위 주자의 17% 역전승 사례를 따르느냐가 결정될 중요한 분수령이 이번 추석입니다. 가족들이 두런두런 모여 앉아(8인 이하) “왜 ‘빅2’ 두 명이 국민들에게 100%의 확신을 보여주지 못하는가”에 대한 토론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9월 18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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