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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대권가도 3가지 역운(逆運)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9. 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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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민심은 크게 요동쳤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화천대유 특혜 의혹이 모든 이슈를 삼킨 블랙홀이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요구를 수용하는 등의 전향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대선판 전체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호남 민심(경선)이 민주당의 향후 진로를 정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은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대체적인 추석 민심은 “야당은 찍을 후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후보로 유력하지만 여전히 못 미더워 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을 두고 ‘억세게 운이 좋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고발 사주 논란은 화천대유에 완전히 가려져 버렸습니다. 대선을 앞둔 추석이라 ‘대통령이 누가 될지’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많았는데 윤 전 총장은 운 좋게 추석 성수기에 자신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 편성을 받아 간접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윤 전 총장이 운이 좋다고 해도 그가 만들어 놓은 지뢰밭을 통과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윤 전 총장은 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자신의 운을 뒤엎는 3가지 ‘역운’(逆運·좋지 못한 운명)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먼저 공개 석상에서 되풀이되는 말실수가 고질병처럼 윤 전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3일 2차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느냐’는 유승민 전 의원의 질문에 “집이 없어서 만들어보진 못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아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주택청약통장 제도인 것은 아마 초등학생도 알 것입니다. 윤석열 캠프 측의 해명은 더욱 가관입니다. 캠프 측은 이튿날인 24일 입장문을 내고 “30대 중반에 직업을 가졌고 부모님 댁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는 데다 결혼도 50세가 넘어서 했기 때문에 주택청약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직업상 여러 지역으로 빈번히 이사를 다녀야 했던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결혼을 50세가 넘어서 하면 신문·방송도 안 보는 것인지,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서민들의 주거난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그 해결의 첫 출발점인 주택청약통장을 모를 리 없습니다. 물론 생수 가격이나 지하철 요금, 버스 요금을 모르는 정치인들이 수두룩 합니다. 특권을 누리며 살아온 유력한 야당 대선후보의 서민생활 저체온증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윤 전 총장은 그동안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아프리카 손발노동’ 발언 등으로 심각한 상식 결여 인식을 보여왔습니다. 상식의 부족은 곧 공감능력의 부족을 뜻합니다. 서민의 아픔에 무관심한 것입니다. 시대 흐름과 호흡하지 않고 혼자만의 권력 별세계에서 어떻게 국민과의 소통을 바랄 수 있을까요. ‘그런 것쯤 몰라도 대통령 된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대선에 나왔다면, 이쯤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요. 

윤 전 총장의 조직관리 능력과 정무판단 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최근 윤 전 총장은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거취를 두고 안일한 태도를 보여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장 의원이 래퍼로 활동 중인 아들 장용준(예명 노엘)씨가 추석연휴 때 무면허 운전 및 음주측정 거부에 이은 경찰관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이후 상황실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윤 전 총장은 이를 반려했다고 합니다. 

이런 느슨한 대응을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필자는 지난 9일자 “‘사면초가’ 윤석열, 캠프 갈아엎기로 승부수?” 칼럼에서 윤 전 총장 캠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후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파리 떼에 둘러싸여 5개월 동안 헤맸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김 전 비대위원장은 “그 파리 떼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며 캠프의 지리멸렬함을 질타한 바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캠프를 장악하지 못하고 구성원들이 따로 놀게 되면 대권 꿈도 요원해집니다. ‘이회창 캠프’가 그것을 역사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장 의원 거취를 쾌도난마로 처리해 캠프 쇄신을 단호하게 밀고 나갔어야 합니다.


 

공약 표절 논란도 경쟁자들의 불필요한 지적을 자초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기제가 되고 있습니다. 2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부동산정책인 ‘원가주택’ 공약에 대해 “이낙연, 정세균 전 국무총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공약까지 짬뽕을 해놨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윤 전 총장이 코로나19 관련 공약을 표절했다’며 “애니매이션 캐릭터인 ‘카피 닌자’라는 별명이 붙은 걸 아느냐”고 쏘아붙였습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주택청약 가점 공약에 대해 “제 공약과 숫자까지 같고 토씨까지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제 공약 얼마든지 갖다 쓰시라. 환영한다”고 하며 짐짓 여유 있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궁색한 변명처럼 들렸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정치에 뛰어든 지 불과 3달밖에 안 됐기 때문에 정책그룹도 타 후보에 비해 급조됐고, 그곳에서 나오는 공약들도 진지한 토론과 숙성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닌 여의도에 돌아다니는 각종 ‘족보’들을 ‘참고’해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공약 표절 논란은 단순히 타 후보의 정책을 베꼈다는 ‘실수’ 차원이 아닙니다. 공약 자체를 우습게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그냥 대충 뚝딱 만든 티가 납니다. 

이는 국가운영 능력과 비전에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닌 투전판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딸 것인가만 궁리하는 모습처럼 비쳐집니다.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도 공명정대하게 나옵니다. 공약도 국민들과의 소통 속에서 나와야 합니다. 정제하고 가다듬어 반드시 실현가능한 정책으로 만드는 게 윤 전 총장이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오로지 권력쟁취에만 심취해 있으니 ‘공약 그까이꺼 대충 만들지 뭐’ 하는 안일한 독소가 캠프에 퍼져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만약 윤 전 총장이 공약에 대해 꼼꼼히 챙기고 심도 있는 토론을 유도했다면 정책그룹도 타 후보들의 것을 얼기설기 엮어서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추석 때 윤 전 총장은 그야말로 ‘떴습니다’. 추석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후줄근한 양복에 가려졌던 ‘윤석열’의 ‘민낯’이 공개되자 국민들의 거부감은 상당부분 희석됐습니다. 또한 굳이 논리적으로 말하려는 검사형 말투와 부자연스러운 근엄 이미지도 “형이라고 불러” 한 마디에 시청자들도 무장해제 당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석열이 형이 MZ세대 호감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추석 예능 방영으로 캠프 관계자들은 “윤 전 총장이 비로소 대중 정치인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며 크게 고무된 모습입니다. 이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다음 예능 프로그램 방영 순서인데 정치 이슈가 용광로처럼 들끓는 추석만큼의 주목도는 보여주지 못할 것입니다. 여기에다 추석 연휴 동안 화천대유 의혹이 고발 사주 논란을 완전히 가려버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선방에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각종 논란이 있을 때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해 윤 전 총장이 잘 빠져나가는 것 같다. 운이 상당히 좋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윤석열만의 ‘정치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막스 베버는 직업 정치인의 필요한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꼽았습니다. 국민들의 가치와 이익을 위해 헌신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열정이라면, 잇단 말실수는 서민의 삶과 소통하려는 치열한 ‘열정’이 부재한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캠프가 지리멸렬해진다는 것은 ‘조직원’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또한 정권교체(권력욕)만을 내세워 정치에 뛰어든 반쪽짜리 대선주자의 균형감각에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정치에서만은 ‘운삼기칠’의 법칙이 작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애먼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9월 24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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