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사면초가’ 윤석열, 캠프 갈아엎기로 승부수? 본문

정치

‘사면초가’ 윤석열, 캠프 갈아엎기로 승부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9. 9. 10:11







728x90
반응형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8일 오후 자신이 직접 기자회견을 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윤 전 총장이 이 파고를 넘지 못하면 대세를 2위 홍준표 의원에게 넘겨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추락하기 시작한다면 아마 그 결정적 장면은 지난 9월 6일 이준석 대표와의 면담이었을 것입니다. 이 날은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긴급 현안질의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닥친 최대의 위기를 직감한 윤 전 총장이 다급하게 몸을 숨긴 ‘피난처’는 캠프 심복도 아닌, 법조계의 비밀 조언그룹도 아닌, 바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였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예정에 없던 이준석 대표와의 면담을 두고 “윤 전 총장이 당에 SOS를 치러 갔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어린’ 대표에게 굽히기 싫어 주인이 없는 틈을 타 기습 입당을 했고, 녹음 파일 유출 등으로 기 싸움을 벌이던 ‘쩍벌’ 윤석열의 당당함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지율에 취해 당의 주요 인사들을 캠프에 쓸어 담으며 점령군 행세를 하던 그 위세는,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90도 가까이 머리를 조아린 장면 앞에서 연기처럼 허망하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입당만 하면 비단주머니 3개를 주겠다고 너스레를 떨던 이준석 대표는 면담 뒤 깍듯하게 절을 하는 윤 전 총장을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손을 내밀며 당의 보호를 요청하는 장면은 그동안 지지율에만 의존해있던 윤석열의 대세론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고발 사주 의혹 정국’의 파고를 넘기 위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이 ‘일심동체’로 스크럼을 짜는 모양새”라는 ‘긍정적인’ 해석이 나왔습니다. 야권 1위 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당이 조직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그럴 듯한 이유도 나왔지만, 온라인에서는 ‘윤석열, 급했구나’ 하며 조롱하는 네티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준석-윤석열’ 면담 장면은 윤 전 총장이 현재 처한 고립무원의 상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홍준표 의원에게 쫓기고 있는 윤 전 총장은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복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 가운데는 캠프의 인적쇄신을 통한 대대적인 재정비 작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청와대와 대선 캠프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야권의 정치권 인사 A씨는 최근 윤석열 캠프의 동향을 필자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이 인사는 최근의 윤석열 위기와 지지율 정체 현상이 후보 개인의 정치적 역량 결여와 함께 캠프의 대응전략 부재가 겹친 총체적 난국의,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A씨는 윤 전 총장이 주변 여러 그룹의 추천을 받아 사람들을 일정한 기준과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영입하는 바람에 캠프의 결집력이 떨어지고 전략적인 대응 역량도 한쪽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진단합니다. 

A씨는 최근 윤 전 총장이 캠프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A씨는 “최근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이 캠프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캠프 사람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면 그들의 조언과 전략이 윤 전 총장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거나, 전달되더라도 윤 전 총장이 잘 따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첫째, 윤 전 총장의 생각과 캠프 참모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서 윤 전 총장이 듣기는 하는데 현장 정치에 잘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윤 전 총장이 여전히 정치인 마인드가 부족해 의원 출신들인 참모나 특보들의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화학적으로 케미를 잘 맞추지 못한다고 한다. 보스와 참모들이 서로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윤 전 총장이 최근 캠프가 보여준 대응전략과 정무적 역량에 실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 전 총장이 캠프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석열 캠프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정책총괄간사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도 최근 캠프의 수준과 역량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측근에게 했다고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윤 전 총장의 이런 실망의 근저에는 일부 참모들이 ‘자기정치’ 습성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며 캠프에도 완전히 융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의 A씨는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이 캠프를 자신들의 위상과 세 과시를 위해 서로 힘자랑을 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이명박 박근혜 캠프의 경우 서울시 출신 핵심들과 친박 핵심들이 캠프의 위계질서와 대응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결집력이 강했지만, 급조된 윤석열 캠프는 따로 노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단독으로 윤 전 총장에게 보고해 신뢰를 받으려는 충성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캠프 내 음해와 시기, 질투도 많다고 한다. 이런 캠프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한계를 윤 전 총장이 느끼는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최근 윤 전 총장이 캠프를 대대적으로 물갈이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A씨는 “윤석열 캠프로부터 합류 제안을 받았지만 기존 멤버들의 위세 때문에 완전히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윤 전 총장이 캠프에 크게 실망을 했고, 캠프를 재정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캠프가 제 2의 판을 만들려고 한다면 그때 합류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윤 전 총장이 캠프 참모들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히 캠프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 모양새가 됩니다. 그럴 경우 원팀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캠프가 이렇게 흔들리는 배경에는 ‘이명박의 이상득’같은 노련한 정치인 멘토가 윤 전 총장에게는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처음 정치에 입문한 이후 캠프 조직 과정에서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멘토’로 삼아 인재 영입은 이 전 의원의 내락을 거쳐야 할 정도로 ‘돌다리 인사원칙’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집권 이후 그것이 권력의 편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지만 대선 준비 캠프 단계에서는 일사불란한 힘을 유지하는 데 이상득 전 의원의 ‘스크린’이 큰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윤 전 총장을 든든하게 지탱해줄 정치 멘토의 부재는 캠프의 전력약화도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의 여전한 ‘검찰식 사고’도 위기를 부추기는 원인이 됩니다. 여전히 ‘검사스러운’ 선악 구분의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던지지 못하다 보니 이번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를 대보라”는 식으로 대응한 것입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정치적으로 보지 못하고 ‘형사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실언’이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통상 ‘증거를 대보라’는 것은 범죄 혐의자의 언사이지 일국의 검찰총장까지 지낸 분의 언사로는 대단히 부적절해 보인다”라고 일갈했습니다. 또한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떳떳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수세적이고 위축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의혹을 오히려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윤 전 총장이나 캠프 참모들이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자신 없이 대하다 보니 여권의 기세에 눌리게 되고 ‘뭔가 있구나’ 하는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이 계속 튀어나오자 윤 전 총장은 8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격앙된 목소리로 그간의 의혹에 대해 ‘비상식적’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캠프에 대응을 맡기지 않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사태 해결에 나선 만큼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 전 총장으로서는 여야의 날고 기는 대권주자들과 투트랙 전선을 형성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캠프의 대대적인 재정비와 이준석 대표의 ‘비단주머니’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9월 9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