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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고발사주’와 이회창 ‘아들병역’ 평행이론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9. 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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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1위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핵폭탄급 의혹이 터졌습니다.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윤석열 당시 총장 측근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여권 정치인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입니다. 이번 의혹은 검찰권력의 사적 남용이라는 악성 이슈이기에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윤 전 총장에게 치명적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고발 사주 의혹이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을 가르는 결정적인 한방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필자는 지난 7월 2일 자 “윤석열의 ‘3무’...시계는 흐리다”라는 칼럼에서 윤 전 총장에게 부족한 3가지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정치인으로 변신해야 하는 시간의 부재, 국가운영 능력과 비전의 부재, 가족 의혹과 검찰 재임 시의 검증 부재 등을 짚었습니다. 가족 관련 의혹은 ‘본인과 직접 관련이 없다’라며 어떻게 넘어가볼 수 있지만, 윤 전 총장이 직접 연루된 검찰 재직시의 ‘권력형 의혹’은 그 자체로 본인에게 심대한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시 법조계 주변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재임 중 ‘자의적인 수사’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습니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대권 꿈’을 위해 이번 고발 사주를 직접 기획했다면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은 물론 검찰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한, 일종의 ‘범죄행위’입니다. 윤 전 총장에게는 치명적인 악성 이슈입니다. 더구나 여야 대권주자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맹공을 퍼붓는 고립무원의 환경에서 이번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윤 전 총장은 “어이가 없는 얘기”라며 격분하고 있지만 막연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이번 고발 사주 의혹은 역대 대선정국의 검증 사례 중 이명박 BBK 사건보다 이회창 아들병역 비리 의혹과 더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두 모델 모두 대세론을 등에 업은 유력주자에 대한 야권의 검증 공격이었습니다. BBK는 결국 대선 이후 윤석열 전 총장 등이 참여한 수사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공식적인 면죄부를 주게 되면서 유야무야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회창 아들병역 의혹은 그가 대선에서 두 번이나 연속 패배하는 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BBK는 복잡한 경제이슈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명확하게 선과 악을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성공한 CEO가 기업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일을 할 수도 있다’는 동정론도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아들병역 비리는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훗날 이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팩트와 의심(추론)이 극렬하게 대립하고 혼재하면서 이회창 후보의 발목을 두 번이나 잡는 꼴이 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회창 아들병역 비리 모델은 윤석열의 고발 사주 의혹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이회창 아들병역 의혹은 ‘부유층이면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막연한 의심이 대선판을 내내 지배했습니다. 이번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대중들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대권도전을 위해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총장이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수사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맞짱을 뜨며 ‘정치검사’로 성장해왔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검찰 재임 때 ‘자기정치를 했다’는 의혹과 맞물리면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더욱 증폭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각종 고급정보를 쥐고 있는 여권이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의혹을 계속 제기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윤석열 경쟁 주자들도 집요하게 이 문제를 추궁할 것입니다. 이번 고발 사주 의혹으로 윤석열 전 총장의 위기대응 능력이 제대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후 최고단계의 위기 신호입니다. 이 난관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그는 대선 정국 내내 ‘공정 전도가’가 아니라 ‘어둠의 권력자’라는 낙인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참모들의 대응 전략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 고발사주 의혹은 팩트의 검증 영역이 아니라 공정의 프레임 싸움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이회창 아들병역 비리 모델을 다시 소환해봅니다. 이 전 총재는 아들병역 의혹을 팩트의 관점에서만 봤습니다. 그는 훗날 이 문제에 대해 “나는 병역면제 과정에 아무런 위법이 없었으므로 그들이 이를 문제화해봤자 잠시 시끄럽겠지만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했다”라고 후회한 바 있습니다. 당시 민주당의 집중적인 의혹 제기로 이회창 전 총재는 대쪽에서 귀족 이미지로 전락했습니다. 이 전 총재의 장점을 더 부각시켜 부정적인 이슈를 희석시키려는 전략적인 대응이 미비했기 때문입니다. 막연하게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가볍게 여기다 큰 코를 두 번이나 다친 셈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초반 대응 전략도 이와 유사하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윤 전 총장은 이 문제에 대해 “어이없는 일이다” “상식에 비추어서 판단을 부탁한다”며 부인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렇게 해명 차원에서만 머물게 될 경우 계속 검찰권 남용 프레임의 전장터에서만 맴 돌게 됩니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정치공세’에 대한 주도면밀한 반격과 ‘야당 유력주자 죽이기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등의 입체적이고 적극적인 여론 대응전략이 필요해보입니다. 

캠프의 유기적인 협력과 소통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윤석열 전 총장과 참모들간의 신뢰와 팀워크가 이번 사건 극복의 키가 될 것입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아들병역 비리와 함께 호화 빌라 사건으로도 곤욕을 치렀습니다. 이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이 총재와 한나라당은 허둥대기만 했습니다. 당시 참모들은 이회창 총재에게 직접 확인을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했다고 합니다. 이 총재의 폐쇄성과 권위적인 태도도 문제였지만 참모들이 확실한 대책마련을 위해 이 총재로부터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까지 확인을 하고 ‘원팀’으로 대응했어야 합니다. 

이번 고발 사주 사건도 그 사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윤석열 전 총장입니다. 윤 전 총장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참모들과 공유하지 않고 숨기려 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참모들도 윤 전 총장 눈치를 보면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캠프는 정체성과 이념 등을 기반으로 이뤄진 조직이 아니라 오로지 ‘정권교체 가능성’이라는 ‘모래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집단입니다. 자기 잇속 때문에 참모들 간의 유기적인 협업 대응도 그리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로지 윤 전 총장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처 방안도 ‘보스’ 1인 중심의 폐쇄적인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리스크 관리의 첫 번째 원칙을 윤석열 캠프가 잘 지킬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윤 전 총장과 참모들간의 긴밀한 소통과 신뢰가 없으면 윤석열 캠프는 이회창 위기관리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은 피 터지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평소같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이슈도 메가톤급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네거티브는 더욱 판을 치게 됩니다. 한번 의혹이 제기되면 팩트와 추론 의심 해석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킵니다. 여론은 팩트와 의심이 뒤섞이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 제 자리를 잃고 방황하게 됩니다. 진실은 공중에 붕 뜨게 되고 온갖 추측과 음해만이 난무하게 됩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은 의심과 음해라는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어어’ 하는 사이 의혹은 사실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그 의심이 완전히 해소되었을 때, 대선은 끝나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이라도 윤 전 총장은 ‘어어’ 하다가 두 번이나 물을 먹은 이회창 전 총재에게 달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9월 3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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