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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의 민주당 경선 대역전 시나리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8. 3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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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본경선이 31일 대전·충남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들어갑니다. 정치권에서는 9월 4~5일 실시되는 충청권 순회경선 결과가 전체 판세를 어느 정도 좌우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충청권에서 과반을 넘으며 이낙연 전 대표를 압도할 경우 경선전쟁도 사실상 초반에 대세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측은 충청권에서 ‘의미 있는 격차’를 보일 경우 마지막 결선투표에서 결과가 뒤집어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서 별다른 돌발변수가 포착되고 있지 않지만, 그동안 숨겨왔던 친문의 발톱이 충청권에서 드러날 경우 경선은 예측불허의 격전장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민주당의 첫 경선 출발지인 충청권이 경선 판도 전체를 가르는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경선은 이재명 지사의 완승 분위기로 싱겁게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충청 ‘민심’은 이재명 지사의 우세입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4개 기관이 23~25일 실시한 조사에서, 대전·세종·충청 기준 이 지사의 지지율은 17.0%로 이 전 대표(8%)를 2배 이상 앞섰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른 기관 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한 추세입니다. 이 지사측은 첫 번째 충청 순회경선에서 과반을 득표해 초반에 확실히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내심 ‘한 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당심’입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앞서지만 ‘숨은 표심’이자 당의 주력군인 대의원 권리당원의 기류는 민심과는 차이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전 대표측은 대의원 권리당원만 참여하는 첫 번째 순회경선 투표에서 그들의 강점인 ‘조직력’이 힘을 발휘할 것으로 봅니다. 이 전 대표가 회심의 한방으로 꼽고 있는 이 조직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투표는 다소 복잡합니다. 먼저 당심의 주요 바로미터인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이 현장투표와 온라인투표, ARS 등으로 한 표를 행사합니다. 여기에 민심을 좀 더 적극적으로 대변하기 위해 국민과 일반당원이 참여하는 ‘일반국민선거인단’도 운영합니다. 일반국민도 신청만 하면 누구나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민심을 최대한 촘촘하게 반영하려는 당의 의지가 반영돼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투표 ‘순서’가 중요합니다. 국민과 일반당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심’ 투표 결과는 순회경선 과정에서 3차례(9월 12일, 10월 3일, 10월 10일)에 걸쳐 발표됩니다. 

하지만 순회경선 당일 실시되는 대의원 권리당원 등의 ‘당심’을 묻는 투표 결과는 일반국민선거인단 투표 전에 먼저 발표됩니다. 충청의 ‘당심’이 먼저 공개가 되면 그 결과가 국민과 일반당원이 참여하는 선거인단 투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전략은 대의원 권리당원 표심이 먼저 발표되는 이점을 살려 세몰이를 한 뒤 그 여세를 몰아 국민과 일반당원의 선거인단 투표에도 그 ‘바람’을 연결시키자는 것입니다. 

또한 본경선은 예비경선과 달리 권리당원과 일반당원, 일반 국민의 비율을 따로 정하지 않고 모두 1인 1표로 합산합니다. 대선주자들이 일반국민선거인단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 전 대표측은 당심과 민심을 효과적으로 잡기 위해 자신의 강점인 조직력 확대 강화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소속 의원 30여명이 충청도 농촌지역까지 저인망식으로 누비며 당원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대의원 권리당원의 표는 기존 조직망을 통해 확실히 다지고, 일반국민선거인단도 조직력을 통해 최대한 많이 확보해 충청에서 대 역전극의 발판을 확실히 만들어보겠다는 전략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충청권에서 승리가 아닌 패배를 하더라도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다면 1차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그러면 전국 순회경선도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전 대표가 철석같이 믿는 조직력은 제대로 작동할까요? 이것이 민주당 경선 전체를 관통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대선후보 경선 투표 시스템은 지난 5.2 민주당 전당대회 투표 방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전당대회는 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자치단체장, 시·도당 위원장 등 대의원 투표 비중이 45%, 매달 당에 1000원 이상 당비를 내는 적극 지지층인 권리당원 비중이 40%였습니다. 그리고 국민과 일반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국민 10%, 일반당원 5% 비중으로 반영되었습니다. ‘당심’을 대변하는 대의원 권리당원의 비중(85%)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국민여론은 형식 상 반영됐기 때문에 주류인 친문의 ‘조직력’이 사실상 당 대표 선거를 결정하는 구도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5.2 전당대회는 친문의 조직력이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한 선거가 아니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비주류’ 송영길 대표가 당선되었기 때문입니다. 5.2 전당대회 특징은 친문 조직력의 ‘분산’으로 요약됩니다. 당시 송영길 후보는 35.6%의 득표율로 친문 홍영표 후보(35.01%)를 간발의 차이로 앞섰습니다. 또 다른 친문주자 우원식 후보도 29.38%나 얻었습니다. 3명의 후보 모두 오차범위 안팎에서 승패가 결정 나는 ‘대 접전’ 양상을 보였습니다. 친문의 조직적인 오더와 조직력이 그렇게 명확하게 작동하지 않았고 자율적인 선택 경향이 드러난 선거였습니다. 물론 최고위원은 친문이 완전히 장악했지만 송영길 후보가 비주류임에도 대표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친문이 대세를 장악할 정도의 파괴적인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2위 홍영표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약한 측면도 있지만, 친문도 대선을 앞두고 당의 정체성을 유연하게 가져가려는 전략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전력이 분산되었다는 것입니다. 

5.2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친문의 ‘자율적인 선택’이 이번 대선후보 순회경선에서도 나타난다면 이낙연 전 대표가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있는 조직력도 그렇게 큰 변수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친문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분화돼 각기 다른 후보들을 선택하는 ‘자율적’인 결정을 했고 이미 각 캠프에 포진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친문 강성파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중립지대에 남아 있지만 이번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전력을 극대화할 만큼의 친문 조직력은 만들어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재명 캠프측도 이 전 대표의 조직력에 대해 “이미 친문들 상당수가 흩어져서 각 캠프에 포진해 있다. 경선 초기도 아니고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그것을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캠프측은 이번 경선이 비대면 중심으로 이뤄져 대규모 군중 동원 방식의 조직력 싸움이 약해진 것도 이낙연 전 대표의 ‘기적 실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는 전통적으로 밴드왜건(지지율 높은 주자의 대세를 따라가는 것) 현상이 지배해 왔습니다. 유력주자의 대세론이 한번 형성되면 웬만한 변수가 나와도 쉽게 그 성벽이 무너지지 않는 특성을 보여 왔습니다. 특히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이회창 박근혜 문재인 등의 후보가 모두 밴드왜건을 등에 업고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제치고 본선에 올랐습니다. 물론 ‘노무현의 대선 승리’처럼 언더독(강자를 견제하기 위해 약한 주자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것) 효과도 나타나지만 그런 기적은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한국 선거는 대세의 흐름을 굳건하게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과연 이번 경선에서 언더독의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을까요? 

 

(8월 31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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