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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역선택이 결정?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8. 2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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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야권 1위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잦은 설화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아예 꽁꽁 숨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지지율 1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볼 때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은 보수진영의 일정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딱히 특장점이 없는데도 윤 전 총장이 1위를 유지하는 데는 확실한 경쟁마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타자가 홍준표 의원인데 최근 그의 입꼬리가 자주 올라갑니다.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과 근접하는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권의 역선택에 의한 공중부양일 뿐 홍 의원의 자체 경쟁력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17일부터 전국 순회를 시작한 홍준표 의원은 최근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상승세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홍 의원의 지지율을 볼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여야 대선주자를 합한 선호도 조사와 범야권만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의 차이점입니다. 일단 홍 의원의 지지율은 여야 대선주자를 합한 조사에서 의미 있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3~24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발표한 8월4주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이 26.5%,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9%로 나타났습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2.8%로 3위를 유지했고, 4위에 8.1%의 지지율을 기록한 홍준표 의원이 올랐습니다. 홍 의원은 동일 여론조사 기준 역대 최고치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제치고 4위로 점프했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부분의 언론이 ‘홍준표 약진’으로 표현하며 윤석열 대항마로서 좀 더 분발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야권 전체의 대선 경쟁력도 올라가기 때문에 홍 의원의 추격과 윤 전 총장의 수성 공방이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고무된 홍준표 의원이 더욱 기뻐하는 것은 바로 범야권 선호도 조사입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범보수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홍 의원은 20.5% 지지율을 얻어 28.4%의 윤 전 총장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두 사람 간의 지지율 격차가 대폭 줄어든 것이 포인트입니다. 일단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홍 의원으로서는 범야권이 점차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며 추석 전후 골든크로스를 장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살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역선택 논란입니다. 앞서의 KSOI·TBS 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 응답자의 28.6%가 범보수 후보 중 홍 의원이 적합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선 무려 37.7%까지 치솟았습니다. 중도층이 뒤섞인 민주당 지지층보다 강성 친문이 중심인 열린민주당 지지층의 홍 의원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여권의 전략적 역선택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이와 달리 윤 전 총장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5.1%,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 4.2%를 얻었습니다. 그만큼 야권은 윤석열의 경쟁력과 파괴력을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그가 대선 본선에 나오지 못하도록 전략적으로 응답을 기피한다는 가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다른 범야권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들도 이와 유사한 응답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국민의힘 대선후보 간의 의견이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두고 ‘홍나땡’(홍준표가 나오면 땡큐)이라며 조롱했습니다. 실제 결과도 좋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앞서 나타난 역선택 논란은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의 재림’을 민주당 지지층이 염원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한편으로는 여권이 윤석열의 경쟁력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그의 낙마를 유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홍준표 지지를 응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배신하고 야권 대선후보가 된 윤 전 총장에 대한 순수한 반감의 표출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역선택 현상에 대해 대체로 ‘근거가 미약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필자와 통화한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ARS 조사는 응답률이 5% 안팎에 그치고 있다(실제로 7월 한달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이뤄진 여론조사 31건의 평균 응답률은 5.11%에 불과했음). 이들 중에 민주당 지지층으로서 역선택의 의도를 가지고 범야권 후보로 홍준표 의원을 찍고 윤석열 전 총장을 고의로 배제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응답자들이 특정후보를 선택한 이유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그 응답에 숨은 정치적 의도까지 일정한 패턴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숫자로 나타나는 지지층의 여론흐름을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한도 끝도 없고 그것을 잡아내는 것도 불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형준 국민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하고 최재형 쪽에서 항의할 만하다. 결국 손해는 윤석열, 최재형 후보 쪽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굉장히 낮게 나오고, 그리고 홍준표, 유승민 그리고 원희룡 후보는 높게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발족이 되면 이 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역선택에 대해 일부 보수진영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 데이터에서 윤석열 최재형 후보 등의 여권 지지율이 유독 낮게 나타나는 현상을 방관할 수 없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역선택 논란이 여론조사의 객관성 확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닌 대선후보들 간의 정략적인 권력갈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룰 전쟁 대리전’이 벌어졌습니다. 최재형 전 원장의 캠프에서 활동하는 조명희 의원은 “역선택은 대한민국 대표선수를 일본 사람이 뽑는 것”이라고 방지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맞서 유승민 전 의원측의 신원식 의원은 “당원만 좋아하는 후보가 아닌 국민이 좋아하는 후보를 뽑아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며 “(역선택 방지조항은) 이번 당 대표 선거를 제외하면 2005년 이후 적용된 적이 없다”고 반대했습니다. 각 캠프가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역선택의 의미를 정치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홍 의원 측은 자신의 범야권 지지율 상승을 ‘중도 확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일축하지만 윤석열 최재형 후보측은 ‘역선택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경선 초반 당 지도부는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경선준비위원회는 역선택 방지를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많다는 의견을 지도부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 대부분이 역선택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바뀌는 일은 없다는 주장이 많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26일 출범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역선택 논란을 정리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자체가 ‘윤석열 편들기’로 비쳐져 선관위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역선택 문제는 대선후보들의 정략적인 접근에 따라 또 다른 내분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내 논에 물대기’식 룰 전쟁으로 국민의힘 경선버스는 또 산으로 가게 생겼습니다. 

 

(8월 28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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