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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인사’ 벌집 건드린 이재명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8. 2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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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판에 난데없는 ‘황교익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 인선을 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측이 ‘코드 인사’ 공방을 벌였습니다. 황씨의 자진사퇴로 이번 논란은 수습이 됐지만, 1위 주자 이재명 지사에게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지사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누구를 앉히든 별 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집권이 유력한 상황에서 터진 이번 ‘정실 인사’ 논란은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됐을 때 이보다 더 노골적인 코드 인사를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불신과 우려가 터져 나오면서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캠프는 순발력 있는 이슈 대응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정무적 대응이 그 어느 캠프보다 민첩하고 여론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예민한 더듬이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황교익 논란이 일어나자 이 지사는 평소와 다르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방관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일개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 논란에 대해 여권의 ‘상왕’인 이해찬 전 대표까지 나서서 사과를 하는 상황이 되어서야 캠프도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고 결국 황교익씨의 자진사퇴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재명 지사의 대선가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 지사는 사태 초반 황교익씨와의 물밑 조율을 통해 그를 발 빠르게 사퇴시키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듯한 대응을 취했습니다. 이렇게 이 지사가 ‘굼뜬’ 행보를 보이자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비롯한 야권에서는 “이 지사가 황교익씨를 동원해 이낙연 전 대표를 네거티브 공격하는 차도살인지계를 펴고 있다”며 그 정치적 의도를 지적했습니다. 덧붙여 친문 결집의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입니다. 황교익씨가 강성 친문임을 내세워 이 지사가 친문의 주류 편에 서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지사에게 줄을 서면 논란이 돼도 ‘한 자리’ 줄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이 지사가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마땅하게 이슈를 주도할 만한 게 없어진 측면이 있다. 이 지사가 황교익 사건을 의도적으로 흘려 상대진영(이낙연 전 대표)의 네거티브를 유도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선 판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일종의 ‘작업’이다. 하지만 이 지사가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도 황교익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밀어붙였다면 이는 이 지사의 인사 스타일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한 정실, 코드인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친분과 학연(중앙대 동문) 지연에 얽매이거나 자신에게 아부하는 사람만 뽑는 것은 아닌지, 진보 지지층도 이번 사태를 눈여겨 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황교익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 여권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경기관광공사 자리의 중요성보다 ‘인사’라는 이슈의 휘발성 때문이었습니다. 인사는 권좌에 앉은 사람만이 행할 수 있는 최대의 권력행사행위입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에 함축된 의미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권력자가 인사권을 객관적으로 올바르게 사용해야 함을 경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현재 이재명 지사는 여야를 통틀어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장 집권이 유력 시되는 ‘예비 권력자’입니다. 이 지사가 경선에서 보여주는 정책과 정치행위를 국민들은 ‘대통령 이재명’에 대입해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준비하는 일종의 국민 적응기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황교익 사태를 단순한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비 대통령 이재명’을 대하는 국민들은 이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검증’과 ‘기대’의 촉수로 들이대며 현미경 관찰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내정 논란은 그 자리의 중요성보다 ‘이재명의 인사기준도 한번 보겠다’는 일종의 간접검증이 돼 버린 것입니다. 논란 초반에 이재명 캠프에서는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내정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자칫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제 여론 눈치 살피지 않고 마음대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만 쓴다’는 오만함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캠프에서도 공정성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이재명 지사는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황교익씨를 정무적으로 관리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지사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이 “황교익 리스크는 이재명 후보에게 굉장히 부담되고, 예기치 않은 대형 악재로 보인다.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주저앉히는 쪽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미 황교익씨는 이재명 지사의 코드 인사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초반에 발 빠르게 대응을 하지 않아 “너희가 떠들어도 인사는 이재명 마음대로 한다”는 오만한 인사 스타일의 잔영을 대선을 앞둔 유권자들 머릿속에 각인시켰다는 것입니다. 오만함의 고착화는 1위 주자 이재명 지사가 가장 피해야 할 최악의 이미지입니다. 안정감과 겸손만이 이 지사의 대세론을 이끌 ‘유이한’ 바퀴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문제가 이 지사의 집권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황교익 사태로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4년 내내 구설수에 오른 ‘코드 인사’를 재연할 또 다른 ‘귀 막은’ 지도자로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 지사는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지사 직 유지를 대선용 홍보소재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후유증이 이번에 나타난 것입니다. 이 지사가 경선과정에서 계속 지사직을 유지하는 동안 그의 경기도정을 ‘국가운영’의 예고편으로 대하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경기도지사직 유지가 이 지사에게는 양날의 칼이 됩니다. 잘 쓰면 ‘일 잘하는 이재명’이 되지만 못 쓰게 되면 ‘대통령 감은 안 된다’는 부정적인 평가에 직면하게 됩니다. 앞으로 이 지사의 경기도정에 대해 더 면도날 검증이 이어질 것이고 그의 인사권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입니다. 

이번 황교익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도 그 파편이 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이 지사가 황 씨와 먹방을 찍고 있었을 때, 이천의 쿠팡 대형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50대 소방 구조대장이 사망을 하는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지사는 화재 보고를 받고도 바로 귀도하지 않고 20시간이 지난 뒤에야 현장에서 지휘를 했습니다. 여권에서도 “이 지사의 현장 지휘 퍼포먼스는 민첩하고 빠르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번 먹방 때는 왜 그렇게 미적거렸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이낙연 전 대표측은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보”라고 비판했고, 야권은 “이미지 정치에만 빠진 이 지사가 온갖 언론플레이를 하다가 결국 이번에 사달이 났다”며 총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황교익 논란으로 이재명 지사는 코드 인사 성향과 이미지 정치 과몰입의 부작용을 노정시켰습니다. 굳건하게 여야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재명 지사의 대세론은 집권 가능성을 높여주는 최대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대통령에 준하는 엄혹한 검증의 잣대도 같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몰락의 진입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8월 21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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