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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쟁 접고 공약부터 내라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8. 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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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튀어나오는 국민의힘 내분 이슈에 당은 말 그대로 ‘콩가루 집안’이 됐습니다. 최근 국민의힘을 뒤흔든 사건은 ‘윤석열 캠프 비상대책위원회 검토설’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필자가 논란이 되기 며칠 전 ‘“한방에 훅 간다” 이준석 축출 시나리오’(8월 17일자) 칼럼을 쓴 적이 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갑니다. 비대위 검토설은 논란이 되기(20일) 적어도 2주일여 전부터 ‘대표 리스크’와 함께 터져 나온 보수진영 일각의 ‘이준석 모두까기’ 한 소재에 불과했습니다. 일부 보수 강경당원들은 “이준석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비대위로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이 대표 체제를 갈아엎고 비대위 체제를 세우자는 그 실현 가능성보다 국민의힘 강경당원 저변에 깔린 이준석 비토 분위기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한풀이식 전략에 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전 총장측이 비대위 검토설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눈엣 가시같은 이준석 대표를 간단하게 처리하면 윤석열 대세론도 굳어지기 때문에 경선 전에 이준석을 제거하자는 아이디어도 캠프에서 숱하게 논의되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렇게 이 대표를 굳이 제거하겠다면 ‘차도지계’로 간접적인 압박 작전을 펴거나, 이준석 대표가 ‘다이’를 선언하고 스스로 카드를 던질 때를 기다리는 등의 입체적인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강경당원의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던 비대위 검토설이 윤 캠프 ‘누군가’의 공식적인 워딩 확인으로 기사화되면서 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캠프 핵심인사의 생각이 아닌 한 실무자의 단순한 아이디어가 캠프 전체의 ‘음흉한 전략’으로 확대 재생산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윤석열 캠프는 권력갈등 소지가 다분한 비대위 문제에 대해 그 정무적 대응이 너무도 미숙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측의 비대위 검토설 논란에 대한 어리숙한 대응을 보면서 이들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은 아닌지 현미경을 좀 더 가까이 들이대보겠습니다. 4가지 단점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먼저 윤석열 전 총장과 캠프의 위기관리 능력이 낙제점 수준입니다. 최근의 국민의힘 내분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에 그대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준석 팬덤’이 존재하는 현재의 대선 구도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2030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는 시그널이 나옵니다. ‘민지야 부탁해’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최근의 이준석 포위 전략은 그 자체로 젊은 층의 윤 전 총장 지지를 철회하는 기제가 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국민의힘 내분은 윤 전 총장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당의 분열과 윤석열 지지율은 반비례합니다. 내분의 일상화는 미래권력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태정치의 표상입니다. 윤석열로 대표되는 국민의힘 미래권력은 희망과 통합, 비전을 말해야 합니다. 윤 전 총장의 리더십이 이준석 대표를 압도해야 합니다. 이 대표와 대립 갈등을 벌인다는 것은 이준석과 같은 레벨임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를 포용하는 전략으로 나가야 윤 전 총장의 위상도 보수정당의 실질적인 넘버원이 되는 것입니다. 당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을 대신할, 합리적이고 중도 지향적인 2인자를 전면에 내세워 ‘1인 플레이’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세론으로 민주당 인사들까지 끌어들여 인재 영입을 하고 있는데, 이준석 한명을 잡지 못해서 비대위 검토설 등으로 캠프 전체가 난리가 나는 상황이 과연 수권정당의 유력 대선후보에 걸맞은 대응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일부 캠프 참여 인사들의 ‘설화’로 내분이 더 격화된 것도 윤 전 총장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말해줍니다. 캠프의 일사불란한 의사전달 체계가 확립되어 있어야 따로 노는 인사들의 ‘실언’도 잦아들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와의 초반 관계 설정 실패도 윤 전 총장에게는 부담입니다. 젊은층과 민심의 지지로 당선된 이준석 현상은 국민의힘이 대선까지 끌고 가야 할 소중한 정치자산입니다. 하지만 초반에 이준석 대표를 ‘어린아이’ 취급하며 ‘셀프 입당’을 한 순간부터 상황이 묘하게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 인사들까지 끌어 모으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왜 자당의 이준석 대표는 쫓아내려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이준석 대표와의 전략적 연대로 완전히 작전을 변경하지 않으면 당 내분의 부담은 두고두고 윤 전 총장을 괴롭힐 것입니다. 당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이준석을 박살내서 나홀로 운전하는 것보다 이준석을 운전수로 끌고 가다가 스스로 정거장에 내리게 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인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준석과 동행하면서 정치혁신을 실험했지만 실패했다는 것과 이준석이 당을 휘젓고 다니며 까불어서 내쫓았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이준석 폭망 이후 윤 전 총장이 얻을 정치적 이익이 무엇인지 캠프의 유능한 전략가들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봤으면 합니다.


 

윤 전 총장의 줄 세우기 정치도 새로운 미래권력을 원하는 시대정신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의문입니다. 최근 국민의힘에는 윤 전 총장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윤 전 총장측은 웬만하면 ‘서류심사’만 보고 합격 도장을 찍어준다고 합니다. 최근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을 영입해 국회 기자회견까지 한 것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말이 많았습니다. 민주당 인사 영입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유 전 구청장도 유능한 정치인이긴 하지만 너무 구시대 인물이 아니냐는 반응도 많습니다. 대세론을 무한확장 시키기 위해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끌어넣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캠프도 한번쯤 점검을 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급조된 인사들은 대부분 ‘자기 정치’를 하려는 의지도 강합니다. 개인의 인지도를 끌어올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하게 되고 그것이 ‘설화’로 이어집니다. 이제부터라도 새롭고 참신한 인물 영입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부분은 윤 전 총장이 입당 이후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제시하며 판을 주도하고 있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는 당심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뒤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라는 논란이 거셌던 공약 하나로 대세를 확실히 잡아나갔습니다.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장 뜨거운 이슈였기에 이명박 후보는 경선 판을 주도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반대를 한다는 것은 그 이슈에 관심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재명 지사가 논란이 많은 기본 시리즈를 끊임없이 밀고 나가는 것도 어찌 되었든 경선 판을 자신의 정책으로 주도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입니다. 윤 전 총장은 6월 29일 대권도전을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 대운하’나 ‘기본 시리즈’같은 대표적인 윤석열 공약이나 정책을 낸 적이 없습니다. ‘준비도 안 돼 있지만, 준비할 능력도 안 되는 것은 아닌지’ 당 안팎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집니다. 

윤 전 총장이 정책과 비전 제시로 묵묵하게 전진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준석 대표의 당 분란 야기도 구태정치로 비쳤을 것입니다. 미래권력이 진흙탕에서 같이 싸우다 보니 한통속 구태가 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해 묵묵하게 망치질을 하는 기골장대한 목수의 이미지가 고양이와 태평하게 노는 것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유능한 검찰총장 출신의 공정 전도사라는 이점마저도 이준석 대표와의 샅바싸움으로 다 날려버리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지 관리하느라 공개일정도 잘 하지 않고 뒤로만 숨고 있습니다. 전언정치가 부활했다는 비판이 당연히 나오게 됩니다. 문재인과 맞짱 뜨던 패기의 윤석열을, 국민들은 이미 잊었습니다. 국민들은 윤석열에게 ‘당신이 코로나와 힘겹게 살아가야할 우리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유능한 국가지도자의 실체를 보고 싶어 합니다. 지지율에 숨어 요리조리 기회만 엿보려는 행보로는 대권에 다가설 수 없습니다. ‘윤석열 정책이야기’로 자신 있게 붙고 시원하게 난제를 정리해나가야 희망이 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현재 위기관리 능력 부재, 이준석 관계 설정 실패, 마구잡이 인사 영입, 담론 주도 실패 등의 ‘4면초가’에 빠져 있습니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한 줌 승리 가능성을 들먹이며 사탕발림 대세론을 귀에 속삭이는 간신들과 무능한 권력바라기들부터 쳐내야 합니다. 

 

(8월 24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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