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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야홍’ 홍준표가 뜨는 까닭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9. 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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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뜨고 있다고 합니다. 당내 일정한 세력도 없는 홍 의원의 지지율이 들썩거리자 일각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며 인정을 하지 않습니다. 홍 의원이 호감형으로 변신해서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민낯’이 드러나자 그에 실망한 지지층이 홍 의원으로 옮겨갔다는 반사이익론과 당 내홍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를 지지해준 홍 의원에게 젊은층들이 ‘동병상련’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도대체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은 왜 올라가는 것일까요?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는 크게 세 가지의 원인이 복합적인 상승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먼저 20~30대 젊은층의 지지가 홍 의원의 상승국면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27~28일 전국 성인 1015명을 상대로 한 범보수권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홍 의원은 20대(23.7%), 30대(24.5%), 40대(23.2%)에서 윤석열 전 총장보다 적합도가 높았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에 의뢰해 2주마다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홍 의원은 20대만의 지지율에서 16차(6월 둘째주)에서 12.9%, 20차(8월 셋째주)에서는 22.0%로 2배 점프해 전체 대선주자 가운데 1위를 차지했습니다. 홍 의원이 윤석열 전 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모두 제치고 20대에서 지지율 원톱을 찍은 것입니다. 

이 자료만 가지고 20대의 정치 성향을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20대 표심의 변화 기류는 감지됩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20대(남성)는 이념보다 ‘이익’과 ‘정서’에 따른 선택으로 그 표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징후가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런 20대의 투표 경향성이 이번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20대가 젊은 주자인 여권의 박용진 의원이나 야권의 하태경 윤희숙 의원을 더 지지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것만 봐도 20대의 정치적 성향은 나이와 이념을 떠나 오로지 그들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공감대를 같이 나누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젠더 갈등 등으로 20대 남성의 사회 불평등 의식과 불공정 인식이 더 높아지면서 이 문제에 공감해주고 해결해줄 ‘사이다 정치인’을 선호하는 성향도 엿보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홍준표’라는 정치인을 대입해보면 20대 지지의 수수께끼가 어느 정도 풀립니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말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MBC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파생된 ‘무야호’(무지하게 신난다)라는 인터넷 밈을 패러디한 것으로 홍 의원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홍 의원은 젊은 층의 ‘부름’에 화답하기 위해 고시제 부활, 수시 폐지, 흉악범에 한해 사형제도 부활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홍 의원은 젊은 층의 지지에 부합할 만한 다소 ‘선정적인’ 공약을 기반으로 경선 초반 구도를 윤석열 전 총장과의 양강 대결로 굳히겠다고 공언합니다. 

그런데 홍 의원의 이런 젊은 층 어필 행보를 보면, 그것이 정밀한 연구 끝에 나온 정책이 아닌 의지할 곳 없는 젊은 층의 기분만 띄워주는 ‘선동 정치’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홍 의원은 의붓딸 살해·강간 혐의를 받는 계부를 두고 “이런 놈은 사형시켜야 되지 않나”라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홍 의원의 이런 과격한 주장은 젊은 층 사이에서 ‘사이다’라며 환영받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조차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대선주자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망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 이후 사형을 실시하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흉악범을 사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그 사회적 합의를 지켜나가기 위해 국민들은 인내와 절제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층에 어필해 표를 얻어 보려는 한 대권주자의 얄팍한 정치술수에 그동안 우리가 지켜온 사회적 합의 노력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홍 의원의 ‘이런 놈은 사형시켜야 한다’는 발언은 ‘기본소득제 포퓰리즘’보다 더 악성의 ‘사형제 포퓰리즘’입니다. 오죽했으면 보수진영에서조차 홍 의원을 두고 ‘한국판 두테르테’라며 비난을 할까요. 

홍준표 의원은 경남도지사 재임시절인 지난 2016년 하반기 전국 17개 시·도지사 직무수행에 관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17명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홍 의원은 경남도민의 33%에게서만 긍정평가를 받았고 부정평가는 51%였습니다. 취임 직후 일어난 진주의료원 폐쇄 논란과 무상급식 갈등이 경남도민의 평가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 의원으로서는 한 여론조사 결과로 지사직 전체를 평가받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홍 의원도 최근 발표된 ‘일부’ 젊은층의 지지율 상승을 마치 자신의 공인 것처럼 자화자찬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홍준표 의원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사실 홍 의원에 대한 젊은 층 지지율 상승의 원인은 ‘홍준표’라는 대선주자의 비전과 국가운영능력 때문이 아니라 이준석과 윤석열이라는 반사체 덕분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0선에 36세로 보수야당의 수장에 올랐던 그 기적의 기저에는 젊은 층의 ‘묻지마 지지’가 숨어 있습니다. 이 대표가 8월 이전 윤석열 전 총장과 계속 갈등을 일으키자 20대는 ‘이준석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 국면이 있었을 때 홍 의원이 용감하게 이준석 대표 편을 확 들어버렸다. 20·30대가 그 모습을 보고 지지세가 간 것 같다. 2030은 자기 자신을 이준석 대표한테 투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은 이준석 대표를 지키기 위한 2030의 ‘간접 지원’에서 나온 것입니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의 범야권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홍 의원이 민주당 지지층의 압도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역선택’ 효과도 무시 못할 요인입니다. 

20대의 지지율이 높은 것을 두고 홍 의원은 “윤석열에 실망한 표심이 나에게 이동한 것”이란 취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지지에서 빠진 비율이 그대로 홍준표 쪽으로 이동했다는 근거는 그리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 분석은 최근의 홍 의원 지지율 상승이 윤석열의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20대의 정치성향 변화와 이준석 현상, 민주당 지지층 역선택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결론은 홍준표의 향후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을 예상케 합니다. 홍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 때 드러난 막말과 불통 이미지를 이번에는 많이 개선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개선의 결과가 최근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 아닙니다. 홍 의원의 대선 공약 가운데 여권이 놓치고 있는 것도 있지만, 20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공약이나 실현 불가능한 뻥튀기 정책도 있습니다. 결국 홍준표라는 대선주자는 지난 4년 동안 발전과 변화를 한 것이 아니라 젊은 층의 성향과 정치지형이 바뀐 것에 자신의 몸을 우겨넣고 있는 것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그 끄트머리에 묻어가며 뒷북을 두드리는 사람이 정치인은 아닙니다. 미래를 예견하고 혁신과 비전으로 세상의 변화를 선도해 나가는 사람이 정치인입니다. 코로나 시대 출구전략과 선진국 비전 제시라는 2022 대선의 시대정신을 추동해내는 정치인이 국가를 이끌어야 합니다. 20대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이번 대선 정국에서 홍준표 의원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물을 것입니다. 

 

(9월 2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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