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국민의힘 ‘3중 복합 분열’ 위기 본문

정치

국민의힘 ‘3중 복합 분열’ 위기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8. 12. 11:53







728x90
반응형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국민의힘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 경선이 가까워오면 원래 대권주자들 간의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지게 마련인데, 국민의힘의 최근 내홍은 당 대표와 대권주자들 간의 힘겨루기라는 점에서 사상 초유의 새로운 대권 권력 갈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지도부 및 대선주자들끼리도 서로 견제하며 권력쟁투를 벌이면서 국민의힘 ‘경선 전쟁’은 대표와 지도부, 대권주자들끼리 서로 물어뜯으며 ‘다발성 골절’의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분열 조짐에 대해 김어준은 “이러면 야당이 콩가루 집안이 되는 것이다. 내가 딱 원했던 그림”이라며 반색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홍이 심각한 조짐을 보이는 것은 그 분열 구도가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간의 내부분열, 당 대표와 일부 대선주자들간의 기싸움, 여기에 대권주자들끼리도 서로 공격을 하면서 당은 점점 ‘중층적인 아사리판’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먼저 당 지도부 내부 권력 갈등을 보겠습니다. 국민의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의 추인을 받은 당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는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당헌당규상의 경선 룰을 제외한 경선일정과 예비경선을 비롯한 세부규칙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논의사항’ 가운데 하나가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정책 토론회입니다. 이 대표는 경준위가 경선 룰을 제외하고 ‘세부규칙’을 폭넓게 정할 수 있다고 보고 예비주자들의 정책 토론회도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조수진 김재원 최고위원 등은 ‘토론회 개최는 경준위가 아닌 선관위 소관’이라며 이 대표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조수진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명직이 아니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되었기 때문에 당 대표를 견제할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이런 세부적인 규칙적용까지 대표와 이견을 보일 경우 이 대표 위상이 상당히 불안정해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0선’에 36세 어린 대표라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지도부 일원인 최고위원들까지 나서서 이 대표를 공개 디스하는 것은 ‘선당후사’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웬만한 쟁점은 지도부가 합심해서 대표를 밀어주는 분위기로 나아가야 대선주자들도 당을 우습게 보지 않습니다. 지도부 내부적으로 의견일치가 되지 않으니 당 전체가 완전히 따로 노는 형국이 돼 가고 있습니다. 대선은 국회의원 한명 한명이 모두 자신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권주자가 있습니다. 캠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주자를 지원하게 됩니다. 최고위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토론회 개최를 두고 당 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표면적인 것이고 이면에는 각 최고위원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권주자를 간접 지원하기 위한 권력 투쟁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선후보 경선 관리는 더욱 어렵고 복잡한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간의 갈등은 더욱 심각합니다. 윤 전 총장측은 이 대표가 토론회를 밀어붙이는 ‘진의’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특정주자를 밀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 주자에게 유리한 이벤트를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신인인 윤 전 총장은 아직 여의도의 정책 토론회에 익숙지 않습니다. 최근 ‘1일 1설화’로 더욱 입조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본격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토론회에 나가 ‘구정물’을 뒤집어쓸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윤 전 총장측이 이준석 대표와 계속 권력싸움을 벌이는 것에는 이 대표가 특정주자를 암묵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의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경선 판을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유 전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강행하려고 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너무 나간 것”이라는 반응이 대체적이지만 윤 전 총장측에서 볼 때는 토론회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경선 관리자로서 다양한 대선주자를 확보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초반부터 윤석열 대세론으로 흘러갈 경우 경선 주목도는 상당히 떨어지게 됩니다. 

이 대표로서는 굳이 유 전 의원이나 오 시장을 밀어줄 까닭이 없지만 그들 카드도 살아있다는 것을 흘리면서 경선판에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 대표가 최근 ‘오세훈 차출설’에 “가능성은 낮지만, 그런 음모론 좋다”고 반응한 것도 윤 전 총장을 긴장시키기 위한 포석입니다. 당 바깥에 훌륭한 ‘메기’(오세훈)가 있으니 당 속의 미꾸라지들은 긴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은 자신을 미꾸라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을 메기도 잡아먹는 돌고래라고 생각하는데 ‘메기’를 들먹이니 짜증이 나는 것이고 그래서 이 대표를 잇달아 치받는 것입니다. 

대선주자들끼리의 권력싸움도 당 내홍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잠잠하던 홍준표 의원은 최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출렁거리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이때다 싶어’ 물어뜯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훈련이 안 된 돌고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등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막말 비난과 분열 조장이란 ‘복당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또 다른 대선주자 윤희숙 의원은 “지지층 편 가르기에 기대 경선을 치르려는 분을 어떻게 정권교체의 선두로 세우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앞으로 윤 전 총장은 물론이고 또 다른 유력주자 홍준표 의원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견제도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선주자들간의 싸움이 정책과 아젠다 중심이 아닌 개인 헐뜯기로 수렴된다면 경선 자체에도 악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렇게 당이 경선도 하기 전에 ‘3중 복합 분열’ 양상을 보이는 책임은 이준석 대표에게 있습니다. ‘어린’ 대표를 밀어줘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지만, 더 큰 실수를 하기 전에 구체적으로 지적을 해서 경선 판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는 대선후보의 경쟁력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최대 강점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정치입니다. 국민의힘과 국가를 위해 ‘패가망신’을 무릅쓰고 대선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후보들을 배려하고 소통하고 공감해주는 당 대표의 세심한 뒷바라지가 아쉽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대응도 상당히 ‘검찰스럽습니다’. 포용과 인내보다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만 노정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추진하는 이벤트에 최소한 한 번은 응해주고 반대를 해야 설득력이 있습니다. 최근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와 갈등 양상을 보인다’는 질문에 대해 “그런 것(갈등설)을 해소할 만한 것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당 대표와 원내대표도 없는 ‘빈 집’에 들이닥쳐 입당원서를 낼 때부터 지지율만 믿고 안하무인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은 지금도 살아있습니다. “정책과 아젠다 중심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세 과시 차원에서 마구잡이로 끌어다 발표하는 줄 세우기 정치로 대세를 거저 먹으려고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 정치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준석 대표에게 “11월 초면 너도 끝이니 그냥 ‘옥쇄’ 넘기고 조용히 있으라”고 당무우선권으로 무력시위를 계속한다면 아무리 어린 대표라도 고춧가루를 뿌리고 싶을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은 ‘숫자’로 국민의힘을 접수할 것이 아니라 정책과 국가운영 능력으로 당의 곳간을 차지해야 합니다. 대세론으로 당을 깔아뭉개기만 하다가는 언젠가 그 발판이 자신의 얼굴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8월 12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