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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패싱 vs 윤석열 패싱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8.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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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간의 신경전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당의 대선 이벤트에 연속으로 불참하자 당 안팎에서는 ‘이준석 패싱’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경쟁주자들은 “입당해서 따로 놀 거면 뭐 하러 들어왔느냐”며 윤 전 총장을 흘겨보고 있습니다. 정작 윤 전 총장측은 “우리가 알아서 잘 하는데 왜 오라 가라 하느냐”며 이 대표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해 모처럼 반색하던 국민의힘도 대권주자들과의 불협화음으로 대선 레이스 초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서 정당의 당수는 그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제왕’이 될 수도 있고 ‘따까리’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역대 당수들 가운데 대선후보와 당 대표를 ‘겸상’했던 유력대권주자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하지만 대권-당권 분리 원칙에 따라 유력 주자가 당 밖에서 ‘섭정’하는 형태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어떤 유형의 당수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이 대표는 역대 당수와는 사뭇 다른 태생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당 대표는 유력대권주자와 수직적인 협력추종관계로 맺어져 있었습니다. 계파 내부의 교통정리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보스’의 결재에 따라 당 대표가 선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의 경우 박근혜 탄핵 이후 유력 대권주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당의 오너십도 공중에 붕 뜬 상황이 지속되다가 탄생한 일종의 ‘돌연변이’입니다. 더구나 36살에 불과하고 0선으로 원내 경험도 전무합니다. 하지만 10년 풍찬노숙을 하며 익힌 생존술을 바탕으로 순전히 ‘이준석’이라는 브랜드 하나 만으로 당 대표직에 올랐습니다. 당연히 이 대표에게는 무한한 프라이드가 생겨났을 것이고 ‘나도 대권을 노려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커졌을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이 대표는 압도적인 국민 열망에 의해 자신이 태어날 수 있었던 그 ‘시대적 소명’에 화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의 최근 대권주자 ‘관리’ 방식을 두고 ‘자기정치’와 ‘책임론’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먼저 자기정치의 시각에서 보겠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경선 초반부터 ‘버스론’이라는 개성 있는 대권구도 프레임을 설정한 뒤 자신이 주도적으로 이 판을 이끌어왔다고 자부합니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하자 기습 입당으로 ‘이준석 패싱’ 논란이 일었지만 이 대표는 그 결점보다 자신이 윽박질러 윤 전 총장을 결국 버스에 태우게 됐다는 승리감에 도취돼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습니다. 윤 전 총장은 결과적으로 ‘어린’ 이 대표의 ‘착한 협박’에 굴복해 제 발로 당으로 찾아가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꼴이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차마 ‘어린 이준석’ 면전에서 고개는 숙이기 싫어서 이 대표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부랴부랴 입당원서를 냈던 것입니다. 기습입당을 하기는 했지만, 지지율 1위주자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지 입당 이후 윤 전 총장의 ‘뒤끝’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당 대표가 주관한 첫 번째 경선 이벤트인 대권주자 쪽방촌 봉사활동에 불참한 데 이어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도 빠졌습니다. 자신이 주관한 행사에 연일 불참하자 이준석 대표는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도 얼굴을 붉히며 감정대립을 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측은 “당 대표가 대권주자 전체를 ‘집합’시켜 놓고 그가 ‘센터’에서 주인공이 되는 장면을 굳이 연출할 필요가 있느냐”며 발끈합니다. 지도부에서 비교적 중립노선을 걷고 있는 김재원 최고위원도 “대선주자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되는데 (중략) 당 대표가 좀 너무 주인공이 되어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조금 보완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완곡하게 이 대표를 비판했습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대권꿈을 굳이 숨기지 않는 이 대표가 가끔 자신의 ‘관리’ 의무를 잊어버리고 본능적으로 ‘대권주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 같다. 흉중에 숨어 있는 대권주자의 야망이 당 대표로 있으면서 언뜻언뜻 표출된 것이 자기정치로 비쳐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가 젊은 당수로 급부상한 것에 도취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하는 의욕과잉이 잦아지면서 대권주자들을 자신의 병풍으로 만드는 ‘자기정치’에 빠져들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는 이 대표가 의도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당의 경선관리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당원, 의원들과 어깨 걸고 함께 가지 않는 경선 관리는 대선 필패의 지름길입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소통 의지’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대표의 첫 번째 경선 이벤트라면 대권주자들과 사전에 일정을 상의하고 조율한 뒤 일부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그 이유를 분석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를 여유를 두고 기획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도 ‘내가 소집했으니 모두 응해라’고 일방적이고 권위적으로 경선을 관리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대권주자들의 반발이 이어질 것입니다. 이는 곧 ‘수권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대선 경쟁력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원팀’의 단결력과 열정을 한 데 모으는 것이 당 대표의 중요한 역할입니다.경선 관리 방식의 갈등에 대한 또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그것은 이 대표의 자기정치 때문이 아니라 “이 대표가 ‘36세 당 대표’ 탄생의 시대적 소명에 따르기 위해 기존의 경선관리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자신이 기존의 당 대표 선출과는 다른 방식, 즉 한 보스의 ‘지명’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민심의 지지로 탄생했기 때문에 대선경선 방식도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대선국면에서 존재했던 역대 ‘당수’들과는 태생적으로 다른 정치인입니다. 0선도 당 대표가 되는 세상이 됐으니 대선경선 관리 방식도 그 시대에 맞게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시도 자체는 좋지만 대선판에서 리스크가 너무 큰 정치실험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새로운 경선관리 접근방식은 존중받아야 되고 어리다고 해서 그냥 무시하는 대권주자들의 태도는 크게 비판받아야 한다. 다만, 이 대표의 ‘도전정신’은 높이 사야하지만, 대선은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니라 실력을 보여주고 모든 것을 거는 자리다. 이 대표가 정치실험을 하기에 대선은 너무 큰 판”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또 다시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1일 1설화’로 대권주자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입당으로 중도층 소구력도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지율 1위만 믿고 쫄래쫄래 줄을 서는 ‘의원님’들을 마치 쇼핑하듯이 캠프 바구니에 쓸어 넣으며 계파정치를 부활시키고 있습니다. 정치철학과 국가운영 비전이라는 바구니는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집권가능성이라는 베팅주머니만 펼쳐놓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입당해서 이름만 걸어놓고 ‘개인플레이’를 하려는 것도 당과 대표를 우습게 보는 오만한 행보입니다. 윤 전 총장은 유력주자 지위만을 누리려고 할 뿐 당을 위해 헌신하려는 자세는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비록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당으로 들어온 이상 국민의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어린’ 대표와 ‘동석’하지 않으려는 것은 1위주자의 포용력이 아닙니다. 지금은 ‘이준석 패싱’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해가 지고 지지율이 떨어질 때 ‘윤석열 패싱’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요?

(8월 7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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