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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입당과 국민의힘 리스크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3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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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습니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 3월 초 검찰총장을 사퇴한 지 4개월여 만에 윤 전 총장은 대권도전의 길을 열었습니다. 윤 전 총장이 그동안 ‘간보기’ 행보를 한다는 비판을 받다가 이번에 전격적으로 입당을 결행한 배경에는 ‘쥴리 벽화’ 등 여권의 네거티브 공격이 도를 넘어서면서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지지율 1위의 최대 잠룡이 ‘버스’에 탑승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빅텐트 경선’으로 후보 단일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윤석열 전 총장의 경선 승리 여부가 최대의 빅이슈로 부상하면서 국민적 관심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변수’가 국민의힘에게는 대선의 최대 지렛대이자 동시에 ‘리스크’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11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선 예비후보 간담회에는 김태호 박진 안상수 유승민 윤희숙 원희룡 장기표 최재형 하태경 황교안 홍준표 후보(가나다순) 등 11명이 참석했습니다. 많기도 합니다. 정작 ‘최강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알맹이가 쏙 빠진 간담회였습니다. 이것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쟁의 현 주소입니다. 11명의 지지율을 전부 합해도 윤석열 전 총장을 따라잡지 못하는 암담한 현실이 그들 앞에 놓여 있습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의 첫 모임을 주목하는 것은, 이들 11명이 과연 최종 대선후보를 위해 ‘기꺼이’ 뛰어줄 헌신적인 자세가 돼 있는지 회의적이기 때문입니다. ‘굴러온 돌’ 윤석열을 위해 당을 통째로 넘겨줘도 되느냐는 것이 11명 후보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간담회에서 보여준 11명의 시기와 견제의 목소리는 윤 전 총장 입당 후 드리워질 암운을 미리 보는 듯합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무엇을 만들지는 못해도 다른 사람의 그림에 재를 뿌리는 것에는 아주 능통합니다. 2007년 대선 때 친노의 미움을 샀던 정동영 후보가 대 참패를 기록한 것도 ‘원팀’의 정신을 망각한 진보진영의 시기와 질투로 인한 분열 때문이었습니다. 

국민의힘 11명의 예비후보들이 간담회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성토’를 이어간 것은 대부분 정치바닥에서 수십년 산전수전 다 겪으며 대권후보 도전 자리에 올랐는데 6월 29일 정치참여 선언한 정치초짜에게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권주자가 돼도 11명의 ‘선배’들이 그를 위해 온 몸을 던져 희생할지 의문이 듭니다. 이것이 바로 윤석열 리스크의 본질입니다. 이 윤석열 리스크는 곧 국민의힘의 대선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윤 전 총장의 입당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합류로 체면치레는 했지만 전통의 보수야당 자존심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당내 주자들은 ‘윤석열’이라는 벽에 막혀 자신들을 알릴 기회를 원천봉쇄 당하고 있었습니다. ‘지지율이 깡패’라는 정치 격언 앞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 11명의 모습은 초라해지기만 합니다. 윤 전 총장의 그림자에 가려져 11가지 색깔은 그 다양함을 뽐내지 못하고 그냥 우중충한 회색으로 머물러 있습니다. 

이것이 윤 전 총장의 탓만은 아니겠지만, 그가 외부에서 입당 간보기 행보를 한 달여 하는 사이에 당내 주자들은 그 소중한 시간마저도 윤석열에 모두 뺏겨버렸습니다. 윤 전 총장이 이렇게 국민의힘 주자들의 싹을 지지율로 압착해버린 것이 윤석열 리스크의 또 다른 본질입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대권구도의 역동성을 송두리째 빼앗아갔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외곽에서 빙빙 돌며 그 책임에서 자유로웠습니다. 그가 더 빨리 입당했다면, 국민의힘의 대선 단결력과 경쟁력도 더 커졌을 것입니다. ‘선배’ 주자들의 질투어린 시선과 견제의 무게도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이 등 떠밀려 입당은 했지만, 그가 얼마나 당내 반발과 거부감을 줄이면서 화학적으로 융합할지 미지수입니다.  

세 번째 윤석열 리스크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입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하면서 대권후보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마땅한 대권주자를 찾지 못한 국민의힘은 오로지 윤석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론이 시들해지고 비전과 역량을 갖춘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커질 수도 있는데 국민의힘 대권전략은 ‘윤석열’에 전부를 건 형국입니다. 윤 전 총장만 입당하면 만사가 다 해결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내의 철저한 검증 요구도 ‘유력주자 보호’ 명분에 밀려 일종의 터부가 돼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한나라당은 대선후보 검증위원회까지 만들어 이명박 박근혜 후보를 철저하게 검증했습니다. ‘예선이 본선’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두 후보가 서로 상대를 탈탈 털어 헤집어놓은 것이 본선에서 ‘예방주사’ 효과를 낳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지금의 ‘윤석열 대세론’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웬만한 도덕성 검증은 당 내부에서 차단되거나 쉬쉬 하는 분위기로 흘러갈 경우 이는 대선 본선 경쟁력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싸고 그가 검사 재임 시 다뤘던 각종 수사사건에 대한 객관성 위반여부와 처가와 배우자를 둘러싼 비리 의혹, 그리고 ‘쥴리 벽화’같은 민감한 검증 사안들이 수두룩합니다. 무혈입성한 지지율 1위가 곧 무결점 대권후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윤 전 총장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대권 준비를 끝내려는 국민의힘의 안일한 자세가 ‘윤석열 리스크’의 또 다른 본질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입당한 윤 전 총장에게 어떤 비단주머니를 건네줄지 모르지만, 그것이 단순한 은폐의 주머니가 된다면 대선 본선도 심각해집니다. 

정치권에서는 ‘쥴리’보다 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은 바로 ‘윤석열’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윤 전 총장은 지금까지 대표적인 정책 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 비전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국민들에게 차분하게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저돌적으로 ‘문재인 정권 도장깨기’로만 일관합니다. ‘대선’소주를 사나이답게 마시고 형님 포스를 발산하는 것이 멋지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지지율에 업이 된 한 정치신인의 오버로 보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윤 전 총장이 ‘대장부’ 콘셉트로 대선을 그저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그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도층도 지도자의 비전제시와 정책대안 역량으로 표를 던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입당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고삐 풀린 야생마를 앞으로 어떻게 키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입당한 것에 만족하고 풀만 먹인다면 윤석열 리스크만 더 키우게 됩니다. 11명의 ‘경쟁마’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달려보게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이 천리를 갈지, 제풀에 쓰러질지도 판가름 날 것입니다. 국가 지도자는 길러지는 것이지, 타고나는 것이 아닙니다. 

 

(7월 31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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