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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안철수의 막나가는 치킨게임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8. 1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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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의 합당이 결렬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8일 이번주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의 선택이 합당이 될지, 독자 행보가 될지 지금으로선 예단할 수 없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은 모든 대선후보를 한 텐트에 몰아넣고 그야말로 대동단결의 대오로 정권교체를 해야 할 상황에 있습니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이나 대선후보 경쟁력, 능력 있는 리더십을 요구하는 시대정신 등을 놓고 보면 야권의 정권교체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단 하나, 51대 49의 진영대결로 대선구도를 세팅하게 될 경우 해볼 만한 싸움이 됩니다. 이때 야권 단일 후보는 대선의 필승요소가 아니라 골리앗과 대결하기 위해 보수진영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무기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내년 대선은 보수진영에 어려운 싸움입니다. 

그럼에도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대표 간에 흘러나오는 합당 잡음은 두 사람이 과연 내년 대선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철없는’ 말싸움으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두 사람을 뜯어말리고 싶어도 그 ‘유치한’ 싸움에 끼어들 의욕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양측은 지엽말단적 자존심 대결만 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과거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 때보다도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곤 합니다. 그 이유는 양당 합당의 전제조건이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정무적’인 접근이 아닌 이준석-안철수 두 ‘보스’ 간의 유치한 감정싸움이 돼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서울 노원병 지역구 ‘정적’인 안철수 대표를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정치적 파트너로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지난 2019년 12월 말 새로운보수당 창당과정에서였습니다. 당시 이준석 대표는 안 대표의 입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무려 두 달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안 대표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려 두 달 동안 ‘아무런 답장도 주지 않는’ 상식이하의 행보를 보였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주장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안 대표의 정치 스타일에 학을 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막무가내 무응답으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애를 먹이는 정치 스타일을 경험한 것에 대해 지금도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안 대표를 불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두 사람의 손을 강제로 잡게 해주지 않는 이상, 이 대표와 안 대표는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안 대표의 정치적 존재감을 인정할 필요성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일단 경선버스가 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의 빅 2가 탑승하면서 거의 만석이 됐습니다. 지지율 2% 남짓의 안철수 대표가 탑승할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이 대표로서는 자신의 버스론이 빅2의 탑승으로 입증됐기 때문에 소기의 정치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부합니다. 눈엣 가시같은 정적을 버스에 태워 사사건건 말꼬리 잡는 정치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마음 편하게 혼자 버스를 몰고 가는 것이 낫다는 게 이 대표의 심산입니다. 

이 대표가 안 대표의 대권 행보에 끼어들며 디스를 하는 것이라면 안 대표는 아예 이 대표의 ‘존재’를 인정조차 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안 대표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이준석 대표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국민의당 공동대표로서 20대 총선을 지휘해 의석 38석을 얻는 정치적 성공을 거뒀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 대표가 올해 5월 기적같은 제1야당 대표의 꿈을 이루기는 했지만 안 대표는 여전히 ‘이준석은 내 발 아래 있다’는 의식이 강합니다. 이런 드센 자존심이 정치적 타협의 공간을 꽉 막고 있는 것입니다. 합당을 둘러싼 진통은 이미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안 대표가 합당 여부에 ‘예스냐 노냐’를 묻는 이 대표의 방식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항복 압박에 빗대자 이 대표는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답변”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이런 말들은 정치적 공세라기보다 상대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고 내던지는 감정의 배설같이 들립니다. 3석의 당 대표로서 저자세로 일관할 필요는 없지만, 103석의 제1야당 대표에게 던지는 말 치고는 정치적 금도를 넘어선 무례한 언사입니다. 무조건 판을 깨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안 대표가 이렇게 거칠게 이 대표를 몰아세우는 것에는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합당보다 제3지대에 머물러 있는 게 정치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안 대표를 살살 구슬려서 입당만 시키면 되는데 왜 이렇게 강하게 나가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안철수 효용론’이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안 대표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2% 안팎의 고정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 큰 수치는 아니지만, 중도 세력의 지지층이어서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국민의당은 여전히 7~8%의 지지율로 제3지대 중도 진영을 대표하는 현존하는 유일한 정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전 총장이 지지를 받는 중도층도 있지만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중도층도 분명하게 지금 존재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내가 대통령이 될 수는 없어도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은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수진영은 이회창 대세론이 일 때 이인제 후보가 끝까지 완주함으로써 이회창의 패배로 이어졌던 뼈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안 대표가 이 대표와 완전히 등을 돌리고 독자 출마해 완주할 경우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됩니다. 이런 리스크를 굳이 감수할 필요가 없는데, 이 대표가 감정싸움에만 빠져 대선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불만이 당내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안 대표도 이런 이 대표의 처지를 알기 때문에 더 막무가내식으로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총장이 입당함으로써 중도층을 견인할 플랫폼을 사실상 상실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계속 보수우익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렇게 당이 보수우경화 되어 간다면 중도층의 지지도 난망합니다. 이럴 때 안철수의 존재는 그 자체로 소중합니다. 그가 입당해서도 계속 중도층을 이끌어줄 정책과 아젠다를 보여준다면 국민의힘은 균형 잡힌 집권준비세력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끝까지 입당하지 않고 독자 완주 한다면 안철수의 2%는 일종의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안 대표가 끝까지 합당을 거부하고 대선을 완주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이준석 대표에게 갈 것입니다. 

현재 윤 전 총장과 최 전 감사원장의 경쟁력이 여전히 시험대에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강력한 대선주자 부재 상황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의 당내주자가 계속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차악’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국민의힘은 일종의 ‘보험’을 더 들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안철수의 정치적 역량이나 국정운영 능력 등은 여전히 검증이 되지 않은 영역이지만, 내년 대선에서의 효용성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줘서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 ‘반 이준석’ 세력의 대체적 인식입니다. 하지만 패기로 똘똘 뭉쳐 있고, 이준석 식 대선전략 개발에 골몰해 있는 이 대표의 위험한 도전은 그칠 줄을 모릅니다. 버스론을 입증시킨 뚝심에 정치적 강단도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제는 그 젊은 혈기에 세련된 기술을 하나쯤 얹어야 대선 자갈밭을 힘차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8월 10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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