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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 이준석에 찾아온 위기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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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로 취임 한 달을 맞습니다. 이 대표의 취임 한 달 평가는 일단 합격점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9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은 32%, 민주당은 31%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10월 둘째주 이후 무려 4년 9개월 만의 일입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민의힘 신임 대표의 성적표는 그 누구보다도 우수합니다. 대구 발언을 통해 탈출구가 없어보였던 탄핵 외통수 국면에 혈을 뚫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지지율 상승 효과는 당원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한달 동안 국민의힘에 새로 가입한 당원수는 3만 8330명으로, 지난 5월 신규 당원수(1만 3000명)의 2.7배가 넘습니다. 이 대표는 특히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을 정치에 적용해 톡톡히 재미를 봤습니다. 이 토론배틀은 문자투표 수가 12만건이 넘었고, 유튜브 동시접속자도 3만 3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시청률도 비슷한 시간대 민주당 예비후보자 토론회보다 1.7배 더 높게 나왔을 만큼 흥행 대박을 쳤습니다.  

이 대표는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이준석 팬덤’이 형성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인기의 이면에는 그가 역대 정당대표 가운데 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한다는 평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보수정당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이 대표의 ‘만렙 인지도’를 통해 젊은 정당으로 변신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에 의해 인위적으로 가공된 이미지가 결국엔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상존합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젊은 층에게 어필한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방식을 대선경선에도 도입할 방침입니다. 이 경우 TV토론회의 ‘일면 평가’ 방식이 아닌 팀 배틀과 압박면접 등의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는 ‘다면 평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이에 대해 “대선에서도 아주 젊고 새로운 방식으로 승리하라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평소 ‘정글같은 종편 출연 10년 내공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인지도를 높이고 생방송의 토론회를 통해 정치적 순발력과 센스도 키운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정치인들이 이준석처럼 ‘미디어 정치 천재’일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런 방식으로 정치에 데뷔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이 잘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독단적입니다. 정치적 잠재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해도 미디어에 최적화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로지 카메라의 각도에 맞게 정치인들을 일렬로 줄 세우는 방식이 과연 사회의 다양한 갈등구조를 ‘인문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정치영역에 맞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국민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감각적인 언어와 쇼맨십으로 시청률은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효율적인 인재영입 방식인지는 의문입니다. 아직도 40~50대가 국민의힘 주축이 되고 있고 현재 거론되는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대부분 50대 이상입니다. 이준석의 등장이 단순한 나이에 의한 세대교체가 아닌 장년층과의 세대 융합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현실적 상황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준석 체제 출범 한 달을 돌이켜보면 당 지지율과 호감도 상승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다소 불안정한 면도 노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 논쟁이 대표적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여가부 같은 것들이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다. 나중에 우리 대통령 후보가 되실 분이 있으면 폐지 공약은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며 여가부 폐지 주장에 불을 지폈습니다. 하지만 당내에서 조수진 윤희숙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또한 이 대표는 여가부 폐지 주장에 그치지 않고 통일부 존폐론까지 거론하며 여권과의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문제도 권영세 조수진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통일부 폐지론에 반박하면서 이 대표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습니다. 두 의원이 이준석 대표에게 비교적 호의적이라는 점에서 ‘우군’의 비판은 이 대표의 입지를 더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설익은 주장이 당 대표의 목소리로 나가고, 당내에서 이견이 뒤따르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본다. 앞으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 대표의 정치적 의도는 ‘작은 정부론’이 보수정당의 대표적인 아젠다라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정부론’ 자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여가부와 통일부 등과 같은 특임부서의 효율성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예산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 이때에 충분히 토론을 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더욱 필요한 ‘큰 정부론’도 제기됩니다. 이 대표가 이명박 정권 때의 ‘작은 정부론’을 들고 나온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단지 여권 공세용으로 비쳐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윤석열 최재형 등의 외부 야권주자 영입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대표의 여가부, 통일부 폐지 문제는 사실 대선주자가 선정되고 나서 그 수권세력의 ‘수장’이 대표성을 가지고 논쟁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차기 대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준석 대표가 작은 정부론을 주장하며 여권과의 불필요한 전선을 확대시키는 것은 정권재창출을 앞둔 국민의힘이 오만해졌다는 비판의 빌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 대표는 자당의 대권주자를 어떻게 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지 본인이 직접 공중부양하려는 ‘과욕’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보다 11월 후보단일화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준석 대표에게 놓인 가장 무거운 과제는 바로 이 문제입니다. 이 대표는 당 바깥에서 몸을 풀고 있는 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을 어떻게 해서든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 참여시켜 여야 1 대 1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권과의 여가부 통일부 폐지 논쟁으로 외부 대권주자 영입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대선주자가 본선경쟁에서 해도 될 논쟁을 이준석 대표가 마치 자신이 대권주자가 된 것처럼 논쟁을 주도하는 모습은 당 대표로서 적절한 행보가 아닙니다.

이번 여가부 통일부 논란으로 당 안팎에서는 과도한 미디어 노출로 인한 ‘이준석 리스크’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이준석 대표가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에서 격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재난지원금 지급같은 중요한 현안에 대해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혼자 ‘마음대로’ 여당 대표와 합의한 것에 대해 독선적 리더십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지금까지 대여 최전선에서 단독 드리블로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2선으로 내려와 전열을 정비하고 탄탄한 팀워크로 대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7월 13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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