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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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숫자놀음’에 낚이지 않으려면···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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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여야의 대권주자 경쟁이 폭염처럼 뜨겁습니다. 이 전쟁에서 여론조사는 각 주자들의 우열을 가리는 중요한 척도가 돼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가 중립적이고 객관성을 담보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특정 주자에 호의적인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면 이는 민의를 왜곡하는 일종의 ‘범죄’ 행위입니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론조사의 대표적인 수혜자입니다. 지난 6월 29일 정치참여를 선언한 윤 전 검찰총장은 다음날 국회 기자실을 찾았습니다. 그는 세계일보 부스에서 기자들에게 “그때 그 조사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도 안 왔다”고 말하며 ‘여론조사’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세계일보는 지난해 1월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때 윤 전 총장이 응답자 10.8%의 지지를 얻어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윤석열, 새보수·무당층 지지 업고 급부상…’이라고 대서특필했습니다. 

그때 윤 전 총장은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문재인 정권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세계일보는 검찰 중립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직에 있는 검찰총장을 이례적으로 대권 후보군에 올려 ‘정치적인’ 여론조사를 돌려 급부상을 보도했고, 이는 윤 전 총장 말대로 그가 대권도전까지 오게 된 최초의 트리거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때 윤 전 총장의 ‘의미 있는 수치’는 보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소지가 있었습니다. 세계일보 발표 전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1%)를 기록했습니다. 갤럽 조사는 전화 응답자가 선호주자를 직접 말하게 하는 주관식이었고 세계일보는 후보군을 불러주고 그 중에 한 명을 고르는 객관식이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주관식일 경우 특정정치인에 대한 응답자의 확고한 선호도가 담겨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지층으로 분류해 신뢰도가 높다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객관식일 경우 여론조사 설계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라고 말합니다. 여론조사 기관의 의도적인 ‘후보군 설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전 총장은 대선 후보가 6명으로 한정됐던 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주관식 조사에서는 3위로 밀려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는 특정주자의 이름을 직접 말하게 하는 주관식이 더 신뢰도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론조사의 이런 ‘사각지대’를 국민들이 잘 변별해내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의 정치권 여론조사는 그 결과에 담긴 ‘함의’를 읽어내는 것보다 조사의 수치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론조사를 대할 때는 점으로 찍히는 표층적인 지표보다 선으로 표현되는 심층적인 ‘흐름’과 ‘추세’를 더 유심히 봐야합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일어난 두 가지 여론조사 ‘논란’은 특정진영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입니다. 최근 윤석열 전 총장의 우세 흐름을 보여줬던 특정 여론조사업체의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가 돌연 중단된 것을 두고 정치권에는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논란은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 등의 의뢰로 매주 일요일 발표해온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를 지난 11일 발표하지 않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윤 전 총장측은 지난 13일 민주당 지지자들의 항의로 조사가 중단됐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세로 접어든 윤 전 총장이 근거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논란은 여론조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왜곡될 소지가 있음을 말해줍니다. 대권주자들도 여론조사기관의 ‘숫자놀음’에 놀아나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두 번째 예는 다소 정치적인 논란입니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0∼11일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자대결에서 이낙연 전 대표 지지율은 43.7%로 윤석열 전 총장(41.2%)보다 2.5%포인트 높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양자대결에서 윤 전 총장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아시아경제는 이에 대해 “이 지사 지지율도 정체를 보이며 이낙연 전 대표가 치고 올라오는 기세다. 특히 윤 전 총장이 보수야권 후보가 됐을 경우를 가상한 대결에서는, 이 지사보다 이 전 대표가 더 높은 경쟁력을 보였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조사결과에 대해 야권에서는 “정치적 편향이 있는 조사기관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결과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을 동시에 ‘저격’하는 것입니다. 각종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마저 제치고 윤 전 총장과의 맞대결에서 우세했다는 결과는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또 다른 조사에서는 이와 상반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은 이낙연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서 36.7% 대 31.7%로 오차범위 내 우위를 보였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서의 이 전 대표가 처음으로 우세했다는 결과와는 상반된 것입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윤석열 전 총장과의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를 낸 윈지코리아컨설팅은 전임 대표가 2019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역임한 ‘친문’ 이근형씨(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대위 전략본부 부본부장 역임)였고, 지금의 박시영 대표도 ‘친 민주당’ 성향의 여론조사 전문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정진영과의 친분관계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도 정치 편향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거의 날마다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현 시점이 대권주자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재명 지사와 추격자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지지율 1~2% 차이로 ‘대세론 붕괴 조짐’과 ‘1위 드디어 추월’같은 한끝차의 헤드라인을 얻게 됩니다. 야권에서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1%만 빠져도 ‘윤석열 거품 드디어 빠진다’같은 제목이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각 여론조사에는 표본오차가 있습니다. ‘표본오차가 95% 신뢰 수준에 ±3.0%포인트’라고 발표했을 때를 보면, 같은 조사를 100번 했을 때 95번은 오차가 ±3.0%포인트 안에 있다는 뜻입니다. 두 주자의 지지도 격차가 6.0%포인트 이내라면 누가 앞섰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요즘과 같은 박빙승부가 빈발하는 상황에서는 1~2%포인트 차이로 우세 열세를 가릴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어느 주자가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라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우세로 표현합니다. 국민들도 단순히 수치 1~2%의 차이로 대권주자들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경향이 점차 짙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정치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오로지 미디어를 통해 주자들의 선호도와 인기가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습니다. 미디어는 여론조사에 숨은 1인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해석해주는 것이 아니라 누가 1%포인트 앞섰다는 표층적인 숫자만 나열하며 경마중계식의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미디어의 이런 트랩에 거의 매일 낚이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수치의 등락보다 대권주자가 던지는 메시지와 국가운영에 대한 능력치를 구별해내는 혜안을 기르는 수밖에 지금으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7월 15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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