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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추미애 ‘명추 연대’의 끝은 어디일까요?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1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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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8명의 후보들은 4차례의 TV토론회를 거치며 일합을 견줬습니다. 대선 레이스 중간평가를 해보면 1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이 지사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사이다’를 버리고 방어적인 전략을 고수하다 확실히 판세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여기에다 ‘바지 발언’ 등으로 1위의 안정감을 확실히 심어주지 못했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그런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사실 2위 싸움입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에 이어 여권 선호도 2위를 달리고 있지만 3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추격이 매섭습니다. 추 전 장관은 예비경선 동안 이재명 지사를 밀어주고 당겨주는 ‘명추 연대’로 톡톡히 재미를 봤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일찌감치 ‘친문’의 대표주자를 자처했지만, 추 전 장관이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뒤 이상한 징후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친문이 예비경선에서 이렇다 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이낙연 전 대표를 버리고 추미애 전 장관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추미애 전 장관이 예비경선에서 이재명 지사와 연대를 시도한 것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애초 추 전 장관이 친문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재명 지사 공격의 선봉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추 전 장관은 이 지사의 수호천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친문 강경파 대표주자인 추미애 전 장관과 비주류 이재명 지사는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 힘든 조합입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입니다. 추 전 장관이 이재명 지사와 손을 잡으려는 정치적 의도를 살펴보면 ‘명추 연대’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먼저 추미애 전 장관의 확실한 ‘2등 전략’의 일환입니다. ‘명추 연대’는 이낙연 전 대표를 거꾸러뜨리기 위한 발판이자 후발 주자로서의 차별화를 보여주고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인 것입니다. 예비경선이 시작되기 전 당 안팎에서는 2위 이낙연 전 대표가 1위 이재명 지사를 어떻게 집요하게 공격할 것인가가 가장 흥미진진한 포인트였습니다. 이 전 대표의 ‘이재명 때리기’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 전 장관마저 이재명 공격에 가세할 경우 그 임팩트는 이 전 대표의 효과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 전 대표와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는 것이 아닌, 이 전 대표와 비슷한 행로를 밟을 경우 ‘이낙연의 그림자’에 묻힐 수밖에 없습니다. ‘명추 연대’는 이재명 방패막이 아니라 이낙연을 때리기 위한 우회전술이었던 셈입니다. 

예비경선과정에서 친문 진영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불만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맥락 없이 이재명 지사를 공격하는 것은 민주당 집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해당 행위라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특히 이 전 총리가 경선을 즈음해 조국 사태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친문 진영에서도 그의 ‘변절’에 대한 논란이 가중됐습니다. 이런 친문의 분위기는 5일 TV토론에서 추 전 장관의 ‘일갈’로 표출됐습니다. 추 전 장관은 이낙연 전 대표에게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총리로서는 반대했다고 했는데 그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여기느냐”라고 비판했습니다. 

추 전 장관은 이재명 지사를 쉴드쳐 주면서 이낙연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이루고, 이와 동시에 이 전 대표의 검찰개혁 입장 변화를 비판하며 친문의 지지를 더 유도해내는 양수겸장의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추 전 장관의 노림수는 일정정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예비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며 ‘그럭저럭’ 2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은 정세균 전 총리마저 제치며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분위기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여전히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추미애 전 장관이 빠르게 친문 지지층의 주목도를 높여가고 있다. 본경선에서 추 전 장관이 2위까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명추 연대’를 두고 또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추 전 장관이 “대권후보 자리는 이재명 지사에게 넘기더라도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자리는 내가 찜을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세론이 점차 굳어지면서 친문진영도 ‘현실을 인정하자’는 분위기가 점차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와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민주당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명분 없는 저항보다 실익 있는 연대가 더 낫다는 것입니다. 추 전 장관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지사를 밀어주고 그가 집권하게 되면 당의 세력판도도 ‘친이’ 중심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의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지사가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추 전 장관에게 서울시장직을 보장해주는 식의 ‘정치적 딜’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추 전 장관이 ‘잿밥(대권)보다 염불(지선)에 더 관심이 있다’며 그의 정략적 선택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로서는 추미애 전 장관과 연대를 이룰 경우 상당한 정치적 실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비주류 이 지사로서는 친문 강경파의 지원을 받고 있는 추미애 전 장관과의 연대를 통해 ‘민주당 적자’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범 친문 주자의 타이틀을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검찰개혁을 여전히 지지하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 이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추 전 장관과의 제휴는 그 자체로 ‘대선의 현찰’이 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 경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2위 싸움을 더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 지사의 날선 경쟁자였던 이낙연의 2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도우미’ 추미애의 2위는 친문의 상징성까지 이 지사가 가져온다는 점에서 더 파괴력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판도를 추미애의 분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일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변수가 하나 남아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지금까지 조국 사태나 검찰 개혁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불가근불가원’의 애매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승전조국’으로 검찰개혁에 매진해온 추 전 장관과 손을 잡기 위해서는 이 지사도 ‘조국의 강’을 건너야만 하는 것입니다. 중도층 확장을 위해서는 조국 사태와 결별해야 하고, 친문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추 전 장관과 연대해야만 합니다. 이재명 지사가 누구의 손을 먼저 잡느냐에 따라 ‘명추 연대’의 유통기한도 결정될 것입니다. 

 

(7월 10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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