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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적은 이재명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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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예비후보 TV토론회가 3회를 끝내고 8일 마지막 한 차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당 일각에서는 생방송 도중 돌발 상황이 발생할까봐 노심초사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바지 내릴까요"가 대표적입니다. TV토론회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흥행 디딤돌이 아니라 자당 후보들의 ‘싱크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1위 이재명 지사에게는 말조심 경계령이 내려졌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또 다른 ‘감정폭발 유도탄’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사실 지지율 1위 이재명 지사에게 이번 TV토론회는 그리 달갑지 않는 전쟁터입니다. 이 지사는 토론회를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뼈 때리는 지적과 은근히 상대를 자극하는 날선 ‘조롱’에 적잖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지사는 3차 토론회를 거치면서 몇 차례 흉중의 본색을 드러내고야 말았습니다. 토론회 내내 이 지사는 무한히 인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끝내 성격을 죽이지 못하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생방송이라 어떻게 해볼 여지도 없는 이 후보의 민낯이 조금씩 공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지사는 정세균 전 총리가 바로 옆자리에서 한 여배우와의 스캔들 논란에 대한 해명을 거듭 요구하자 정색을 하며 “제가 바지를 한번 더 내릴까요?”라고 즉각 되물어 토론회장을 싸늘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 전 총리도 얼버무리고 넘어갔지만 이 돌발적인 발언은 긴 후유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지사는 다음날 이 같은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앞으로는 그런 질문을 하지 말고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지사는 초반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박용진 의원에게 여러 차례 두들겨 맞았음에도 인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토론회에서 결국 폭발했습니다. 박 의원은 자유토론 시간 때 이 지사를 향해 ‘기본주택과 공공주택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이 지사는 주도권 토론 때 “입주자의 소득 제한이 없고, 소득이 늘어도 살 수 있으며 역세권 넓은 평수에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이 이 지사에게 “경기도 기본주택의 시범단지가 있다고 하셨는데 어디냐”고 묻자 이 지사는 “본인이 알아보시죠”라고 쏘아붙이듯 답했습니다. 

정치 토론회는 아무리 날선 공방이 오가도 끝까지 품위를 지키고 여유를 보여주는 사람이 승리하는, 일종의 ‘화내지마’ 게임입니다. 먼저 흥분하거나 발끈하는 사람이 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후보들은 서로 상대를 자극해 감정폭발을 유도하려고 합니다. 이런 덫에 바로 이 지사가 걸려든 것입니다. 이 지사가 정색을 하며 대꾸를 하는 장면이 몇 차례 생방송을 통해 공개되자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그동안 쌓아올린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다” “밑천이 드러나니 본색을 드러낸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있습니다. 이 지사가 TV토론회의 파괴력을 너무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용진 의원은 “위트로 해야 할 이야기를 정색하고 ‘바지 발언’으로 가버렸다. 본선에서 있었으면 폭망 각”이라고 이재명 지사의 ‘정색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바지 내릴까요’ 해프닝으로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명추연대’를 자처하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3차 토론회에서 “민망하고, 놀랍기도 하고, 엉뚱하고 부적절했다. 사과를 하시면 어떨까”라고 요구하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이 지사는 누나의 꾸짖음에 마지못해 사과하는 동생의 모습처럼 “유감스럽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지사에 대한 동정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손목 비틀어 사과를 받아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그냥 망신주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잔인한 행위다’ ‘마녀사냥 하려고 꼬투리만 잡는다’ ‘오죽했으면 바지 내린다는 말까지 하겠느냐’며 이 지사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지사가 이번 토론회에서 유독 피해를 많이 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내가 강하게 몰아세우는 것 같지만 2017년 이재명 지사는 훨씬 그 강도가 심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문재인 대세론을 허물기 위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발언시간의 대부분을 문재인 후보 관련 네거티브에 할애했습니다. 그는 7차례 열린 당내 대선주자 토론회 내내 당시 선두였던 문재인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였습니다. 그는 “그런가, 아닌가만 말하라” “A를 물으면 A에 대해 답하라” 등의 힐난조 어투로 문 후보를 자극했습니다. 이때 그는 친문들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절제와 품격이 요구되는 정치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보여준 돌발적인 언행은 결국 스스로의 점수를 깎아먹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1위의 장점을 토론회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반응도 나옵니다. 대세론 후보의 최대 장점은 안정감과 포용력입니다. 추격하는 후보들이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가장 말초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 지사는 너무 나이브하게 그 미끼를 덥석덥석 물어버렸습니다. 

이 지사는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승리했을 때 생방송 인터뷰를 하면서 고압적인 태도를 그대로 노출해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사고 수준의 정색 대응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이 지사는 앵커가 “선거 막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셨다”라는 질문하려 하자 “잘 안 들린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뒤, 귀에 착용하고 있던 인이어 이어폰을 빼면서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중단해 버렸습니다. 박용진 의원도 이에 대해 “이런 토론 자세.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불쾌한 일이 있더라도 대답하셔야 되는데, 예전에도 곤란한 질문하니까 인이어 빼서 집어던지고 생방송 인터뷰 중에 가시는 그런 모습으로 대통령의 태도를 가져가시기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사의 ‘바지 해프닝’이 대세론을 위협하는 최대 변수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2017년 이재명의 모습을 2021년에 다시 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다 성숙되고 안정감을 주는, 업그레이드된 이재명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상대의 감정자극 유도탄에 걸려들어 분노를 날것 그대로 표출하는 정치인을 보면서, ‘그래도 이재명’보다는 ‘역시나 이재명’이라는 반응이 더 많다면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성격’ 때문에 참모들이 기가 눌려 직언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캠프 내부의 ‘오냐오냐’ 하는 분위기 때문에 이 지사의 돌발적인 감정폭발이 계속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지사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김혜경 여사뿐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소년공 성공스토리’로 대통령 자리를 코앞에 둔 온 이재명 지사가 넘어야 할 마지막 허들은 바로 이재명 그 자신인지도 모릅니다. 오만을 내리고 겸손을 올려야 할 때입니다.  

 

(7월 8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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