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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숭밍숭한 이낙연의 뒤집기 전략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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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출사표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날 터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바지를 한번 더 내릴까요?”가 언론에 도배가 되고 있습니다. 이 전 대표측은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라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됩니다. 이낙연 전 대표에게도 한때 호시절이 있었습니다. 딱 1년 전만 해도 그는 대세론의 독주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9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갤럽 여론조사에서 24%를 얻으며 여야를 막론하고 독보적인 ‘1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달 1주차 발표에선 고작 6%를 기록했습니다. 1년 사이에 이 전 대표의 대권주자 위상은 급전직하 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는 지난해 지지율이 톱을 찍고 있을 때 당 대표직 수행 여부를 두고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대표로 가도 실익이 없다’는 의견과 ‘대표 검증만 통과하면 바로 대권이다’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좌고우면 끝에 그는 당 대표직 도전을 택했습니다. 지난해 8·29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는 6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돼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이때의 결단은 좋았지만 그 후가 문제였습니다. 비주류에 별다른 당내 지원세력도 없는 이 전 대표로서는 처음 맞아보는 유력대권주자 지위에 ‘사심이 생겨’ 멈칫거렸던 것입니다. ‘나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과한 욕망은 이 전 대표의 ‘사심’을 더 흔들었습니다. 

사실 180석 압승의 당 대표는 자신이 그 권력을 어떻게 누리느냐에 따라 실로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사심’은 그를 리더의 자리보다 대통령과 친문세력의 눈치만 살피는 ‘소심한 대표’로 몰아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엄중 낙연’입니다. 그는 기자들이 질문을 하면 시원하게 대안을 내놓는 믿음직한 집권여당의 대표모습이 아니라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뒤로 숨기 바빴습니다. 그의 잠재적 라이벌이었던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 계곡을 휩쓸고 다니며 불법 시설물 등을 철거하고 코로나19 방역으로 신천지 본부를 급습하는 등 맨몸으로 조직을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과 비교해 ‘엄중 낙연’의 이미지는 ‘능력 없는 리더’의 모습으로 덧칠돼 갔습니다. 

여기에다 재보궐선거 공천이 이 전 대표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는 계기가 됐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이 전 대표가 당 수장으로 있을 때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 잘못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는 기존 당헌의 ‘무공천 원칙’을 개정해 4.7 재보궐선거에 자당 후보를 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이 전 대표에게 최종 책임이 있는 이 하나의 결정으로 그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재보선 공천은 민주당을 내로남불의 상징으로 고착화하는 대 악수였습니다.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주장한 이재명 지사의 원칙론과도 대비돼 이 전 대표는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공천을 포기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장기적으로 나은 선택’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공천을 관철시키고 당의 권력구도를 이낙연 중심으로 확실하게 재정립했어야 했습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너무 친문 강경파 눈치만 본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쪽 편에 치우치지 말고 이 전 대표의 본래 모습인 통합과 균형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고 이것이 신년 인터뷰 때의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 발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전 대표의 사면 발언은 친문뿐 아니라 중도층의 반발까지 불러일으키는 역풍을 맞았고 청와대가 뒷짐을 지며 모른 척 하자 결국 이 전 대표도 ‘소신’을 거둬들이고 말았습니다. 이런 오락가락 행보 이후 그의 지지율은 급락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돌발변수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덕성 검증의 주요 소재인 불륜 스캔들과 욕설 파문 등의 상당히 민감한 이슈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지사가 이 문제를 ‘바지 내릴까요’ 수준으로 감정 대응할 경우 더 깊은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스캔들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 없이 ‘그만하면 됐다’라고 오만하게 대응하다보면 그는 자신의 힘으로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 진창에서 빠져나오려면 ‘고해성사’라는 외부의 밧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이 전 대표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이 지사의 극단적인 감정표출이나 말실수 등으로 인한 ‘자멸’의 뒷공간을 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사측은 민주당 ‘국민면접’에서 최종 1위를 차지한 것에 무척 고무된 모습입니다. 또한 1위 이재명 두들기기를 계속할 경우 이 지사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네거티브 대응전략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과 관련해 이 전 대표는 “학술적으로는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인은 어떤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하는 것이 좋다”며 이 지사의 ‘말실수’를 부각시켰습니다. 하지만 친문진영에서는 “말꼬리 잡는 수준으로 특정주자를 흠집 내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며 이 전 대표를 곱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본 경선에서 이 전 대표가 사용할 수 있는 ‘반전 카드’로는 반 이재명을 고리로 한 정세균 전 총리 등과 단일화가 거론되고 있다”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대표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이 상대방의 실수에 의한 반사이익으로 대권에 도전하려는 시도 자체가 구태의연한 방식입니다. 이낙연의 장점은 안정감과 통합의 리더십입니다. 그렇지만 실수를 피하려고 수비위주의 방어적인 전략만 펼칠 경우 죽도 밥도 안 됩니다. 대중들은, 현안마다 시원하게 자신만의 언어로 ‘단칼 정리’를 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입’을 더욱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준석 팬덤을 형성해 나갑니다. 이낙연 팬덤을 만들려면 이제부터라도 사안을 명쾌하게 분절해 대중들 귀에 쏙쏙 들어가게 하는 예의 ‘사이다 총리’ 기개를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입니다. 김영삼 노무현의 경우는 비주류였지만 선명개혁 노선을 견지해 결국 성공했습니다. 반면 박근혜는 ‘경제민주화’로 좌클릭해 중도층을 흡수하며 정권재창출을 이뤄냈습니다. 3번의 사례 모두 쉽지 않은 선거였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는 그가 문재인 정권 내내 총리와 당 대표 등의 요직을 거친 주자라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친문’ 정권재창출 도전입니다. 이 전 대표는 김영삼 노무현의 예처럼 선명 개혁노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국사태를 완전히 넘어서는 중도층 확장의 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전 대표의 가장 큰 문제는 밍숭밍숭함입니다. ‘정말 좋은 것도 아니고 정말 나쁜 것도 아니고 적당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말입니다. 개혁도 빠지고 중도도 빠진 자리에 이낙연은 과연 무엇을 채워 넣으려는 것일까요?


(7월 7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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