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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본소득제와 이명박 ‘747 공약’의 평행이론?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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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권주자들은 지난 3일 밤 첫 번째 TV토론회를 가졌습니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은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제였습니다. 박용진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 등은 이 지사가 지난 2일 기본소득이 1번 공약이 아니라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수시로 말이 바뀌는 것 같다”고 공격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도 “기본소득 정책도 차제에 정리하고 폐기하는 게 어떠냐”고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이에 이 지사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관심이 많긴 하지만, 아직 공약 발표를 한 적이 없어서 1번 공약이라고 할 수 없다”라며 빠져나갔습니다. 

사실 이재명 지사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는 데 기본소득제의 아젠다 세팅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2년여 가까이 이어져온 기본소득 논쟁은 진보진영 경제학자들도 문제를 제기할 만큼 끊임없이 그 허점들이 지적됐고, “‘알래스카 빼고 기본소득을 하는 곳이 없는데’(이낙연 전 대표) 우리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지사도 최근 들어 기본소득제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슬며시 꺼냈고, 정책폐기에 앞선 출구전략을 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증폭됐습니다. 첫 번째 대선후보 토론에서 민주당 주자들은 바로 이런 이 지사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제 도입을 공식적으로 천명했습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제 공론화를 위한 대통령 소속 기본소득제도 공론화위원회 설치와 구성 등에 관한 입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르면 올 10월부터 경기도 내 일부 시군 농민을 대상으로 1인당 매월 5만 원씩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합니다. 일단 로드맵대로 기본소득제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기본소득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태세전환’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지사의 트레이드마크가 돼 버린 기본소득제에 대한 말바꾸기 논란은 정책의 연속성과 유력주자의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악재입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제 논란에 다소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이 지사는 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이 기본소득제 말바꾸기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이를 변명하고 해명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본인의 주장대로 아직 공약에도 들어가 있지 않은 ‘가제’에 불과함에도 후보들의 공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일이 반박하는 것이 오히려 이 지사를 더 궁색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어렵게 얻은 1위 주자의 지위를 놓지 않으려고 조급하게 변명일변도로 일관하는 것이 문제를 더 꼬이게 하는 것 같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지사는 그동안 기본소득제를 국가 대개조 전략의 일환으로 가장 중요하게 다뤄왔습니다. 그럼에도 정치적으로 불리하다고 해서 바로 ‘손절’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닙니다. 국민들은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져 그 실책을 응징하려는 게 아니라, 이슈를 대하는 지도자의 태도와 정직성을 더 눈여겨 봅니다. 대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논박하면서 ‘지금의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결론이 나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소상하게 설명하고 그것을 철회하는 용기와 소신을 더 높이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사는 기본소득제에 대한 경쟁후보들의 집중공격이 이어지자 토론회 다음날 ‘국민면접’에서 “1번 공약은 성장 정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성장은 기본소득제라는 복지 이슈와는 극단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정책입니다. 성장은 야당이 감세와 함께 주장하는 대표적인 보수진영 아젠다라는 점에서 이 지사의 생뚱맞은 ‘성장 담론’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신뢰성이 자꾸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식의 즉흥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제 정책 논란을 보면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내세운 ‘747 공약’이 오버랩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7%대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고, 국민 소득은 4만 달러가 될 것이며 세계 7위의 경제 부국이라는 전대미문의 경제 성공 신화를 쓸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당시 ‘747 공약’을 내걸었던 이유는 보수 정권이 경제 분야만은 진보 정권보다 유능하다는 허황된 논리를 증명해보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747 공약’은 경제이슈였지만 정치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이슈의 비중이 점차 커졌지만 재원마련의 벽 때문에 포퓰리즘적 요소가 강한 ‘정치적인 이슈’로도 인식되고 있습니다. 재원문제와 관련해 박용진 의원은 “1년에 1인당 100만원 정도를 주는 데 필요한 50조원을 증세 없이 (예산 절감으로) 조달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50조원을 허투루 쓰고 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야권에서도 “사기성 포퓰리즘”(유승민 전 의원) “청년·서민 좌절을 먹고사는 기생충”(원희룡 제주지사) 등의 거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지사가 재정이고 뭐고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집권을 위해 기본소득제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옵니다. 이 지사는 민주당 1차 토론회에서 말바꾸기 논란이 거세지자 다음날 “(기본소득제가) 핵심과제는 맞고 순차적으로 꼭 할 것”이라고 추진 의사를 재확인 했습니다. 이 지사 스스로도 ‘속도조절’과 ‘완전폐기’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입니다. 

유력 대권주자들은 저마다 집권을 위해 아름답게 포장된 정책들을 많이 내세웁니다.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다소 무리한 정책도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들은 또 여기에 현혹돼 엄청난 표를 몰아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들이 내세운 공약이나 주요정책들이 얼마나 소리만 요란한 ‘빈총’이었는지 알게 됩니다. 이명박의 ‘747 공약’은 13년이 흐른 지금도 실현되지 않은 엉터리 공약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기본소득제 논란은 그 실현 여부가 핵심이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무리한 정책을 입안할 정도로 우리의 현재 산업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돼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국민들이 이 지사에게 묻는 것은, 기본소득제가 옳고 그르냐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감소 가능성이 불러온 국가의 산업구조 위기 타개에 대한 대안입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2년 동안 기본소득제를 국가 대개조의 시각으로 접근하며 이슈를 키워왔습니다. 기본소득제의 전장터로 들어올 때는 자의로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 나갈 수 없습니다. 갑자기 ‘없던 일로 해주세요’ 하는 지도자를 국민은 어떻게 믿고 표를 던질 수 있을까요? 집권이 가장 유력한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가 ‘747’과 같은 정치적 사탕발림이 되지 않도록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대권주자들이 헛된 공약으로 국민을 비행기 태울 때 더 조심해야 합니다. 

 

 

(7월 6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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