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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와 이재명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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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형식은 파격적입니다. 기존의 ‘의원 병풍’ 관습에서 벗어나 암전을 배경으로 ‘이재명’만을 또렷하게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몇몇 대권주자들이 코로나19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판기념회 등을 개최하며 세몰이를 하는 구태를 답습하는 것에 비하면 ‘비대면 출마 선언’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내용은 비장합니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비판을 의식해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 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라고 설파했습니다. 출마 선언문은 경제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실용정치에 대한 소신이 담겨 있는 ‘역작’으로 평가됩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대선출마 ‘이벤트’는 나름대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지사는 올해 초부터 여권의 경쟁자들을 모두 따돌리고 지지율 1위의 강력한 위상을 견지해오고 있습니다. 웬만한 변수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지지율을 볼 때 차기집권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오만의 외투를 벗고 겸양의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이 지사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선 출마 선언 이벤트도 전체적인 콘셉트를 ‘낮은 데로 임하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이번 출마선언은, 소년공에서 대권주자로 ‘개천 용’의 성공스토리를 쓰고 있는 이재명만의 단독샷이 가장 임팩트가 있어 보입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홀로 앉아 있는 이 지사의 모습에서, 그 어떤 정치적 미장센도 놓지 않고 오로지 이재명의 경쟁력과 능력만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도 읽힙니다. 이 지사의 차분한 내레이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첫번째 대권 도전 당시 격정적인 출마선언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결 안정된 모습입니다. 국민들이 ‘이 정도면 국가를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도록 최대한 낮은 자세와 톤을 유지했습니다. 적절한 자료화면과 차분한 설명이 더해져 설득력이 있고 몰입도도 높았습니다. 특히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윤봉길 의사 기념관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정식’이 지지자들의 무질서로 한때 난장판이 연출된 것과 대비돼 더 극적인 효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이 지사는 출마 선언 후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습니다.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는 관행을 깨고 대신 무명용사비를 참배했습니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세상은 이름 없는 민초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이름도, 위패도 못 남긴 그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또한 기존 전직 대통령 중심 참배의 구습을 깨려는 새롭고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이 지사의 고향인 경북 안동시를 찾아 이육사 시인 생가를 방문했습니다.

이 지사로서는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운’ 대선 출정식 이벤트였습니다. 정치전문가들도 ‘정교하게 잘 짜여진’ 이벤트기획이었다고 호평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감동과 감흥이 별로 와 닿지 않는다’는 일부의 지적입니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대선에 임하는 이재명 지사의 정치적 상황을 ‘뉴와 올드의 싸움’이라고 말합니다. 여권 지지율 1위에 차기집권이 유력하다는 것은 이미 ‘올드’의 영역에 들어간 것을 의미합니다. 이 지사가 아무리 대권재료들을 새롭게 포장을 해도 이미 그것들은 한번 이상 노출된 것들입니다. 2018년 경기도 지사 취임 이후 이 지사는 도정보다 국정에 더 전력투구를 했습니다. 기본소득 논쟁을 비롯해 각종 국가중요 정책과 이슈들을 섭렵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이 지사의 정책들이 긍정적으로 회자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미 올드한 영역으로 대중들은 인식하게 됩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정치홍보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이 지지율 1위 주자의 홍보 전략이다.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한다. 정치에서는 열세에 놓인 약자를 응원하려는 언더독 효과가 대세론의 밴드왜건보다 더 크게 나타날 때가 많다. 국민들은 권력을 가진 자에게 본능적인 거부감과 저항감을 보인다. 오만함은 권력이 경계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다. 문재인 정권이 최근 들어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지사의 대선 출정식 전체 퍼포먼스는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했지만, 왠지 공허해 보인다. 국민들에게 원초적인 감동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지지율 1위를 누려온 유력주자의 예견된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이미 강자로 인식되고 있는 이 지사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7월 1일 이재명 지사의 대권 출정식이 ‘쥴리’ 뉴스에 묻혀버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는 지난달 30일 온라인매체 ‘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쥴리였으면 거기서 일했던 쥴리를 기억하는 분이나 보셨다고 하는 분이 나올 것”이라며 “내가 그런 적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가려지게 돼 있다. 이건 그냥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혹의 당사자가 제 발이 저렸는지 먼저 그 벌집을 건드린 것입니다. 여야는 일제히 김씨의 인터뷰에 대해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치명적 실수다”며 윤 전 총장 측의 최악 대응을 질타했습니다. ‘쥴리’ 뉴스는 7월 1일 가장 많이 본 뉴스 각종 분야에 1위로 오르며 이재명 지사를 밑으로 밀어내 버렸습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온라인 속설은 정치에서도 적용됩니다. ‘정치인들은 부고 빼고 모든 뉴스를 다 좋아한다’는 게 여의도 법칙입니다. ‘쥴리’ 뉴스가 윤 전 총장에게 타격을 주고는 있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윤석열의 지명도와 유력주자로서의 위상을 더 끌어올려주는 효과도 낳고 있습니다. 반면 이 ‘소동’으로 인해 이재명 지사의 공 들인 대권 출정식 뉴스는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습니다. ‘쥴리’ 뉴스는 윤 전 총장에게 치명적이지만 ‘뉴’의 영역에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출정식 이벤트는 독창적이었지만 ‘올드’의 이미지가 점증됩니다. 특히 이재명 지사의 ‘독주’에 대한 피로감이 갈수록 깊어지게 되면 ‘올드’의 이미지도 더 고착화될 것입니다. 

이재명 지사는 ‘비주류 흙수저’로 집권세력의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로 발돋움했습니다. 순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낸 대단한 정치적 성과입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결실이 내년에 나타날 것입니다. 8부 능선 고지에서 그는 대세론의 피로감과 마주해야 합니다. 그가 아무리 새로운 요리를 내놓아도 이미 국민들은 한번 맛을 본 것들입니다. 여기에 다른 주자들의 새로운 요리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면 이 지사의 레시피에도 한계가 올 수 있습니다. 차라리 정통 맛집의 뚝배기 장맛으로 정면승부를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기교에는 한계가 있고 진심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7월 1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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