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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김종인의 윤석열 길들이기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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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참여 기자회견이 긴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여권에서는 저주에 가까운 막말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집권하게 되면 여권은 그야말로 벌집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집권세력의 ‘윤석열 공격’은 생존을 건 전투가 될 전망입니다. 반면 야권에서는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정치신인의 데뷔 무대 치고는 괜찮았다. B학점 정도는 된다’며 안도감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 “내 정치철학은 국민의힘과 같다”며 긍정적 시그널을 일단 발신했습니다. 이제 공은 국민의힘으로 넘어갔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윤 전 총장이 쏘아올린 공을 어떻게 리시브 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기자회견이 있던 6월 29일 저녁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배석자 없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만찬을 마친 뒤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운동을 다녀오느라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못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볼 시간이 없었다’라고 하면 될 것을 ‘운동 때문에 못 봤다’고 대답했습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뉴스 가치가 김 전 위원장의 운동시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하찮은 일이었던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김 전 위원장은, 그가 끝내 전화를 하지 않자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며 고춧가루를 뿌려댔습니다. 그리고 ‘운동 때문에 기자회견을 못 봤다’며 김종인의 ‘뒤끝 작렬’ 2탄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굉장히 언어가 정제돼 있고 고민이 녹아있는 연설이었다. 많은 국민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윤 전 총장의 뜻이 상당 부분 일치함을 확인한 것에서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호평했습니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 기자회견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한 것은 정치입문에 대한 예의를 표한 것일 뿐 다음날 윤 전 총장을 만난 직후 “경선버스는 무조건 정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며 윤 전 총장을 압박하는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특유의 ‘무관심’ 대응으로, 이 대표는 정시 출발론으로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을 은근히 종용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김종인의 윤석열 길들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능력치’를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어오려 합니다. ‘이김 연대’는 노회한 정객의 꾀주머니를 빌려 보겠다는 이 대표의 영민한 발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당 안팎에서 김 전 위원장의 ‘월권’과 오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을 향후 대선후보 경선에서 중용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김 전 위원장도 야권 집권이 점차 유력시되는 현재의 대선 판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지분’을 들이밀려고 할 것입니다. 이런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윤석열 길들이기’라는 공통분모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 여부가 지지율 유지에 달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X파일 검증의 파고도 유연하게 넘어 지지율을 잘 유지한다면 그가 굳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로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무조건 손뼉 칠만한 상황이 아닌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이 버스에 탑승하지 않고 끝까지 제3지대에 남아 야권 후보단일화를 할 경우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 세력에 ‘접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캠프 사무실을 광화문에 마련하고 자체 대변인실을 늘리는 등 캠프를 외부인사 위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국민의힘 힘을 빌리지 않고 독자생존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지율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면 즉각 짐을 싸고 국민의힘 방패막으로 들어가겠지만, 그렇지 않고 지지율이 받쳐줄 경우 최대한 버티기를 해서 세력재편에 나설 수 있습니다. 윤 전 총장으로서는 그 치고 빠지기의 타이밍을 잘 잡아야만 합니다. 

윤 전 총장 기자회견에 25명의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낸 장면은 야권 권력구도를 읽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윤 전 총장 기자회견 자리엔 국민의힘 의원 24명(정진석, 권성동, 이달곤, 김성원, 박성중, 백종헌, 서일준, 안병길, 엄태영, 유상범, 윤두현, 윤주경, 윤창현, 김선교, 이만희, 이용, 이종배, 정점식, 정찬민, 지성호, 최형두, 태영호, 한무경, 홍석준)과 무소속 송언석 의원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향후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연대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차하면 의원 20명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창당’의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배수의 진을 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면면만 본다면 원내 교섭단체로서의 경쟁력은 충분히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내 ‘윤석열계’ 윤곽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만 24명이 윤 전 총장 기자회견에 나타나자 당 내부에서는 “당원 홍준표 의원의 정책발표회에는 의원 몇 명만 참석하고, 당원도 아닌 ‘일반인’ 행사에 얼굴도장을 찍는 게 유력주자 줄서기로 보여 좋아 보이지 않는다”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자회견장 대거 출현에 고무되었을 수 있습니다. 굳이 입당을 안 해도 되겠다는 자만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다 지지율까지 계속 받쳐주게 되면 윤 전 총장이 다른 마음을 먹을 수 있습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뒤끝 작렬’ 기자회견 반응과 이준석 대표의 ‘정시 출발론’ 재확인은 윤 전 총장을 길들이기 위한 최소한의 사전포석으로 보입니다. 윤 전 총장이 자체 부력을 확보하기 이전에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여야 이준석 대표의 위상과 힘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윤 전 총장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눌러놓아야 자신의 ‘킹메이커’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당신들 없이도 잘 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순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일정은 그 궤도를 이탈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권도전의 관건은 바로 지지율입니다. X파일 파문 이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주춤하는 양상입니다. 윤 전 총장에게는 이번 정치참여 기자회견 후의 지지율이 상당히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기자회견이 국민들에게 나름대로 평가를 받아 ‘그래 한번 지켜보겠어’ 하는 여론이 형성되면 윤 전 총장 지지율도 한층 안정세에 접어들 것입니다. 이렇게 윤 전 총장의 1위 지지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국민의힘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원심력도 가속화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이준석-김종인의 윤석열 영입 구심력은 그 동력이 점차 떨어질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의 독자생존과 이준석-김종인의 윤석열 길들이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6월 30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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