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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 이준석의 파격 행보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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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제1야당 당수에 오른 뒤 두 가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치 이벤트는 철저하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 위주로 구성해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대변인 공개 선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는 지난 27일 16강전부터 흥행 대박을 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자체 유튜브 중계에만 동시 접속자 2만 2000명이 몰렸습니다. 이에 따라 TV 중계가 예정된 8강전과 결승전도 국민들의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날 토론 배틀은 조별로 진행됐고 팀 토론 참가자 16명은 1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남녀노소가 나이를 떠나 몇 가지 정치주제에 대해 ‘동등하게’ 전략을 논의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정치의 미래를 말해주는 대목이라 할 만합니다. 정치가 엘리트 국회의원들의 고리타분한 ‘말씀’과 자기과시의 경연장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언어와 사고의 영역으로 내려와 펼쳐지는 ‘축제’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대표는 10년 방송출연의 고수답게 철저하게 ‘재미’의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쟁과 흥미를 유도하면서도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같은 고난도 정책이슈를 선택해 정치의 본령을 잃지 않으려고 균형을 맞췄습니다. 

‘나는 국대다’를 본 사람들은 “그동안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정치토론 프로그램만 보다가 정치도 예능으로 승화시킬 수 있겠다”라는 평가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정치를 지나치게 희화화하고 말초적인 흥미위주로만 몰고 간다”는 비판적 시각도 나오고 있지만 그 폐해보다는 정치의 중심에 ‘정치인’이 아닌 ‘국민’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봅니다. 정치를 ‘그들만의 리그’에 가두어두고 국민들은 철저하게 배제하는 배타적인 영역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즐기는 ‘유희의 수단’으로 발전시켜야 정치의 생산성도 높아집니다.  


이준석 대표의 이런 과감하고 도전적인 실험은 앞으로 정치 토론문화도 많이 바꾸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에 8강에 진출한 참가자들은 국민의힘 전 당직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일반인’입니다. 전체 평균 연령은 30.8세로 절반이 넘는 9명이 10, 20대였습니다. 젊은층이 정치를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우리들의 고민 해결장’으로 인식하게 되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또한 이준석 대표는 토론 배틀을 통해 국민의힘의 변화된 모습과 보수의 유연성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당과의 ‘정치 배틀’도 잊지 않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토론에 앞선 발언에서 청와대의 박성민 대통령청년비서관 발탁을 비교하며 “민주당에서 젊은 인재를 발탁해서 청와대 비서관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가 하는 시도가 그들이 하는 시도보다 훨씬 우월하고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흥미 위주의 정치 이벤트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영리하게 피해가는 통합의 정치행보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주말인 26일 백범 김구 선생의 서거 72주기를 맞아 백범 묘소를 참배했습니다. 그동안 보수진영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생각해왔다는 점에서 보면 이번 백범 묘소 참배는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그리고 지난 25일엔 진보진영의 성지 격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습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를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 그런 분들이 나온다면 제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첫 지방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좌클릭’ 행보는 보수진영의 터줏대감들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통합’의 행보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 국민의힘을 호남과도 연결한 전국 중도정당으로 그 지향점을 넓히겠다는 것이 이준석 대표의 확고한 소신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전통적 지지층들을 자극하지 않으려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봉하마을을 방문한 25일 저녁에는 직전 당 대표였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대표와 만찬회동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습니다. 강경 보수 홍준표 의원의 복당을 신속하게 관철시킨 것도 전통적 지지층에 대한 ‘원려’로 읽힙니다. 

이준석 대표는 정치현장을 10여년 누비면서 수많은 정치인들의 명멸을 지켜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내가 대표가 되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비전을 만들어나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당 대표가 된 직후부터 그 ‘비단주머니’들을 하나씩 풀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반드시 역습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을까요? 이 대표는, 당 혁신은 흥행의 극대화를 그 기준점으로 잡았지만 정치 행보는 통합의 균형감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대표는 흥미와 통합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이런 활발한 활동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상존합니다. 당 대표가 대선후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선후보 경선관리를 해야 할 당 대표가 자신이 그 경선에 뛰어든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도 들립니다. 이 대표가 의욕적으로 대표 임기 초반에 각종 이벤트와 파격 행보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이런 행보가 자칫 대선후보들의 존재감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대표는 차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의욕이 과잉 표출되면서 심판이 선수처럼 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선후보들이 최대한 자유롭고 돋보이게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당 대표의 역할인데 그 자신이 무대에 직접 올라 끼를 발산하려 한다면 대선후보 경선관리는 산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홍준표 의원의 복당과 이에 따른 당 내분 움직임은 장외 대권주자들의 ‘입당’을 주저케 하는 주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흥미위주의 이벤트와 파격적인 대외행보로 자신의 ‘대권주자 플레이’에만 빠져있을 경우, 대선후보 경선 버스가 성공리에 출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당 혁신과 경선 공정관리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차차기 꿈도 꿀 수 있을 것입니다. 영민한 36세 당 대표의 절제와 헌신도 기대해 봅니다.

 

(6월 29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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