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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철이 열어본 ‘윤석열 판도라 상자’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2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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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X파일이 대선정국을 휘젓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지라시’ 하나로 정치는 유령과의 싸움에 빠진 듯합니다. 사실 대선정국에서 유력주자의 X파일은 흔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언론사나 기업의 내부 정보보고용으로 만든 것도 X파일로 불립니다. 의원실이나 유력주자들의 참모들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정보기관이 만드는 경우는 ‘극비’로 취급돼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과거 국정원이 ‘정치사찰’을 할 때는 국회에 상주하는 국정원 정보원들이 매일 몇 건씩의 정치 동향정보를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접한 정치권 정보 관련자들이 취합해 X파일 형태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장성철 소장은 자신이 확보한 X파일에 대해 “하나는 정부기관, 하나는 여권발이다”라고 특정했습니다. 장 소장은 특히 “전반적으로 그냥 정부 기관이라고 말씀드린다. (전달자가) ‘어떤 기관의 어떤 부서에서 만들었다’라고까지 저한테 말을 해줬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적 수준의 정보보고용이 아닌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이 특정의도를 가지고 광범위하게 스크린을 해 만든, 내용이 구체적인 X파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X파일의 내용보다는 그런 ‘지뢰’를 해체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위기 대응능력입니다. 정치권에서 X파일은 정치경력이 조금만 있는 사람도 누구나 만들 수 있을 만큼 흔히 나타나는 ‘병가지상사’입니다. 그래서 그 출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라시’에 담긴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고 필터링해서 당사자의 타격을 최소화 시키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X파일에 관한 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된 정치인 중 한명일 것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과정에서 ‘지난 1996년 10월 같은 법원에서 선거법 위반과 범인도피죄로 400만원 벌금형을 받은 것을 비롯해 총 11회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11회의 ‘전과’만 적시해도 몇 십 페이지 분량의 X파일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정치적 파장과 공격 예상 포인트를 만들면 그럴듯한 X파일이 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꾸린 조직이 네거티브 대응팀이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BBK를 비롯해 현대건설사장과 서울시장 등을 거치면서 수많은 의혹들을 양산했습니다. 자신의 치명적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전국에서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할 ‘전문가’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정두언 전 의원(2019년 7월 16일 작고)이 그 총괄 지휘자였습니다. 이명박 네거티브 대응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대선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 때 큰 활약을 했습니다. 정두언 전 의원이 이명박 캠프의 넘버 2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전 대통령이 그만큼 네거티브 대응팀을 중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권을 잡고난 뒤 정 전 의원은 권력의 변방으로 밀려났습니다. 더 이상 네거티브에 대응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언론사 주요 에이스 기자들을 비롯해 여의도 정보와 관련 있는 인사들을 두루 ‘관리’하며 부정적인 정보유통을 철저하게 막고 또 순발력 있게 대응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에 줄을 선 일부 기자들은 각종 정보보고를 이명박 캠프에 쏘아주며 ‘세작’의 역할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BBK를 비롯해 가장 많은 도덕성 시비를 불러일으킨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531만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 중의 하나는 바로 네거티브 대응의 힘이었습니다.


 

이런 사례에 비춰보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윤석열 X파일’에 대한 윤 전 총장의 대응은 아마추어 수준도 안 되는 ‘걸음마’ 단계로 보입니다. 변호사들을 위주로 네거티브 대응팀을 꾸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X파일을 둘러싼 네거티브 대응은 ‘논리적인 영역이 아니라 고도의 정무적 영역’(홍준표)이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이 문제에 대응할 판단력과 인적자원이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윤 전 총장은 순전히 자신의 정치적 감각과 정무참모들의 보좌로 이 네거티브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장성철 소장은 자신의 X파일을 언급하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들은 별로 중요하게 보이지 않았고, 도덕적으로 국민들의 상식에 맞지 않은 사안들이 더 큰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변호사들이 ‘법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상식과 윤리의식 눈높이에 맞춰 정무적으로 ‘민심관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도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 이는 윤 전 총장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과연 윤 전 총장이 X파일에 담긴 각종 의혹들에 대해 그것들을 ‘법적 영역’과 ‘도덕성의 영역’으로 나눌 능력조차도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정치적 환경은 윤 전 총장에게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X파일 공방은 ‘윤석열’이라는 한 개인을 단숨에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띄워 올리는 애드벌룬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각종 네거티브와 부딪히면서 그에 대응하는 정치근육이 튼튼해졌고, 국민들은 그것을 ‘대통령이 유력한 사람이니 더 공세를 펼친다’고 오인하게 만드는 기제가 되었습니다. 윤 전 총장의 경우도 ‘차기집권이 유력하기 때문에 각종 마타도어가 나오고 있다’며 열혈 지지층의 결집을 더 부추길 수 있습니다. 그들이 오히려 X파일 논란을 ‘대통령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여기며 적극 맞설 경우 윤 전 총장으로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또한 X파일 공방으로 윤 전 총장은 그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국정운영 능력과 리더십 검증을 피해갈 시간을 벌 수도 있습니다. X파일 공방이 격화해지면 윤 전 총장에 대한 국가운영 능력 검증 이슈는 더 사그라들 수 있습니다. 네거티브 공방만 지속된다면 윤 전 총장은 동정표를 모으는 것과 동시에 리더십 검증의 주목도도 떨어지게 됩니다. 

윤 전 총장은 6월 29일 윤봉길기념관에서 드디어 대권도전 선언을 할 예정입니다. 그 전에 X파일 논란이 터져 여론이 온통 그쪽으로 쏠림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정치 데뷔 무대는 더 큰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대형 정치신인의 데뷔무대에 앞서 ‘노이즈 마케팅’으로 여론의 기대와 관심이 일거에 윤석열에게 쏠리는 것이 꼭 나쁜 상황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장성철 소장이 보았다는 그 X파일 속에는 데뷔하자마자 바로 은퇴를 할 수도 있는 휘발성 강한 이슈가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장성철 소장이 ‘윤석열 띄우기’에 나서며 미리 X파일 예방주사를 놓아준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한 정치평론가의 혼을 쏙 빼놓는 ‘판도라의 상자’였는지는 조만간 그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6월 25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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