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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연기 ‘송이 연대’가 뜬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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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 본격적인 대선 경쟁 파도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대선 경선 연기를 두고 친문계와 이재명계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양상입니다. 여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측은 대선 경선 연기 논란을 청와대 등정의 7부 능선으로 보고 필사진격의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명계는 그동안 굳건하게 지켜온 지지율 1위를 방패로 삼아 경선 연기 주장에 결사반대해 왔습니다. 반면 친문계 이낙연 정세균 이광재 등의 대권 주자들이 경선 연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들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이렇다 할 반격의 동력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바람’이 불면서 경선 흥행에 대한 우려가 다시 연기 주장으로 이어지며 계파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친문계의 경선 연기 주장에 대해 그리 설득력이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과거 사례가 이를 말해줍니다. ‘대선 180일전 후보 선출’ 당헌의 기본 취지는 상대 당보다 후보를 일찍 선출해 당의 전력을 대선후보 중심으로 일원화, 조직화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후보의 검증시간이 상대 당보다 길어지게 되고 컨벤션 효과도 떨어져 막상 대선이 닥치면 후보에 대한 피로도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이런 일장일단 때문에 민주당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당헌대로 후보를 선출한 적도, 후보들의 요청에 연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결과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였습니다. 이런 가변성 때문에 당 지도부도 어디에 베팅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은 경선을 그대로 밀어붙여 노무현 후보가 패배 직전까지 갔다가 정몽준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노 후보가 온갖 우여곡절 끝에 이기긴 했지만 이때부터 민주당에서는 ‘너무 일찍 선출해도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12년 대선은 경선을 3개월 전으로 미루며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 한 달 늦게 등판했지만 결국 패배했습니다. 경선 연기와 대선 승리 사이에 일정한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오히려 일찍 확정된 대선후보가 모두 승리했습니다. 1992년 14대부터 2012년 18대까지 당선된 대통령들은(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모두 상대후보보다 일찍 대선무대에 올라 승리한 경우입니다. 경선 스케줄이라는 형식보다 후보의 경쟁력이라는 내용이 대선에서 더 중요한 변수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지금 판세라면 이재명 지사의 민주당 대선후보 등극은 시간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친문계가 이렇게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까닭은 민주당이 통째로 이재명 지사에게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문들이 다시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직을 싹쓸이 했지만 당 대표 자리는 비주류 송영길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당의 주류가 붕괴될 징후가 처음으로 선거에서 드러난 것입니다. 송 대표는 민주당의 체질을 친문 중심에서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정당으로 바꾸고 싶어합니다. 친문의 강고한 틀에 막혀 있는 한 민주당의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친문 중심의 당 체질을 바꿔야 자신의 정치적 미래도 담보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송 대표는 이번에 66명의 친문 의원들이 연판장까지 돌리며 경선 연기 의총을 요구했지만 이를 들어줄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번 의총이 형식적 절차이며 경선 일정이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송 대표가 당 대표로서 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해 의총 소집을 요구한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통해 경선 일정 강행을 밀어붙일 태세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송 대표의 원칙론적인 입장은 이재명 지사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송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송영길-이재명 연대론’도 나왔습니다. 

현재 송영길 대표는 친문라인 윤호중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에 고립된 ‘섬’과 같은 존재입니다. 아직도 강성 친문이 당의 주류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명색이 당 대표이지만 자신의 뜻대로 당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당 대표 권한이 막강하긴 하지만 주변 우군이 없는 대표는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차차기 대권을 넘보는 송 대표로서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친문 견제가 필수적입니다. 송영길 브랜드를 민주당에 이식시키지 않으면 그는 소리 소문 없이 대권 권력도에서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그래서 송 대표에게 이번 경선연기 갈등은 자신에게 상당히 중요한 정치적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송 대표로서는 당내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이재명계와의 전략적 제휴가 필수적인 것입니다. 송 대표는 이재명계를 업고 당의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송 대표의 보호막을 통해 친문의 집중 견제를 견뎌낼 수 있게 됩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집니다. 이 지사가 대권후보로 공식 확정되면 그 파트너가 친문보다 비주류 송영길 체제가 훨씬 차별화 면에서 이익입니다. 이 지사로서도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 때까지 민주당에서 ‘송이 연대’가 가동될 것이란 관측이 일찍부터 나왔습니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의 세력판도는 친문 65% 대 비주류 35%의 구도였습니다. 송영길 대표의 득표율은 35%대로 2위인 홍영표 의원과 불과 0.59% 차이에 불과했습니다. 홍영표·우원식 의원 두 후보가 얻은 표는 65%에 달합니다. 최고위원 5명도 모두 친문 성향입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강성 중의 강성 친문입니다. 송 대표로서는 35%의 지지율만으로 당을 자신의 의중대로 이끌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차기 집권이 유력한 이재명 지사와의 연대가 필수적입니다. 송 대표로서는 ‘포스트 이재명’의 그림도 당에 자연스럽게 이식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주류임을 자임하고 있는 65%의 친문세력이 송영길-이재명 연대를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진 당의 적통을 이낙연 정세균 이광재 등의 친문 주자들이 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비록 대권후보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당만은 친문의 영역으로 남겨두려고 할 것입니다. 친노-친문으로 20년 동안 이어진 민주당 강성 주류들의 목숨을 건 저항이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영원한 권력은 없습니다. 친문이 누려온 기득권도 내려놓을 때가 올 수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경선을 통과해 대권후보가 되고 대통령까지 오르게 되면 민주당은 급격하게 이재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문은 탈레반과 투항군으로 분화될 것입니다. 경선 연기 여부는 친문이 문재인 대통령의 퇴장과 함께 쇠퇴의 길로 들어서느냐 마느냐 하는 중요한 갈림길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6월 22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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