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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변인’ 이동훈 사퇴 미스터리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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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시련이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직 정치참여 선언도 하지 않은 백지의 상태이지만, 그동안 일어난 몇 가지의 해프닝을 보면 윤 전 총장의 ‘미래’가 어느 정도 그려지기도 합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대권그림을 그리면서 두 가지 오점을 남겼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 9일 우당기념관 개관식 참석 때 일어났습니다. 윤 전 총장의 첫 번째 공개행사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을 모았지만 윤 전 총장은 ‘행사 기본취지에 충실하겠다’며 정치참여 등 숱한 물음에 묵묵부답했습니다. 

이런 ‘고구마’ 식 대응을 두고 ‘정치 참여가 뻔히 예상되는데 적절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현장의 무개념 대응에 언론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렀고, 무엇보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치인의 무책임한 ‘시간끌기’에 여론도 부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기자들은 정치인과 민심을 연결하는 첫 번째 관전자이자 기록자입니다. 그들의 ‘시선’이 모두 옳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여론의 평균 지향점을 향하도록 훈련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언론인들의 ‘첫 반응’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윤 전 총장은 언론에 자신의 매력을 처음으로 뽐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첫 인상이 좋지 않게 출발했습니다. 이런 부정적 기억은 윤석열이라는 지지율 1위 대권주자를 불안정하게 바라보는 첫 번째 요인이 됩니다. 

‘데뷔전’에 실패한 윤 전 총장의 우당기념관 해프닝 이후 언론의 ‘정치 참여’ 선언 압박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이준석 대표 등의 국민의힘 입당 요구도 더 거세졌습니다. ‘국민의 뜻대로 가겠다’는 지극히 애매모호하고 무책임한 미사여구만 늘어진 테이프 틀어놓듯 되 내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직접 나서서 말하라’는 강압이 계속되자 이번에는 대변인 2명을 내세웠습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출신입니다. 이 또한 여의도 기존 문법에 충실한 뻔한 수입니다. ‘조중’의 연조있는 언론인을 내세워 정무적으로 대세를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소통보다 제압의 성격이 짙은 인사였습니다. 이동훈 대변인도 ‘펜’ 출신이라 방송 등에 출연하며 유연하고 세련된 모습보다는 어색함을 벗기 위해 나름대로 적응하려는 분위기도 읽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윤 전 총장 측의 이동훈 대변인은 지난 20일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변인 임명 열흘만에 전격 물러난 것입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이라는 ‘황금보직’을 버리고 윤 전 총장에게 달려가 아마 무보수로 일 했을 이 전 대변인의 갑작스런 사퇴 소식은 정가를 뒤흔들었습니다. 기자들은 대부분 이 전 대변인의 사퇴를 ‘경질’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상록 대변인은 한 언론에 “실수가 있었지만 잘해보자는 분위기였지, 꾸짖는 자리는 아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변인이 윤 전 총장의 ‘입’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임명 10일만에 잘린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어설픈 사퇴 해프닝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갑니다. 

이 전 대변인이 ‘잘린’ 직접적 원인은 바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서입니다. 이동훈 전 대변인은 지난 18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그래도 될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불과 몇 시간 뒤 “국민의힘 입당 문제에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며 갑자기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이동훈-윤석열 두 사람 간 혼선이 공개적으로 노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대변인의 역할에 대해 언급해보겠습니다. 필자는 한때 한 대권주자의 언론특보 역할을 맡은 바 있습니다. 일종의 대변인입니다. 대변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치인의 의중과 비전을 정확하게 알고 그 내용을 정무적으로 잘 가공해 언론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 ‘가공’의 과정에서 대변인의 개인의견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부드러운 표현 정도로 ‘각색’하는 게 보통입니다. 정치인의 ‘워딩’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기 때문에 그의 의중과 맥락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변인은 늘 정치인과 ‘한 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 습관까지 전부 지켜보고 자신의 몸에 체화시켜야 합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한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변인 격’으로 불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대변인직을 잘 수행하기 위해 박근혜 위원장의 몇 년 치 언론 보도 ‘워딩’을 전부 정리해 거의 달달 외우고 다녔습니다. 박근혜의 말 한마디라도 왜곡되지 않게 하려고 박근혜의 말을 전부 외운 것입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일 때 아침마다 식사를 같이 하며 김 대통령의 말을 전부 기억하고 몸에 익혔습니다. 그리고 그 정제된 말을 언론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대변인’으로 재임하는 동안 별다른 소통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언제든 실수가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대변인’의 업무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이동훈 전 대변인은 어땠을까요? 그는 한국일보에서 근무하다가 조선일보 정치부로 옮긴 정치부 에이스 기자였습니다. 조선일보 정치부는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닙니다. 타 언론사의 에이스 중 에이스가 가는 곳입니다. 기자로서 정치를 보는 시각과 글쓰기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 그가 윤 전 총장의 말 한 마디를 잘 못 옮겨 잘렸다는 것은 사실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수십년동안 대변인들과 접촉해온 이 전 대변인이 ‘대변인’의 기본 원칙인 ‘워딩 제대로 옮기기’를 잘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일을 태만하게 한 것도 아닐 것입니다. 이동훈 전 대변인과 윤석열 전 총장이 서로 호흡을 맞추는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언제라도 ‘사고’가 터질 수 있는 조건이 있었던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에 미적거리자 이 전 대변인이 그냥 언론에 내질러 기정사실화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하극상’은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추론해 보면 이 전 대변인이 캠프에 합류한 뒤 몇 차례의 전략 회의를 통해 윤석열 전 총장의 의중과 계획을 대략 캐치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입당은 시기의 문제이지 가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머릿속에 그리고 언론 접촉에 임했을 것입니다. 윤 전 총장도 이 전 대변인과의 대화 속에서 입당 계획을 은연중 드러냈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전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의 입당 여부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정치부에서 잔뼈가 굵은 이 전 대변인이 윤 전 총장의 의중에 없는 얘기를 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과정에서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전 대변인이 입당에 대해 너무 명확하게 확인을 하는 ‘실수’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숨은 발톱’을 그냥 드러낸 것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발끈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 전 대변인이 설혹 실수를 했다고 해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라는 자리까지 박차고 나온 한 중견 언론인을 이렇게 내치는 것은 정치적으로 도의적으로 비정상적인 행위입니다. 이 전 대변인의 ‘말실수’를 알고 난 이후 윤 전 총장은 한 일간지 기자를 통해 직접 ‘그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 것도 이 전 대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위압적인 대응입니다. 보스의 위상은 그를 대신해서 일하는 부하의 위상과 직결됩니다. 보스가 부하를 만천하에 깔아뭉개버리면 그 조직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여기서 정치와 검찰의 영역을 다시 보게 됩니다. 정치는 조직원의 실수를 포용하고 그 실수의 피해마저 같이 이겨내는 지극히 인문적인 영역입니다. 명령보다 토론을 통해 사안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실수라 할지라도 그것을 보듬어 안지 않고 처벌하고 단죄하는 조직입니다. 상명하복이 몸에 밴 사람들입니다. 검사로 잔뼈가 굵은 윤 전 총장이 볼 때 이동훈 전 대변인의 실수는 보스로서 끌어안아야 할 사안이 아니라 단죄해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로 보였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할 때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부하의 자존심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냥 무지막지하게 칼을 휘둘러 버린다면 그 조직은 과연 어디로 갈까요? 

 

이 전 대변인의 사퇴 파동에는 기자와 검사 사이의 묘한 기 싸움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들은 종종 “세상에 겁나는 게 하나도 없는데 딱 하나 있다면 기자다”라고 말합니다. 기자들도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책임감으로 검사들에게 주눅 들지 않으려 합니다. ‘기자와 검사가 식사를 하면 식당주인이 밥값을 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정치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동훈 전 대변인이 볼 때 윤석열 전 총장은 정치신인에 불과합니다. 호락호락 알아서 말 잘 듣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신인을 제대로 된 길로 안내하려 했을 것입니다. 이런 ‘기자’와 ‘검사’의 기질 차이도 이번 사퇴 파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변인의 사퇴 파동은 단순한 한 캠프 인사의 이탈이 아닙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감각과 리더십을 내다볼 수 있는 중대한 시그널이라고 봅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선언을 불과 며칠 앞두고 대변인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난 것은 윤 전 총장의 리더십 매니지먼트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권에서는 이 해프닝을 두고 “윤 전 총장의 거품이 순식간에 꺼질 것”이라며 박장대소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윤 전 총장에 대해 ‘아마추어 티가 난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런 해프닝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국민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이러면 나가리인데...’라는 영화의 한 대사가 생각나는 심각한 사건입니다. 

윤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을 통해 자세하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움직임이나 발언도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정치참여 선언도 안 했지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혼란한 상황 때문에 윤석열이라는 이름 석자만 나오면 여론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과연 나라를 맡길 만한 인물이 되는지’ 작은 몸짓 하나도 예사로 보아 넘기지 않습니다. 비로 이렇게 여론의 촉수가 가장 민감하게 발달돼 있을 때 터진 이동훈 전 대변인의 사퇴 사건은 윤 전 총장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잘 해도 본전’인 지지율 1위가 수준이하의 대변인 사퇴 파동을 노정한 것은 그 자체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윤석열은 이제 말만 하면 사람들이 조르르 달려와 자신 밑에 엎드리게 만드는 검사가 아닙니다.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고 시도 때도 없이 말하는 윤석열 전 총장은 이제 ‘구형’만 때리는 단죄자의 권좌에서 내려와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으로, ‘정치’를 해야 합니다. 

 

 

(6월 23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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