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이준석-안철수 ‘합당 전쟁’ 누가 이길까? 본문

정치

이준석-안철수 ‘합당 전쟁’ 누가 이길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21. 12:01







728x90
반응형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놓인 가장 큰 난제는 대선주자 플랫폼 만들기입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력 대선주자들을 모두 국민의힘으로 한데 모아 ‘멋진’ 대선후보 경선 이벤트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이 대표의 앞날도 지극히 불투명해집니다. 이런 점에서 대선후보 경선 플랫폼의 제 1호 ‘작업 대상’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합당 문제는 이준석 리더십의 첫 번째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대표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구원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준석 대표의 안 대표 욕설(2019년 ‘안철수를 지지하는 모임 연대’가 국회에서 ‘캠프에 기자가 없다고 자랑을 해 안철수, 그 XX이’라고 폭로함) 논란입니다. 2018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는 서울 노원병 공천을 두고 안 대표가 이 대표에게 불출마를 권고해 이 대표의 반발을 샀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에 대해 “안 대표와 악연인 게 맞고, 내가 그간 저격수를 자처한 것도 사실이다. 숨길 것도 없이 이유는 딱 하나다. 2018년 안 대표의 서울 노원병 ‘공천 태클’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구원’이 있음을 인정한 셈입니다. 

문제는 이런 두 사람간의 감정의 앙금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대선주자 플랫폼 만들기라는 지상과제가 있기 때문에 그 앙금을 눈 녹듯이 사라져버리게 할 수 있지만 안철수 대표에게는 다른 문제입니다. 안 대표가 여전히 이 문제에서 비롯된 두 사람간의 불신의 골을 마음속에 두고 있다면 양당 합당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이 대표가 향후 국민의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더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할 필요성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합당 초기 대응과정에서 다소 위압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이 통합 논의 출발선에서 ‘당명 변경’을 먼저 꺼내들자 “당명 변경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당명을 바꾸는 건 당의 위상을 일신할 필요가 있을 때다. 지금 당원 가입이 폭증하고 있고 이미지 좋은 상태에서 바꿀 이유가 없다”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표시했습니다. 이는 협상 전 기선제압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보다 유연하고 유화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청년층 입당 급증 등의 ‘이준석 신드롬’에 고무돼 이 대표도 다소 업 된 상태로 사안들을 다소 즉흥적으로 처리하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과의 협상 시작점에서 미리 국민의당 제안을 단칼에 자르고 들어가는 것이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오만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도무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안철수 대표의 구태의연한 정치력입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당명 변경’을 먼저 꺼내놓았습니다. 실무협상자인 권은희 대표의 예상치 못한 선제공격에 국민의힘도 적잖이 당황해하는 모습입니다. 지금 잘 나갈 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다소 무리한 제안이기도 합니다. 특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막 끝내고 이제 막 당의 수장으로 새 출발하는 이준석 대표에게 ‘당명을 바꾸라’는 요구는 무례한 것이기도 합니다. 안철수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의 단일화 협상을 진행해온 바 있습니다. 이때마다 갖가지 정치공학적 계산이 뻔히 보이는 조건들을 내걸어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만들어왔습니다. 지난 4.7 재보선 단일화 과정에서처럼 협상의 결과는 거의 대부분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안철수 대표의 협상력과 정치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힘없는 소수당의 생존전략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 부재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사실 ‘새정치’의 원조는 안철수 대표였습니다. 2011년 12월 이준석 대표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에 깜짝 발탁되자 언론에선 ‘리틀 안철수’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두 사람의 유사성을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안 대표와 ‘엮이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정계에 파란을 일으킨 안 대표가 진보 진영 대선주자로 떠오르자 이 대표는 “새 정치라고 하는데 (안 대표의 정치는) 제가 볼 땐 낡은 정치”라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몽골기병식의 유연하고 날렵하며 구체적인 언어의 힘으로 판을 자신 있게 주도해나가는 이준석 정치 스타일과 무거운 행보에 구태의연한 단어로 반사이익을 노리는 안철수 정치 스타일이 사실 다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새정치’의 완장을 이준석 대표에게 넘겨준 것에 대해 씁쓸한 감정이 들 것이고 이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에너지를 갉아먹는 이탈의 자극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안 대표는 먼저 자신부터 지금까지 관성적으로 해온 구태정치 스타일을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합니다. 대중들에게 명확하고 선명한 메시지를 과감하게 발신해야 합니다. 정치공학에 얽매이지 않고 대의와 명분을 쥐고 주도권을 잡아나가야 합니다. 당명 변경과 같은 사소한 조건부터 들먹이며 협상의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안 대표는 이태규 권은희 의원같은 구태정치 참모들부터 싹 바꿔야 합니다. 협상을 자신이 직접 주도하며 새로운 정치의 안철수 대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이준석 돌풍’이 만들어낸 외부로부터의 쇄신 요구에 대한 기본적인 해법입니다. 2016년 노원병 선거에서 원사이드하게 패배하던 옛날의 이준석이 아닙니다. 안 대표보다 거의 100배 많은 의석수를 가진 제1야당의 대표 이준석과 상대해야 합니다. 선거비용 3000만원에 그 흔한 수행비서 한명 없이 지하철로 이동하며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제1야당 수장에 오른 이준석 대표는 기존의 여의도 정치문법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이런 이준석의 ‘홀로서기’ 내공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전쟁에서도 여론의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결정적 발판이 될 것입니다. 

사실 몇 명의 참모들을 뒤에 ‘거느리고’ 다니며 언제나 근엄한 표정으로 형식적인 의전에 매달리고 있는 안철수 대표의 정치 스타일을 보면 ‘세상은 바뀌어 가는데 안철수는 여전히 고인 물에서 맴돈다’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합니다. 안 대표는 마치 어리광 부리듯 자신의 ‘순백무구한 진정성’을 인정해 달라고 떼만 쓰는 ‘어른이’ 정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 어떤 조건도 내걸지 말고 간명하게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정글 속에서 오롯이 안철수만의 능력으로 강호의 제후들을 제압해야 합니다. 안철수 대표가 지금 보여줘야 할 것은 조건이 아니라 실력입니다.

 

(6월 18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