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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돌풍에 뿌리째 흔들리는 민주당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1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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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가 몰고 온 쇄신 강풍이 정치권 전반으로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준석 현상’은 국민의힘 당 지지율마저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애초 이준석 대표가 처음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급부상할 때만 해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36세 원외 정치인의 돌풍이 이준석 개인의 원맨쇼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달여 만에 그 돌풍은 일시적인 강풍이 아니라 기존의 정치 질서를 뿌리째 흔들어버리는 거대한 태풍으로 돌변했습니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됩니다. 지난 10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 회사의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27%로 일주일 전 31%에 비해 4%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30%로 2%포인트 상승하며 양당의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4개 조사 회사 공동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지지율 1위에 오른 것은 약 1년 만에 이번이 처음입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준석 대표가 낡고 수구적인 국민의힘 이미지를 청년의 아이콘으로 바꿔놓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변화를 거부하는 꼰대들의 집합소’가 돼 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1년만의 지지율 역전극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에 거의 패닉 상태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번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여의치 않다는 것입니다. 이번 위기는 민주당의 자체 내부 혼란에서 왔다기보다 보수야권의 외부 타격에 의해 발생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물론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감과 민주당 집권세력의 내로남불에 의한 지지층의 이탈도 주요 원인이긴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쏘아올린 세대교체와 기득권 해체의 조명탄이 민주당의 감추고 싶은 치부까지 환하게 드러내면서 민주당은 쇄신을 강요당하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습니다.


개혁과 쇄신은 민주당 진보세력의 아이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자신들이 가장 강점을 지닌 쇄신의 운동장을 ‘적’에게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이는 그 어떤 쇄신책이라고 해도 이준석 바람을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준석 대표가 던진 새 정치에 대한 열망과 파급력은 민주당이 아무리 쫓아간다고 해도 ‘뒷북’ 이미지를 덧씌우게 될 것입니다. 이준석이 쳐 놓은 세대교체와 새정치의 덫에 외통수로 걸려든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흐트러진 대오를 정비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것은 분열과 미봉책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준석의 바람을 보고 화들짝 놀란 민주당은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경선연기론’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당 분열의 단초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찬성을, 이재명 경기도지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은 반대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송영길 대표는 대선 승리를 최대 목표로 잡고 이에 따라 논의돼야 한다는 어정쩡한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기된 경선연기론은 뚜렷한 명분보다는 이재명 대세론에 대한 경계의 성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준석 바람은 민주당에게 쇄신과 세대교체의 트리거가 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쇄신경쟁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합니다. 경선연기론도 단순히 대권주자를 정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민주당의 쇄신과 새 정치 의지를 보여주는 중대한 지렛대로 삼을 필요성이 생긴 것입니다. 이렇게 경선연기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게 되면 ‘결사반대’를 외치는 이재명 지사와 경선연기 세력 간의 분열 강도도 커지게 됩니다. 이준석의 바람이 집권여당의 분열을 불러오게 된다면 그 자체로 대선에도 치명적입니다. 

이준석 바람에 맞서는 민주당의 대응책도 단견에 의한 일시적 미봉책으로 비쳐집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준석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세대교체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지금 “이러다가 민주당이 꼰대 정당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선기획단 구성원으로 젊은 의원들을 대거 포진시키는 등 혁신적인 인사로 이준석 돌풍에 대응해야 한다는 대응책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당초 대선기획단장 자리에 우상호 의원이 거론됐지만,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불법 전수 조사 과정에서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기획단 구성이 늦춰지고 있습니다. 

사실 젊은피에 관한 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더욱 선도적이었습니다. 민주당은 작년 총선 때 청년 몫 공천 등을 통해 ‘청년 의원’을 여러명 배출했습니다. ‘초선 5인방’으로 불리는 장경태(37)·장철민(38)·전용기(30)·이소영(36)·오영환(33)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원외에선 송영길 당대표가 지명한 이동학(39) 청년 최고위원이 지도부에서 활동 중이고 이낙연 전 대표 시절엔 박성민(25)씨가 최고위원을 맡았습니다. 이렇게 민주당에는 ‘제 2, 제3의 이준석’이 차고 넘치는데 왜 임팩트가 없는 것일까요? 

뿌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탄핵이라는 엄동설한을 헤치고 나온 이준석이라는 뿌리가 당 대표라는 꽃으로 만개했습니다. 뿌리와 잎이 ‘한 몸’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준석 바람이라는 강풍에 맞서 청년 잎사귀를 배출하려고 하지만 그 뿌리는 여전히 ‘꼰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586의 강고한 뿌리가 민주당에 여전히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이 늙고 오래된 뿌리를 싹둑 자르지 않고 어떻게 새로운 잎이 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민주당이 이준석 바람을 대하는 태도는 이중적입니다. 그 실체를 인정하고 뿌리에서부터 자신들도 바뀌어야 한다는 근본주의적인 반응이 그것입니다. 또 하나의 흐름은 민주당의 개별성을 인정하자는, 일종의 타협적인 반응입니다. 탄핵으로 갈 데도 없고 인물도 없어진 보수야당의 상황과 민주당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여당과 야당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탄핵으로 잃을 게 없어진 보수야당의 ‘묻지마 변화’ 상황과 당의 기존 질서를 일거에 뒤집을 정도의 위기는 아직 민주당에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야당의 세대교체 프레임에 무조건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하는 것은 그 원점을 타격하는 것입니다. 이준석 바람의 야당 공세 원점은 ‘이준석’으로 대변되는 변화와 기득권 해체 흐름입니다. 민주당이 상황론에 빠져 적당히 그 공격을 벗어나려고 하면 영원히 적을 제압할 수 없습니다. 집권여당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기득권의 뿌리를 그 근저에서부터 잘라내고 새로운 뿌리를 착근시키지 못하면 민주당은 이준석 바람에 하릴없이 넘어지고 말 것입니다. 

 

(6월 15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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