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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준서기 맘대로 해”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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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새 대표에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선출됐습니다. 필자는 지난 5월 12일자 “이준석의 급부상과 ‘꼰대’들의 훈장질”이라는 칼럼을 통해 국민의힘에 상전벽해의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2030세대의 ‘저항의식’과 여의도 기득권정치의 해체, 그리고 야당 권력구도 재편의 결과로 이준석 대표가 급부상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이 대표가 70% 당심 반영비율에 고전할 것으로 보았지만 결국 이 대표는 그 당심의 문턱마저 가볍게 넘어버렸습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긴가민가하던 ‘이준석 돌풍’은 현실이 됐고, 36세의 원외 정치인이 1997년 출범(한나라당)한 보수야당의 대표가 되는 ‘천지개벽’이 일어났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43.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를 기록한 나경원 후보(37.14%)를 6.7%포인트 차로 따돌렸습니다. 그런데 나 후보는 당원투표에서 3.52%포인트 앞섰습니다. 당 안팎에선 이에 대한 ‘해석’을 두고 갖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 막바지에 나 후보는 “이준석 대표가 ‘유승민·김무성·김종인’ 연합계파의 지원으로 당을 거저 삼키려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당원들에게 집중 전파했습니다.

실제로 그 우려는 상당 부분 먹힌 것으로 드러납니다. 각종 당원 유튜브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유승민이 국민의힘을 접수하려 한다’는 공감대가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선거 막판 ‘반 이준석 전선’이 형성돼 무섭게 당원 표심이 결집한 정황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 압도적으로 앞섰던 이준석 대표가 당원투표에서도 앞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결국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서 새로 출범하는 ‘이준석 호’의 불안한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현재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당의 수호신’을 자처하는 열혈 당원들을 중심으로 ‘탈당’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치열했던 당권 경쟁의 후유증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나경원 후보가 이준석 대표보다 당원투표에서 앞섰다는 사실은 ‘당의 주인’을 자처하는 세력들이 이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빌미가 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봐라, 당심은 여전히 우리편이다’라며 결과에 불복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준석 대표의 앞날은, ‘이준석 돌풍’이 현실이 되면서 누군가 느꼈을 통쾌함과 희열만큼 그리 밝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심은 나경원’이라는 망령이 2년 내내 이준석 대표를 따라다닐 것입니다. 수십년 국민의힘을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그래서 나경원 후보를 지지했던 열혈 당원들과 지역의 당협위원장 등이 연륜부족과 불안정 리더십의 이준석 대표에게 등을 돌리고 짐을 싸게 될 경우 내년 대선을 치르기도 전에 당이 두 동강 날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이 대표는 당심에서 압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불안정한 지위에 있습니다. 당 기득권 세력들이 탈당과 분당으로 극단적인 저항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때 유승민·김무성·김종인 등의 이준석 도우미들이 그 ‘외풍’을 막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세력화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이준석 체제는 초기 3개월 또는 6개월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이 대표가 당심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몇 차례 헛발질을 할 경우 내년 대선까지 암울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준석 대표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그에게는 ‘변화와 미래’라는 무한대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언어의 게임이자 프레임 대결입니다. 이준석 대표의 수락연설에서 인상적인 표현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비빔밥과 ‘너를 위해’입니다. 그는 공존이라는 주제를 비빔밥으로 풀어 설명했습니다. 이 공존은 계파 화합과 유사어입니다. 그는 이번에 드러난 계파 간 갈등을 공존이라는 긍정적 단어로 치유하려 합니다. 아마 기존 주자들이었다면 ‘이번에 분열된 갈등을 극복하고 당내 화합을 이루겠다’라고 했을 것입니다. 화합은 권력자가 주체입니다. 화학적이고 인위적으로 ‘합’을 이뤄나가겠다는 다분히 권력자 중심의 단어입니다. 하지만 공존은 개인의 지위와 개성을 실존적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공존은 국민(당원) 중심의 단어입니다. 각 재료의 실존적 실체를 변형하거나 갈지 않고 그대로 인정해야 훌륭한 비빔밥 맛을 낼 수 있다는 발상이 신선했습니다. 

‘너를 위해’라는 유행가 가사를 패러디해 결론을 맺은 부분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대표는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춰질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입니다”라고 읊었습니다. 본인도 유행가 가사를 당 대표의 수락연설에 패러디한 것에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사실 이 가사는 그동안 수없이 다양한 패러디 소재로 이용되고 있는 ‘국민 개그 소재’입니다. 국민들에게는 익숙하고 친숙한 단어이지만 정치인들에게는 경박한 언행으로 인식됩니다. 이제 정치도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평범한 언어와 상식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이준석 대표는 “새로운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주십시오.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겁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돌풍’을 두고 “적대적 정치를 자양분으로 성장한 ‘트럼프 현상’의 한국판 재현”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진보진영에서는 이 대표의 능력주의를 ‘미래도 없고 대의도 없는 퇴행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이준석이 내건 공정경쟁 담론이 전혀 새로운 게 아니고 약육강식의 정글보수 프레임에 줄을 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준석은 (중략) 실질적으로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한다. 약자가 처한 불평등하고 차별로 가득 찬 조건을 미약하나마 균형 잡게 하는 할당제를 불공정할 뿐더러 위험하다고 주장한다”라고 통박합니다. 필자 또한 이 대표의 ‘능력주의’ 주장의 발톱에 가려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의 정당화 논란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지난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준석 바람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 하나는 이번 ‘정치 실험’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준석 대표가 던진 기득권의 해체 요구는 이제 정치에서 그 씨를 막 뿌렸습니다. 기업과 관료사회, 교육계 등의 사회 전반적인 분야로 ‘이준석 현상’은 계속 퍼져나갈 것입니다. 나이와 ‘짬’만 차면 자동으로 진급이 되고 위로 올라가면 일과는 이별하고 부하직원들에게만 ‘수준’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의 기득권 놀이는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0선의 36세 보잘 것 없는 젊은이가 4선 5선의 ‘의원님’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세상이 왔습니다. 기성세대의 경륜이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든든한 사다리가 돼주어야 합니다. “우리 준서기 맘대로 해”라며 격려해주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6월 11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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