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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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2007년 정동영 참패 평행이론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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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의 정적을 깨는 첫 총성이 경선연기론에서 다시 울렸습니다. 경선연기론은 이낙연 지도부 막바지인 지난 2월과 재보선 참패 후 친문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제기됐지만 별다른 동력을 받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친문진영의 일부 의원이 아니라 경선의 당사자들인 대권주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송영길 대표가 공식화한 대선기획단 출범 시점인 이달 중순 전까지가 경선 시점 문제를 공론화할 ‘골든타임’으로 보고 유력 주자들이 총력전을 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낙연 전 대표측과 정세균 전 총리는 “경선이 축제장이 되고, 국민적 관심 속에 경선을 치르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경선연기론을 재 점화했습니다. 후발 주자인 이광재 김두관 박용진 의원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도 “대선 경선을 연기하자”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습니다. 특히 원조 친노인 이광재 의원은 “백신 문제가 해결됐을 때 경선을 시작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예의”라며 코로나19 방역 책임론까지 앞세우고 있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경선을 그렇게 일찍 실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이준석 돌풍’의 위력을 경계하는 빛이 역력합니다. ‘이준석’으로 상징되는 세대교체와 신진정치세력 부상의 거대한 돌풍이 내년 대선에까지 불어닥칠 경우 민주당이 앉아서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점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위기의식의 이면에는 물론 ‘이재명 대통령’을 쉽사리 인정할 수 없는 친문진영의 본능적인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친문진영을 비롯한 민주당의 주류세력들은, ‘대권은 내주어도 계파 정체성은 내줄 수 없다’는 묘한 자존심을 이심전심 나누고 있습니다. 2007년 대선정국에서 친노세력은 비주류 정동영 후보에게 대권도전 자리를 힘없이 넘겨주었습니다. 2007년 4월말 정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동지적 관계를 ‘청산’하고 비노 진영의 선봉에 서면서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당시 친노계는 이해찬 전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첫 순회 경선 지역이었던 제주·울산에서 최하위(4위)를 차지한 뒤 사퇴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완주했지만, 정동영 손학규 등에게 완패했습니다. 당시 최종 승자는 정동영 후보였고 이때 정동영 캠프에서 비서실 수석부실장을 맡았던 사람이 바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입니다. 이 지사는 정동영 캠프 조직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공동대표도 역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친노세력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은덕을 입은 정동영 후보가 ‘주군’을 배신하고 비노진영을 대표해 대선에 출마한 것에 대해 두고두고 증오의 눈빛을 보냈습니다. 당시 양측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척을 졌고 그 감정의 앙금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그 뒤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정동영의 남자’ 이재명 지사는 여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로 되돌아왔습니다. 2021년 경선도 2007년 경선처럼 비주류 주자가 압승하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때도 친노계는 지금의 친문진영처럼 뚜렷한 대권주자를 찾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친문계가 경선 연기론을 적극 꺼내드는 것은 새로운 주자의 ‘급부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단 몇 달만이라도 시간을 벌자는 의도입니다. 문제는 경선연기론 과정에서 친문과 비주류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고, 그 감정의 골 때문에 대선 본선에서 여권의 선거 응집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비주류 정동영 후보가 친노계를 누르고 본선에 나가긴 했지만 경선 과정에서의 갈등 후유증으로 본선에서 양측은 시너지효과를 거의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적전분열로 인한 전력손실을 이재명 지사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지사는 대세론을 앞세워 친문의원들 개별영입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예선통과를 전제로 본선에서도 친문을 아울러 범여권의 전투력을 상승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친문의 경선연기론에 대해서만큼은 타협불가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2일 MBC 인터뷰에서 “공당이 국민에게 문서로 한 약속들은 정말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켜져야 국민들이 그 당을 믿을 수가 있다”며 경선연기 거부입장을 명백하게 밝혔습니다. 이 지사는 친문주자들의 경선연기 압박에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식 일정을 삼가고 메시지도 최소화하며 경선연기론이 쟁점화 되는 것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지나치게 안전한 루트를 택하며 소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 지사가 친문의 경선연기론을 대승적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를 압박한 친문주자들의 입지가 오히려 어정쩡해집니다. 이 지사가 어차피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보다 포용하는 쪽으로 대선 전략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면 경선연기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선의 역동성은 무한대입니다. 현재의 대세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만 하면 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유연하게 또는 과감하고 대범하게 현안을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야 대세론도 먹히게 됩니다. 현재 판세와 타 주자들의 경쟁력과 잠재력 등을 볼 때 경선을 연기해도 이 지사의 대세론에 심각한 타격을 줄 근거는 많지 않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당 수장 재임 시절 지지율 1위에 취해 ‘모래성’을 지키려고만 하다가 사면론 참사 이후 추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지사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대선 후보로 확정돼 민주당의 ‘적자’라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입니다. 그래야 사분오열된 ‘민주당’의 전력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 지사의 기대에 불과합니다. ‘청와대는 내주어도 민주당사는 내주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당원과 의원들이 존재하는 한, 이 지사의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2007년 친노와 결별한 채 대선을 치르다 대참패를 겪은 ‘정동영의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월 8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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