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이준석 바람 잠재워라” 이재명의 비책 본문

정치

“이준석 바람 잠재워라” 이재명의 비책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18. 15:50







728x90
반응형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이준석 바람이 여권에까지 ‘메기효과’를 던져주자 여권의 대응도 한층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준석 바람이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권 대권주자들도 ‘이준석 변수’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과연 이준석 바람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이준석 현상’에 대한 공식적인 워딩은 긍정적인 것이었습니다. 이 지사는 이준석 현상을 야당 당 대표후보라는 사실 때문에 무조건 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 지사는 ‘30대 원외인사인 이준석 후보가 예비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그 자체로 정치권이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 지사는 ‘이준석 현상’에 대해 두 가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첫 번째는 이 지사 자신도 이 후보가 던진 ‘새정치’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만약 이 지사가 정세균 전 국무총리처럼 ‘장유유서 프레임’으로 이준석 바람을 평가했다면 이 지사는 ‘젊은 새정치’와 대척점에 서 있는 구시대 기득권정치인으로 비쳐질 수 있었습니다. 이 지사도 이준석 바람을 타며 ‘0선’의 새로운 정치인으로 포지셔닝을 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청년’과 이 지사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지사는 청년 세대의 열망이 이준석이라는 인물에 투영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준석 후보가 말하는 핵심 시대정신 중의 하나는 2030 젊은 세대의 정치 진입의 장을 공정한 경쟁의 틀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특정 세대의 지지에 부합해 순식간에 붕 뜬 측면이 있지만 이 공정 경쟁 프레임은 거의 모든 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남녀 통틀어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이준석 현상이 청년 세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정 경쟁의 프레임을 2030 젊은 세대에 투사해 전 국민적인 화두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 지사도 자신의 청년세대에 대한 소신을 이준석의 바람과 연결지어 ‘같은 시대정신을 공유한다’는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이 지사는 ‘0선’에 여의도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뉴 페이스로 분류되지만 대권 레이스에서 1년 넘게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기성정치인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이준석 조합’이 현실화될 경우 이 지사의 대응 전략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야권이 기존 정치문법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신진세력으로 대선을 준비할 경우 이 지사로서도 이에 맞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청년 정치인을 속성으로 발굴해 전면에 내세울 수도 없습니다. 민주당은 그렇게 할 인재풀이 없습니다. 민주당은 이해찬 전 대표를 비롯해 586의 기득권 정치인들이 층층시하로 버티고 있습니다. 조국 사태를 사과한 ‘초선족의 반란’도 단 며칠 사이에 진압될 만큼 민주당은 권위적이고 위계질서가 엄격합니다.


 

이렇게 당의 청년정치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 지사의 ‘이준석 현상’ 대응 카드는 무엇일까요?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밖에 없습니다. 이준석 현상의 기저에 깔린 변화의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감’입니다. 야권이 밀어 올리는 이준석 바람은 어떻게 해서든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절박한 비명입니다. 이준석 후보가 비록 ‘0’선에 관종끼도 있고 안정감도 떨어지지만, 그래도 지지를 하는 것은 그 정권교체의 열망이 그만큼 더 크기 때문입니다. 내년 대선이 정권교체와 공정경쟁이라는 두 가지 화두가 될 경우 이준석 바람은 그 자체로 시대정신을 선점하는 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지사로서도 두 마리 토끼를 좇아야 합니다. 정권교체라는 화두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밖에 답이 없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경기도 독자 백신 도입 시도였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4월 15일 경기도 의회에서 도의원의 코로나19 관련 질의에서 “새롭게 다른 나라가 개발 접종하는 백신을 우리 경기도라도 독자적으로 도입해서 접종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여권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백신도입은 정부주도로 일원화되어 있는데 경기도지사가 나서서 독자적으로 가져오겠다고 했으니 이 지사의 ‘차별화 대권행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사태를 지켜본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이 지사의 언급에 ‘나 이재명이 문재인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이 지사의 본심이라고 해석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 사태를 지켜본 이준석 후보는 “레임덕의 전조가 아니라 최종형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지사 발언의 속내를 나름대로 풀이했습니다. ‘요즘 정권 지지율 빠지니까 말한다. 지금까지 문빠 눈치 보느라 못했는데, 국가가 방역에 있어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고 백신 도입에 있어서 투명하지 못하니 나 이재명이 문재인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이 지사의 본심이라고 해석한 것입니다. 이재명 지사가 끊임없이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말에서 향후 이준석 후보의 대 이재명 전략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과 문재인을 한 묶음로 묶어 그 두 사람을 집권세력 교체 대상으로 싸잡아 공격하는 것입니다. 

이 지사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과 함께 떠밀려 내려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합니다. 문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하나 둘씩 떼 내 새로운 집권세력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비록 이준석 후보가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청년 공정경쟁 이외에 이렇다 할 시대정신과 국가운영 비전을 보여준 적은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 지사의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정책개발은 이준석 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후보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된다면 언론 스포트라이트는 끊임없이 ‘이준석’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해 곁가지로 전락할 수 있는 이재명 지사로서는 이준석 프레임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식의 복지와 공정 프레임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 1차 관문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입니다. 현재권력과의 차별화를 통한 미래권력의 수권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준석 프레임으로 밀려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는 21일 대선 공식출마 선언을 하는 이재명 지사의 핵심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6월 4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