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이준석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될까요? 본문

정치

이준석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될까요?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18. 15:43







728x90
반응형


여의도는 ‘이준석 신드롬’ 열기로 벌써부터 한여름입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준석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 나경원 후보를 더블스코어 이상 앞서고 있습니다. 나경원 후보 등 중진들의 온갖 견제는 오히려 이준석을 빛나게 하는 조명장치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현상’을 두고 백가쟁명식의 해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선 초반 이준석의 급부상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이 많았습니다. 이준석 후보가 초반 여론조사에서 김웅 의원과 함께 ‘반짝 주목’을 받자 일각에서는 그의 폭발력과 잠재력에 주목하기보다 이준석이라는 개인에 초점을 맞춰 ‘출세주의자’ ‘관종’ ‘트럼프주의자’라는 비판이 더 많았습니다. 이런 비판 분위기는 외부에서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우세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0선에 30대인 이준석 후보보다 스펙이나 선수 면에서 잘난 정치인들은 넘쳐납니다. ‘하필 이준석이라니’라며 그의 급부상에 질투와 시기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어떤 언론사의 인터뷰도 거절하지 않고 무조건 응하는 이준석식 이미지 관리를 ‘관종’이라고 비하했습니다. 이준석은 과거 종편 등에 출연하며 자신의 유명인사 소개팅 사실도 공개하는 등 정치인이라기보다 엔터테이너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토론회에 나와 자신의 의견을 소심하게, 두루뭉수리 밝히며 엄숙한 이미지 관리를 하던 기존 정치인 문법과는 상당히 다른 접근이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거침없이 나가며 미디어의 거의 모든 소재에 동원되며 유명세를 날렸습니다. 이 때문에 “주로 방송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셀럽’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어린 질투와 가벼운 정치인 접근방식은 이준석 현상의 근저에 있는 보수세력의 변화 의지 분출을 제대로 읽지 못한 표층적인 분석으로 보입니다. 

이준석 후보는 젠더 갈등 등의 상당히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그의 젠더 시각을 두고 특정계층인 ‘이대남’(20대 남자)만을 대변하는 성 차별주의자라는 비판도 많습니다(이 부분에 대한 이준석 후보의 안티 페미니즘 관점은 상당히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이번 급부상 과정에서 ‘보수층의 이슈파이터’로 재인식되고 있습니다. 예능 시사 등을 가리지 않고 ‘지식’을 파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때 친문세력의 ‘장외 스피커’로 불렸습니다. 그의 말은 곧 민주당 최고위원회 결론이 돼 정책과 당 전략에 반영됐고 그의 코멘트는 친문강경파의 노선 좌표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어준도 대표적인 친문의 이슈파이터입니다. 


하지만 보수층에서는 유시민 김어준에 비견되는 이슈파이터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진중권 전 교수가 친문을 융단폭격해 보수층을 ‘쉴드’ 쳐주는 효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감사의 뜻을 표하기까지 했을까요. 보수층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유시민과 ‘대적’할 수 있는 인물이 홍준표 의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노쇠했고 구시대의 끝자락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준석 후보가 비록 예능 시사 가리지 않고 무조건 언론에 얼굴을 내밀며 관종의 끼를 발산했지만 이 과정에서 이준석은 무려 10년 동안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거의 유일무이한 스피커로 활약했습니다. 이준석의 급부상은 ‘반짝 스타’가 아닌 10년 동안 보수층의 이슈파이터 역할을 한 것에 대한 평가인 것입니다.


 

 
이준석의 문제를 맞고 틀리고의 관점으로 풀어보려면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보수세력의 경직되고 권위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몽골 유목민 같은 스피디하고 유연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국민의힘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것입니다. 이준석은 MZ세대의 정치인 버전입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입니다. 2021년 현재 10대 후반에서 30대의 청년층으로 휴대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친숙합니다. 이들은 변화에 유연하고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합니다. 이준석의 색다른, 어찌 보면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MZ세대 언어와 민감한 이슈에 대한 확실한 자기주장은 ‘샤이 보수’를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않을 한국 보수의 21세기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미래 비전을 보여줄 인물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 그렇습니다. 당심과 민심 비율을 70대 30으로 정했기 때문에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사람들도 아직 많습니다. 정치평론가들도 이준석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두 갈래로 나뉘고 있습니다. 

‘탄핵 이후 억눌려져온 보수정당의 변화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돼 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이준석의 당선을 예측합니다. 코로나 비대면 정국으로 32만명의 당원 모바일 투표에서 조직의 힘이 크게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이준석에 한 표를 주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6.11 전당대회 전까지 이준석 리스크에 대한 당원들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면 쉽게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이준석의 고전을 예상합니다. 이준석 독주가 가속화될수록 2위 나경원 이하의 나머지 주자 3명 지지표가 안정적인 나 후보로 쏠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준석을 차차기 유력한 주자’로 인정하며 ‘여기까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이준석 후보의 당락 여부에 대한 전망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이준석 당선에 한 표를 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탄핵 이후 적폐로 몰리며 축적된 보수세력의 변화에 대한 응집력,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감과 새로운 국가 건설에 대한 비전과 기대 등의 복합된 가스층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크게 분출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준석 바람이 안정론에 밀려 꺼지게 된다면 탄핵으로 몰락한 보수정당의 재기는 더욱 요원해지고 이해찬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합니다. 이준석 화산의 대폭발은 내년 대선 때까지 길게 이어질 것입니다. 이는 한국 정치의 문법을 새로 쓰게 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5월 31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