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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프레임’에 빠진 민주당의 미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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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개혁 프레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개혁노선 유지와 민생우선의 갈등 지점에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21대 총선 180석의 지지를 실천하기 위해 민주당은 검찰쇄신 등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했지만 재보선 참패로 이런 노선에 제동이 걸린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송영길 대표를 제외하고 대부분 친문강경파로 재구성돼 재보선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로 구성된 (사)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관계자들은 지난 5월 10일부터 2주간 민주당 당사 앞에서 ‘개혁 촉구’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4·7 재보궐 선거 이후 당내 노선이 민생 정책 중심으로 변화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문자 폭탄’ 등으로 강하게 반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열성 당원들이 민주당 당사 앞까지 찾아가 “개혁이 민생이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개혁을 늦추지 말 것을 당에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개혁강경파의 집회 하이라이트는 송영길 대표의 전격 방문이었습니다. 집회 마지막 날인 14일차에 방문여부가 확실치 않았던 송 대표가 직접 참석해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연설을 했던 것입니다. 송영길 대표의 방문은 개혁강경파 당원들을 크게 고무시켰고, 당의 개혁 노선에도 일정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송 대표는 취임 후 ‘민생’에 무게를 두며 당의 일방적인 개혁노선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당의 현실적인 역학관계를 외면할 수 없어 개혁 행보로 돌아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개혁강경파들이 민주당 당사 앞에서 첫 집회(10일)를 열 때를 기점으로 당내 친문인사들도 이들과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검찰·언론 개혁 대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은 국민과 개혁 집권 세력을 이간질하고 개혁 진영 내 분란을 키워 개혁의 힘을 빼려는 반간계(反間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같은 날 “민생이 시급한 과제다. 검찰·언론 개혁을 분명히 추진하겠다”고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새 지도부가 출범했음에도 개혁 노선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민주당이 다시 ‘개혁 올인’으로 가는 모양새입니다. 이 개국본의 집회는 예상보다 짧게 14일만에 종료됐습니다. 개혁강경파들이 민주당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양새에 새 지도부도 부담을 느꼈고 송영길 대표가 직접 나서서 ‘개혁에 대한 약속’을 하며 집회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민주당의 행로는 확실히 ‘개혁 우선주의’로 방향을 잡은 듯 보입니다. 문제는 민주당의 개혁 노선에 대한 방향성이 오락가락하면서 중요 정책들도 ‘누더기’가 돼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4.7 재보선 참패 이후 드러난 민심을 일정부분 수용해야 하는 상황과 당내 강경개혁파의 가치도 함께 가져가야 하는 민주당의 딜레마가 종합부동산세 완화 논란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부자 감세 반대’라는 민주당 개혁파의 ‘가치’와 세금 인하를 원하는 지역구민들의 ‘부동산 표심’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표)는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후퇴시키는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개편안대로라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됩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결정에 대해 “집값 안정과 조세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한 종부세의 목적(종부세법 제1조)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민주당 특위가 내놓은 방안은 집값 안정이나 조세 정의와는 무관할 뿐더러 오히려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투기를 부추기는 위험한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방향이 매우 잘못되었다. 전면 재논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보진영에서도 “특위가 내놓은 개편안은 한마디로 집 부자들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부자 감세’”라며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재보선의 민심을 ‘수용’하기 위해 민주당이 내놓은 정책이 서민 중산층의 실소유자를 위한 것도 아니고, 개혁도 후퇴시키는 최악의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당내의 민생우선 정책 방향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유지돼 오던 개혁 선명성도 흐리게 하고 그렇다고 민생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도 저도 아닌 최악의 전략이 돼가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 이후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떠나가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원래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친문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이 폐쇄적이고 권위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스펙트럼을 넓히지 않고서는 정권 재창출은 상당히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개혁강경파들의 진정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민심과 어깨동무를 하지 않으면 개혁도 실패하고 민생도 놓치는 우를 범할지 모릅니다. 민주당 개혁강경파들이 개방적이고 열린 자세를 보여주어야 민주당 의원들도 민생 친화적인, 진정한 개혁정책을 만들 공간이 생깁니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문제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다음 달로 넘기고 말았습니다. 개혁과 민생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죽도 밥도 안 된 사례입니다. “능력이 안 되면 차기 정권으로 넘겨라”는 보수층 일각의 비아냥을 민주당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도그마적인 개혁 프레임에만 빠져 있다면 게도 잃고 구럭도 잃고, 결국에는 정권도 잃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180석 민주당의 국정운영 능력을 기대해 봅니다. 


(5월 29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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