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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흔드는 ‘이준석 바람’, 한때 지나는 춘풍일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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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도전에 나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바람이 무섭습니다. 당 대표 선거에서 30대 ‘0선’ 정치인이 이처럼 독보적인 주목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중진들이 이 전 최고위원을 내리누르면 누를수록 그들은 더 깊은 세대교체 프레임의 늪으로 빠져들어갈 것입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미 정치 격변의 호랑이 등에 올라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당원 투표 70%, 일반시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되기 때문에 이 전 최고위원의 당선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현상’은 그의 당락 여부보다 내년 대선을 앞둔 나비의 날갯짓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합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돌풍은 단순한 바람 정도가 아닙니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정권 재탈환 열망과 욕구가 반영된 거대한 응집력”이라며 ‘이준석 현상’으로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제 변화와 쇄신의 상징이 돼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기득권’입니다. 실력으로 경쟁하지 않고 학벌과 지연, 인맥 등의 온갖 기득권 유지 장치를 동원해 정치생명을 연장한 사람들의 집단이 바로 국민의힘입니다. 하지만 이 권력의 카르텔이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영삼-이회창-이명박-박근혜의 보스정치로 이어져 온 기득권 동맹이 해체 전조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국민의힘에서 ‘청년’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금기어였습니다. 정치는 배 좀 나온, 스카이 영남 인맥의, 엘리트들이나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당연시되었기에 지방대 출신이나 젊은 세대는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습니다. 기득권 세력들은 정치를 성역화하고 그들만의 카르텔로 꽁꽁 묶어 ‘낙점된 사람’만을 그 공고한 권력의 영역 속으로 편입시켰습니다. 국회의원 공천은 기득권의 질서 속으로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그 속에 편입되는 순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작동했습니다. 이등병 일병 시절 바닥청소부터 시작해 상병이 되면 침상 위로 올라오는 군대처럼 국민의힘도 초선이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는 상명하복의 조직이었습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그런 기득권의 고리 속으로 편입될 수 있었습니다. 당에서 청년용으로 비례대표라도 던져줄 때 그가 넙죽 받았다면 지금의 이준석 현상이 있었을까요?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그의 급부상에 대해 “20년 동안 국회의원하면서 동네 영주 노릇하면서 밍숭맹숭 살고 싶지는 않다. (중략)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영삼 키즈’인데도 3당 합당 때 함께 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갔고 이후 정치적으로 엄청 고생하셨다. 그렇게 내 가치를 위해 싸우는 게 정치다. 저도 ‘박근혜 키즈’라는 것을 양분 삼아 정치하려 했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최연소로 많은 당선 횟술를 쌓았을 것이다. 그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제 고향 서울 노원구 상계동 가겠다고 어렵게 정치하는 건데 전 행복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영남에서 공천 받아 편안하게 당선돼 줄 세우기 등의 기득권 정치로 버텨온 중진들이 그를 공격하지만 이준석의 당당한 반란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이준석의 바람이 지금은 국민의힘에 몰아치고 있지만 앞으로 이 돌풍은 내년 대선에도 강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준석 현상은 기득권의 해체를 알리는 신호탄인 동시에 정치에 경쟁논리가 도입되는 새로운 등용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선수와 계파를 떠나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정치의 경쟁문화가 시급합니다. 기득권 해체의 신호탄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정당에 의해 먼저 쏘아올려진 점이 아이러니컬합니다. 인물 부족이 근본적 이유입니다. 탄핵의 화마 속에서 세대교체와 기득권 해체의 새로운 씨앗은 이렇게 잉태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바람은 대선을 앞둔 민주당에게도 거세게 몰아칠 것입니다. 
 
민주당 김한규 전 법률대변인은 “이 전 최고위원이 당대표가 되지 않더라도 이미 상당한 충격을 줬다. 보수정당은 가치보다는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하면 원외 청년 정치인을 당대표로 선출할 정도로 유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상황을 그냥 넘길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어떻게 우리 스타일로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준석의 급부상은 민주당 ‘초선족’의 좌절과 오버랩 됩니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뒤 ‘조국 사태 사과’를 주장하며 반성문을 낭독했던 민주당 초선 5명은 친문 강경파의 무자비한 문자테러와 따돌림에 의해 진압 당했습니다. 지난 5.2 전당대회에서 송영길(5선) 홍영표(4선) 우원식(4선) 등의 중진 공세에 초선들은 감히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 민주당의 현 상황입니다. 586 기득권 세력에 의해 밀어주고 끌어주는 끈끈한 선후배 정으로 민주당의 위계질서는 엄격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잃어버려가는 민주당에 미래는 없습니다. 

차기 유력주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최근 대북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며 그 전면에 이해찬 전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를 내세웠습니다. 이 장면을 접한 사람들은 “마치 유력주자의 줄세우기 시위와도 같았다”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재명을 사이에 두고 ‘좌 이해찬 우 한명숙’의 그림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이재명 지사의 차기 집권이 유력하니 빨리 줄 서서 들어오라는 메시지는 아닐까요? 이렇게 줄 서서 이재명의 그늘로 들어가게 된 사람들이 쓴소리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그들만의 기득권 유지 시스템으로 편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준석 현상은 내년 대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다시 발현될 것입니다. 일정한 계보도 없고 편안한 엘리트 코스도 밟지 않는, 그래서 험한 길에 도전하며 자신의 가치를 당당하게 내세우는 ‘이준석’ 같은 인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득권 해체와 변화의 바람이 국민의힘에 먼저 불었을 뿐, 민주당도 피해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것이 ‘한때 지나가는 바람’(홍준표)일지라도 기득권의 두터운 장막을 걷어내는 ‘쇄신풍’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5월 25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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