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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덫’에 걸린 민주당의 운명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1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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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으로서는 아픈 손가락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조국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을 내고 자신과 가족의 명예회복을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왜 하필 이때’ 조 전 장관이 나서는지 민주당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조국 수호’의 불길은 아직도 민주당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사실 ‘조국 사태’는 민주당이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풀어내야할 ‘난수표’입니다. ‘조국’을 부정하면 친문 지지층이 떠나갈 것이고, ‘조국’을 인정하면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 양극단의 이해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은 솔로몬의 지혜로움과 공정함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길입니다. 

한 장관의 임명 문제를 두고 이토록 오랫동안 국론이 양극단으로 분열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조국 사태의 본질에는 검찰쇄신이라는 미완의 개혁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친문진영에서는 조국 사태를 “검찰권력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그들에 밉보인 인물을 ‘합법적으로’ 사법폭력과 정치적 위해를 가한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의 핍박은 상상을 초월하는 검찰의 조리돌림이었고, 이런 검찰의 자의적이고 무분별한 권력남용은 일반국민들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조국의 고통을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조 전 장관을 비롯한 문재인 정권의 공직자들 도덕성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내로남불 사례가 바로 조국 사태라고 봅니다. 

이와 같은 현격한 시각 차이 때문에 조국 사태는 지금도 보수와 진보 진영의 극심한 국론분열 장이 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친문진영과 비 주류간 분열의 원점이 되고 있습니다. 친문진영은 조국과 자신들을 정치적 공동운명체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조국이 곧 친문의 존재이유가 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검찰개혁 문제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이 그 십자가를 대신 메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표현 속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이런 친문의 부채의식은 일종의 성역이 돼 버렸습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에도 친문진영은 조국 사태를 선거결과와 결부시키지 않았습니다. ‘내가 조국이다’로 요약되는 친문의 검찰개혁 지상과제는 민심과는 무관한 일종의 종교처럼 굳어져버렸습니다. ‘누구도 검찰로부터 부당한 사법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친문진영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뇌리에도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이런 검찰권력 포비아 현상은 ‘이제는 책을 듭시다’라며 조국 회고록 구매 운동 열기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저변에서는 친문뿐 아니라 비교적 중립적인 의원들마저도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다가 희생된 피해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낙연 정세균 등의 대권주자들도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며 동정론을 설파합니다. 친노 원로로 민주당에 쓴소리를 내온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조국 전 장관에 비판적이었지만 최근 그는 “부인도 그렇고 딸도 지금 의사도 쫓겨나게 생기고 풍비박산이 났다. 저런 책이라도 써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식구 전부 우울증 내지는 정신질환이라도 걸릴 것 같아서 인간적으로 동정도 가고 이해도 간다”고 동정어린 시선을 보냈습니다.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는 딸 입시 비리, 사모 펀드 투자 관련 일부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며, 항소심을 진행 중입니다. 이에 연루된 딸 조민 씨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조 전 장관은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회고록을) 써내려간다’는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국 사태는 단순히 민주당의 ‘조국 수호’ 차원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민주당 친문진영이 조국의 고통을 자신들의 아픔으로 동일시하듯이 일부 국민들은 조국 전 장관의 내로남불과 비도덕적인 ‘혐의점’을 마주하며 자신들이 불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차별의식과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2030이 대거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도 조국 사태로 대변되는 공정과 정의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4월 보궐선거 참패 뒤 민주당 서울시당이 실시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조사에서도 ‘조국 사태’는 주요 패배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주류 조응천 박용진 의원은 ‘조국 수렁에서 빠져나오자’라거나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자’고 주장합니다. 민주당의 전향적이고 책임 있는 조국 사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현재 민주당 내부는 2018년 뜨거웠던 조국 사태 때보다 조금은 냉철한 분위기가 읽힙니다. 일부 친문강경파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의원들은 조국 사태를 민주당의 개혁 선명성과 직결시키지 않고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옹호도, 비판도 없이 그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은 ‘내가 조국이다’라는 집단적 체면에 빠졌던 조국 사태 절정기보다 확실히 유연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조국 사태는 한국 정치에 권력의 도덕성과 검찰의 권력남용 문제를 동시에 정조준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친문과 조국 전 장관으로서는 ‘조국 사태’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이 문제를 사회의 공정 논란에 대입시켜 볼 때 그에 상처받고 무력감을 느끼는 국민들도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직시해야 합니다. 

친문진영이 조국 사태를 정치이슈로 동일시하면 할수록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불가역적인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친문과 민주당이 조국을 버리고 나아가라는 말이 아닙니다. 조국을 검찰개혁 프레임에서 이제 분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조국 수호가 곧 검찰개혁이라는 타협 불가의 이분법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습니다. 이기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재보선 참패 책임론을 의식한 조 전 장관은 “저를 밟고 전진하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민주당도 조국을 놓아줄 때가 되었습니다. 

 

(6월 1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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