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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권도전 기자회견 평가는?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6. 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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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드디어 정치무대에 데뷔했습니다. 2021년 6월 29일 오후 1시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기자회견장이 열리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해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달구었습니다. 정치 신인이 그 어떤 외부 조력이나 인위적인 자가발전 없이 1년여 동안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선언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습니다. 

먼저 윤 전 총장의 6.29 기자회견 총평을 형식과 내용으로 구분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윤 전 총장은 기자회견 첫머리에서 혼자 15분 정도 ‘스피치’를 했습니다. 여기에 윤석열이라는 정치인의 존재이유와 국가운영의 비전이 모두 녹아있습니다. 윤 전 총장의 15분 스피치에 대한 평가는 여야에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스피치에 힘이 있고 발음이 정확해 비교적 그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옵니다. “스피치에 대한 훈련을 남다르게 했거나 오래 전부터 공개된 자리에서 말을 하는 데 익숙해서인지 ‘워딩 전달력’이 비교적 뛰어났다”라는 호의적 평가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 내용보다 스피치 형식만 보면 호소력이 있고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느껴졌다. 스피치 연습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인다. 발음이 정확하고 끊어 읽는 부분이 명확해 내용이해가 비교적 쉬웠다. 윤 전 총장이 아마 오래 전부터 정치에 관심을 두고 스스로 실전적인 ‘마인드 컨트롤’ 연습을 많이 했을 수도 있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말과 전달력이다. 이런 면에서 간단치 않은 내공이 느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후보 토론에서 어눌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던 것과는 차이가 느껴졌다. 자신감과 여유가 있어보였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누가 연습시켰는지 모르지만 어설픈 몸짓과 억양, 어색한 콘텐츠, 그는 한마디로 웃겼다.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모르지만 남 욕만 하고 부정의 단어만 무한반복하고 긍정의 미래비전은 없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회견문 도입부부터 문재인 정권에 대해 강경하고 날선 표현으로 비판했습니다. 에둘러 비유하지 않고 국민약탈, 부패완판, 거대 카르텔 등의 직설적 표현을 사용하며 자신을 야당투사로 ‘포지셔닝’ 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여년 동안 정치판에서 보고 배운 가장 핵심적 ‘정치기술’은 바로 말이었습니다. 자신만의 언어로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이준석만의 워딩’을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웬만한 연설문은 자신이 직접 쓰는 과정들을 통해 기존의 고리타분한 정치문법과 차별화를 이뤄냈습니다. 이와 비교해 윤석열 전 총장의 스피치는 기존의 단어와 표현을 답습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약탈, 부패완판’같은 간결하고 명료한 메시지 전달 방식은 그를 ‘정치신인’에서 대중정치인으로 일거에 업그레이드시키는 잠재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으로 들어가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스피치 자체가 국가운영에 대한 총론의 전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구체적인 비전 제시가 너무 약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윤 전 총장의 15분 스피치를 통해 국민들은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가겠구나 하는 것을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구체적 국가운영 각론 제시가 미흡했다는 것입니다. 매끈하고 간결한 워딩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팬덤’에게는 환영을 받을지 몰라도 지금까지 한번도 윤석열의 정치비전을 접한 적이 없는 국민들에게 15분 스피치 내용은 너무 총론중심으로 치우쳐 그 실체를 알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X파일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오늘 답변을 할 수 없다’며 피해가는 모습은 기존 정치문법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였다. 외교 남북관계 등에 대해서도 상식 수준의 원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기존 정치인들이 현장에서 부딪히고 학습하면서 국가운영 비전을 만들어나가는데 비해 윤 전 총장은 혼자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얻은 지식들이라 상식 수준의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겠지만, 구체적인 각론에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국가운영 능력은 앞으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예상가능하고 뻔한 질문이라 윤 전 총장의 내공과 순발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아직 누가 안 가르쳐 주었는지 시대정신과 민주주의, 역사적 가치는 없고 욕심만 가득했다. 윤석열은 별거 없다. 정치적 역량도, 경제적 지식도, 사회문화적 공감대도 없었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여권의 ‘군기잡기’로 볼 수도 있지만, 1년여동안 유력한 대권주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누려온 ‘대통령 감’ 치고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제 한국 정치는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미증유의 실험에 나섭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대통령도 정치의 완전 문외한이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은 내로라하는 여야의 대권주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대선출마 선언을 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2022년 대선구도는 ‘윤석열’이라는 최대의 상수 아래 다시 ‘리셋’ 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의 정치 데뷔에 대해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스럽다’ ‘콘텐츠나 구체적 비전이 빈약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이 나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의도 근처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 1년 내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기현상에 대해 현역 정치인들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특히 윤석열이라는 사자를 키운 것은 바로 문재인 정권이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진보세력의 내로남불 민낯과 오만이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낳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라고도 했습니다. 

사람을 잘 못 봐도 한참 잘못 본 것입니다. 정치형세를 이렇게 오판할 만큼 문재인 정권은 오만과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과연 내가 임명한 검찰총장이 맞나”라며 뒤통수가 서늘했을 것입니다. 36세 ‘0선’의 젊은이를 제1야당 대표로 뽑을 정도로 국민들은 무섭게 변하고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정치신인을 지지율 1위로 계속 밀어 올릴 정도로 민심은 격앙돼 있습니다. 윤석열의 정치데뷔 무대에서 드러난 많은 단점마저도 이 도도한 민심의 대격변이 포용해준다면 내년 대선에도 천지개벽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6월 29일 팩트경제신문 뉴스분석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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