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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3무’...시계는 흐리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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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지난달 29일 정치참여 출정식을 갖고 이튿날 국회 기자실을 찾은 윤 전 총장은 이후 1일 공개일정을 갖지 않았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본격등장 이후 초반 며칠 사이 이렇다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자 그가 “시간과 비전, 자질(검증)의 ‘3무’ 형국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1년 가까이 ‘신비주의’로 일관했기 때문에 대선무대 등판 이후 초기의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정치데뷔 뒤 초반에 분위기를 잡고 판세를 주도해나가지 않으면 유력주자의 기세가 꺾이면서 여론도 급속도로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윤 전 총장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2주 천하’를 윤 전 총장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반 전 총장과 윤 전 총장은 정치적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정치신인이라는 점은 같지만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임 이후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우면서 ‘야당 투사’의 이미지를 심어주며 정치로 데뷔했습니다. 반면 반 전 총장은 순전히 관록과 ‘스펙’ 그리고 안정감 등의 두루뭉수리 배경으로 갑자기 정치에 뛰어든 케이스입니다. 

그럼에도 정치신인의 경우 데뷔 무대와 그 뒤의 초반 행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반 전 총장 ‘추락’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2017년 1월 귀국한 뒤 공항철도 승차권 발매기에 1만원짜리 지폐 두 장을 한꺼번에 넣는 실수를 범하며 스텝이 어긋나기 시작했고,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입할 때 고급 브랜드 ‘에비앙’을 택하는 ‘밉상행보’를 보였습니다. 이어 취재진을 향한 “나쁜 X들” 발언으로 더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반 전 총장은 초반 2주 행보가 완전히 꼬이면서 지지율이 급락했고 귀국 20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대선 레이스 사상 초유의 코미디였습니다. 

윤 전 총장도 초반 2주의 행보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출정식 이후 지지율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윤 전 총장에 대해 여전히 ‘알쏭달쏭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윤 전 총장은 정치데뷔 초반에 그 ‘긴가 민가’ 하는 불신과 불안정성을 빠르게 제거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유력 대권주자의 위상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확보해 ‘수권 능력을 가진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금 윤 전 총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예측가능한 정치행보입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초반 2주에 강렬한 인상과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에 대해 “1초 늦어질 때마다 손해”라고 단언했습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측 관계자는 “(공개일정은 없는 날은) 개인적으로 정국구상과 여러 정책 점검의 시간을 갖고 있다. 민생탐방 일정은 아직 논의 중이고 확정된 것은 없다”며 한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윤 전 총장 편이 아닙니다. 갈수록 수십년 동안 여의도에서 검증된 야권의 잠룡들이 더 ‘대안주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국민들이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정치신인 윤석열 리스크를 감수할 여지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데뷔전에서 구체적인 국가 비전이나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분석하면서 ‘정치 사회’ 분야 질문이 78%로 많이 나온 이유에 대해 “전직 검찰총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 기자회견이란 특수성과 회견문 내용 대부분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는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출정식에서 문재인 정권을 ‘약탈자’로 규정하며 비난과 저주를 쏟아냈습니다. 정권교체의 당위성만 언급했을 뿐 왜 자신이 그 주역이여야만 하는지,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그 단점을 보완하며 새로운 나라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과 리더십의 근간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 날은 시간이 없어서 그런 것이고 차차 보여줄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도 나오지만 ‘지금 상태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부정적 기류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여야의 날선 검증을 뚫어낼 ‘자질’도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쥴리’ 파문은 그 전주곡에 불과합니다. 세간에서는 윤 전 총장이 부인 김건희씨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권경쟁에서는 후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 대한 무자비한 검증의 칼들이 난무합니다. 대선에 3번 낙방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정치권 일각에서 “김건희씨가 신생 언론매체의 ‘낚시’에 걸려들어 유력 대권주자 남편을 정치적으로 큰 곤경에 빠뜨렸다”는 지적을 윤 전 총장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 의혹도 ‘쥴리’ 못지않은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전망입니다. 7월 2일 불법 요양병원 개설과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75)씨에 대해 법원은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이번 1심 판결은 윤 전 총장이 최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뒤 가족에 대한 첫 검증이어서 정치권에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벌써부터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 책임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에 대해 “본인(윤 전 총장)이 최순실·박근혜를 구속기소할 때 썼던 논리가 경제공동체 이론과 묵시적 동의론이었다”며 윤 전 총장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재임 중 ‘자의적인 수사’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윤 전 총장의 대권 야망이 2018년 총장 취임 이후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받아 갑자기 생긴 것인지, 아니면 그 훨씬 이전부터 생긴 것인지에 따라 그가 지금까지 해온 굵직한 수사에 대해서도 그 정치적 ‘고의성’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겨레 박용현 논설위원은 이에 대해 “‘윤석열 검찰’은 권력형 부패 사건보다는 ‘탈원전’ 정책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 출국금지 과정을 겨냥한 생뚱맞은 수사를 크게 벌여 놨다. 총장 재직 때 주도한 수사의 정치적 의도가 대선 출마로 인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윤 전 총장은 ‘원칙과 상식에 따라’ 수사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그건 본인의 주관적 평가일 뿐이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의 재임기간 ‘자의적 수사’ 여부 검증은 대권주자의 ‘정직성’이라는 매우 중요한 자질과도 연결됩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정치데뷔 2주간을 지배할 시간의 효율적 활용과 출정식 때 보여 주다만 국정운영에 대한 구체적 비전, 그리고 국가를 이끌어나갈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자질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일개’ 검찰총장에서 유력 대권후보로 급부상한 윤석열 전 총장은 이제 공중에 붕 뜬 ‘애드벌룬’입니다. 초반에 대세를 장악해 비전과 자질을 제대로 보여주면 청와대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금세 바람이 빠져 불시착하고 말 것입니다. 

 

 

(7월 2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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