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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선까지 마이웨이로 가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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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했습니다. 야권 주자 중 처음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완료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대권도전에 나서겠다는 강한 결기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는 국민의힘을 의식하지 않고 여차 하면 제3지대로 대권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힙니다. 사실 최근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보면 국민의힘 입당에 굳이 목을 매고 있지 않다는 시그널이 드러납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해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무소속인) 지금 상태로 가다 막판 여론조사를 통한 (야권) 후보 단일화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에 조기 입당해 당내 경쟁자들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외곽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막판에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조언을 한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게 국민의힘 무조건 입당을 ‘주문’한 것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입당 속도조절’ 속내를 미리 읽고 그와 사전에 ‘코드’를 맞추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윤 전 총장과의 만남 이후 “국민의힘에 당장 들어갈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윤 전 총장의 기본적인 대권 전략은 ‘정권교체’입니다.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볼 때 항상 염두에 둬야할 것은 ‘정권교체’입니다. 그는 어떤 상황변화가 있더라도 이 정권교체를 불가변의 최대 상수에 놓고 계산하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 입당은 정권교체를 위한 종속변수이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닙니다. 정권교체를 위해 입당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 경우 바로 국민의힘으로 들어갈 것이지만, 그 필요충분 조건이 선행되지 않으면 막판 야권후보 단일화도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누구에 의한’ 정권교체입니다. 윤 전 총장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아집’을 가지고 있으면 그는 야권 후보 단일화마저 거부하고 무소속 제3후보로 대선을 끝까지 완주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교체만 이뤄진다면 누구든 상관없다는 ‘헌신’이 대권도전의 주된 동기라면 그는 국민의힘 입당에 ‘순순히’ 응하거나 막판 야권후보 단일화에 적극 응할 것입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대선을 완주하다가 선거 직전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지지를 선언하고 레이스를 접는 극단적 시나리오도 상정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이 36세의 이준석 대표를 밀어 올리는 상전벽해와 같은 정치상황을 만들어나가자 대권도전 선언 시기를 앞당기고 보수야당 입당에도 호의적인 것처럼 발언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스탠스는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당 문제에 대해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느냐는 기준에 맞춰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를 ‘국민의힘 입당에 대한 유보적 입장’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이렇게 계속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앞서 밝힌 대로 ‘정권교체’라는 윤 전 총장의 확실한 전략적 상위목표가 있기 때문에 항상 그 상수를 위주로 해석하고 움직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내가 약하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당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권교체를 위해 내 체중을 늘린 뒤 입당해도 늦지 않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최근 윤 전 총장은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와 전격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를 본 국민의힘 진영에서는 ‘윤석열이 우리 사람인데 왜 자꾸 다른 곳에 가서 놀지’라는 의구심이 커졌습니다. 

윤 전 총장은 안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제3지대 현실화 가능성도 열어두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야권 일각에서는 잠재적 대권 경쟁 관계인 두 사람이 국민의힘 밖에서 단일화를 하고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는 ‘범야권 토너먼트’ 경선 구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아래 무조건 모이는, 획일화되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하태경 의원은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이) 이제 좀 정치가 몸에 맞아간다. 단수가 꽤 높다. 안 대표를 만난 건 사실 우리 당을 긴장하게 한 것으로, 그걸 보면 상당히 정치적 감각이 있다고 보인다”라며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윤 전 총장의 이런 ‘광폭행보’에는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지율이 정치신인 윤 전 총장의 배짱 행보를 받쳐주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 장모와 부인의 의혹이 불거지자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며 반색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정치참여 선언을 한 이후 7월 중순까지 가족 의혹 등의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해석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며 여전히 지지를 유지하거나, 가족 비리를 별 다른 변수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와는 달리 박근혜-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권력에 저항하고 견제와 핍박을 받으며 자생적으로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급성장한 케이스입니다. 이런 정의와 공정의 투사 이미지는 ‘언더독 효과’에 힘입어 그를 단기간에 속성으로 대권주자로 밀어올린 중요한 동력이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스토리가 만들어졌고 야권에서는 ‘문재인정권 청소부 대통령’이라는 담론까지 만들어내며 그의 집권을 바라는 세력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윤 전 총장의 ‘공정 스토리’는 그의 지지율이 단기간에 쑥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당분간 외곽에서 ‘윤석열’ 브랜드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의힘에 섣부르게 입당했다가 경선 판만 깔아주고 ‘팽’ 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국민의힘 입당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그를 둘러싼 가족 비리와 의혹에 대해서도 정면대결로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윤 전 총장이 외곽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에 빨리 영입작업을 매듭지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준석 대표가 최근 여가부, 통일부 폐지론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등의 한눈팔기에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 대표의 ‘안 들어오면 당신만 손해’라는 전략으로는 윤 전 총장의 굳건한 ‘정권교체’ 의지를 꺾지 못할 수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을 향해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의 교두보로서 필수불가결한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과 이준석의 치킨게임이 점점 흥미를 더해갑니다. 

 

(7월 14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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