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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대위원장’ 구상에 자중지란 빠진 통합당...'아직도 정신 못차렸다' 비난 쇄도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4. 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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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4ㆍ15 총선 참패 이후 당 수습 방안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향후 당 진로를 모색할 당선자 총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부터 비대위원장직을 제안 받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제21대 총선 당선자들의 중지를 모아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선자 총회를 통해 김 전 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사실상의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당선자 총회 개최 자체부터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실제 심 권한대행은 당선자 총회 시기를 묻는 질문에 “수습방안을 논의하는 게 먼저”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한 중진 의원은 “심 권한대행이 (당선자 총회를) 다음달 초에 열려고 한다”면서 “당선자들도 선거 이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도 서둘러 움직일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당선자들로부터 권한을 확실히 보장 받아야만 본인 구상대로 당을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 측은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생각하고 있어 당의 사전 정지작업이 끝나야 움직일 수 있다”며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빨라야 4월 말이나 5월 초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김종인 체제’에 대한 공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당의 중요한 미래가 걸린 사안을 당내 논의 없이 결정하고 외부인사에게 당을 맡아달라고 하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도 벗어나는 무책임한 월권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대위가 아닌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역시 이번 선거에서 생환한 조경태 최고위원도 조기 전대를 통한 지도부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통합당의 집안 싸움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대표의 복당 문제를 둘러 싸고도 이어졌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강효상 의원은 지난 18일 홍 전 대표를 비판한 김용태 의원을 향해 “구로에 낙하산 공천을 받아 갈등을 야기했던 자가 막장공천의 최대 피해자인 홍 전 대표에게 무슨 자격으로 도리 운운하느냐”며 “가벼운 입을 닫길 바란다”고 공격했다. 김 의원은 같은 날 홍 전 대표를 겨냥해 “선거 다음날 춤을 추려고 했고, 바로 대선 얘기까지 하셨더군요”라며 “부디 기뻐하는 것은 대구 안에서 그쳐 달라. 한때 우리 당의 대표였던 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통합당의 자중지란은 당연한 현상이다. 더 치열한 반성과 다양한 방향제시가 계속 나와야 한다. 하지만 심재철 권한대행이 김종인 전 위원장을 찾아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한 것은 독단적인 행위다. 21대 국회 당선자들의 총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당장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원내.외에 다양하고 실력있는 화합형 인사들이 많이 있음에도 선거 참패 이후 왜 김종인 체제에 목을 매려 하는지, 이에 대한 의구심이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지도부와 몇몇 중진들의 몰아가기에 당 전체가 휘둘리며 끌려다니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심 대표가 서둘러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닥을 잡아가려고 하자, 이에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내홍이 커지고 있다. 소모적인 권력투쟁으로만 비친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당내 합의 없이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위원장의 이런 스탠스도 무책임하면서, 노골적인 당권 접수 작전이다. 그가 왜 무너진 미래통합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본인의 설명은 전혀 없다. 오로지 '김종인'이라는 명성만 믿고 밀어붙이고 있다. '맡겨놓으면 알아서 한다'는 식이다. 

 

 

총선 총괄선대위원장도 그렇게 해서 슬그머니 자리를 차지했다가 103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그가 공천 작업 등에 관여하지 않았고 시간도 별로 없었다는 이유로 총선 책임론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책임정치 논리와 맞지 않다. 이렇게 따지면 황교안 전 대표도 완전히 책임질 선거였는가? 저마다 하나 둘씩의 이유를 들이대며 책임을 회피한다면 누가 보수야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다시 돌아봐도 선거 판세를 읽는 데 뛰어난 김 전 위원장이 총선만 보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는 가정이 더 설득력이 있다. 미래통합당의 총선 패배가 뻔히 보였지만, '포스트 황교안'을 노리고 당권을 접수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전 위원장이 왜 이 시점에서 비대위원장이 되어야 하는지, 본인은 일체의 말이 없다. 그냥 자리만 내놓으라는 것이다. 여론도 김종인의 컴백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여론조사를 당장 실시해보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을 것이다. 오로지 이 위기를 손쉽게 모면하려는 미래통합당의 임시방편론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완전히 폐허가 된 미래통합당의 비대위원장에 관심이 없다. 더구나 올드보이 중의 올드보이인 김종인 카드에 대해서는 더 관심이 없다. 국민들은 미래통합당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어떤 태도로 참패를 반성하고 있고, 어떤 대안을 먼저 내놓느냐가 우선순위다. 그래서 무너진 보수야당을 다시 일으켜세울 대안을 찾아내고 그것을 어렵고 힘들지만 묵묵히 추진해나가는 과정을 볼 것이다. 그래서 다시 민주당의 대안세력으로서, 국정운영 세력의 주체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다음 대선에서 가려볼 것이다.


 

지금 당장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를 세운다고 해서 이것이 효율적인 당 쇄신 작업이 될지도 의문이다. 김종인은 패장인 데다 미래와 희망의 아이콘이 아니다. 뒷북 수습의 아이콘이다. 지금 당장 뾰족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오로지 권력(당에서 전부 합의하고 나를 모셔가라는 말을 보면 그렇다)에만 관심이 있는 노회한 정치인에게 당을 통째로 내줄 이유가 무엇인지 설득력이 없다.

 

차라리 이번에 불출마를 선언한 개혁성향의 중진 의원들 중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김세연 정병국 의원 등이 이에 해당한 다. 이들은 불출마를 했기 때문에 자기정치를 할 가능성이 적다. 외부인사 중에서도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개혁성향의 적임자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열린 자세로 찾아보면 후보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

 

오히려 김종인 체제가 들어서면 지난 2017년 '셀프 출마'를 감행했던 예처럼 당내에 자기 사람들을 심고 차기 대권을 노릴지도 모른다. 이런 시나리오는 미래통합당에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한다. 퇴행적이고 현상유지적인 안일한 발상이다. 김 전 위원장이 들어와서 차기 대선까지 자기 마음대로 세팅하고 주무르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는 통합당의 쇄신과 개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여론과 따로 노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창당 이래 최악의 참패를 당했음에도 패배한 의원이나 새로 당선된 의원들이나 조용하기만 하다. 물론 참패 정국에서 이견을 드러내면 안 되지만 심재철 권한대행 등 몇몇 중진 의원들과 장외의 홍준표 전 대표의 생각없는 의견에 휘둘려 서둘러 김종인 체제를 결정하는 것은 103석이라도 지지해준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미래통합당은 처절하게 자신들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사전투표 부정의혹 제기같은 철지난 마타도어로 여당의 승리를 폄훼하고 선거결과에 불복하려는 나쁜 습성으로는 보수의 재기는 요원하기만 하다. '통합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국민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통합당은 국민들의 높아진 정치의식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하루빨리 영점을 재조정해야 한다. 그 클릭을 하는 사람이 김종인은 아니다.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개혁보수의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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