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문재인 대통령, 최소한의 상도덕 안지켰다...유시민은 1984년 세상에 갇혀 있다" 비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약속한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 최소한의 상도덕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진보 성향 지식인 강준만(64) 전북대 교수가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인물과사상사)는 책을 냈다. 

그는 이 책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실명 비판하고 이른바 ‘문빠’ 지지층이 가져온 폐해를 지적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의 책 내용 가운데 “문재인은 최소한의 상도덕마저 지키지 않았다” “유시민은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 있었던) 1984년 9월의 세상에 갇혀 있다” “‘어용 시민’으로 칭하는 이들은 진보언론마저 ‘어용’이 될 것을 요구했다”는 등의 주장은 향후 진보진영 사이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강 교수의 책 내용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진보진영의 대표적 지식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기존 보수층의 '문재인 유시민' 공격 비판과는 사뭇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진보 진영의 위선을 다분히 '인상비평' 형식으로 비판하고 있다. 논리보다 감정적인 접근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강 교수의 친문진영 비판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인틀을 가지고 있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문재인 대통령)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장내겠다고 했지만, 그는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인 증거다.” 강 교수는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해 조국이 사퇴했지만, 문재인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조국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드러냄으로써 제2차 ‘국론 분열 전쟁’의 불씨를 던졌다”면서 “이는 문재인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내용과 상반된 것이다. 어렵고 고상한 이야기할 필요 없다. 그는 최소한의 상도덕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비판은 더 신랄하다. 강 교수는 유 이사장이 주창한 ‘어용 지식인론’이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하나의 절대적 좌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직전 “진보 정부에 대해 ‘어용 지식인’이 되려 한다”고 주장했다. 강준만 교수는 “맹목적인 당파성을 ‘진보’의 자리에 올려놓고 ‘어용’이라는 말 안에 녹아 있어야 할 수치심을 지워버렸다”면서 “수치심을 지워버린 효과 때문이었을까? 인터넷엔 자신을 ‘어용 시민’으로 칭하는 이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이들은 진보 언론마저 ‘어용’이 될 것을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유시민은 아직도 ‘서울대학교 프락치 사건’이 일어났던 1984년 9월의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민주화가 이루어질 대로 이루어진 오늘날에도 유시민은 그 시절의 선명한 선악 이분법의 사고틀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란 전두환 정권 때인 1984년 9월 서울대 학생들이 학교 내에 있던 타 학교 학생 및 민간인 4명을 정보기관 프락치(첩자)로 오인해 감금하고 물고문·폭행 등을 가한 사건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당시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받았고, 이때 쓴 ‘항소이유서’가 명성을 얻었다.

강 교수는 “1980년대의 운동권을 지배했던 사고 가운데 ‘조직 보위론’이란 게 있다. 운동 조직을 적의 공격에서 보위하기 위해 내부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조직 밖에 알려서는 안 된다는 논리”라며 “유시민은 민주화가 된 세상에서 그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조직 보위론을 다시 꺼내든 것”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소위 ‘문빠’가 진보 언론을 ‘어용 언론’으로 만들려는 행태도 강하게 비판했다. 진보 독립언론을 표방하는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검증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2000여명 후원자가 이탈했다. 뉴스타파는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한 직후 문재인-윤석열이 같은 편으로 보였을 때 윤 총장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했다가 3000여명 후원자가 이탈했다. 그러나 조국 사태 후 문 대통령과 윤 총장 입장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자 이번에는 ‘뉴스타파’에 사과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문빠’는 경향신문·한겨레 등 이른바 진보 언론에도 절독하겠다고 위협하며 ‘어용 언론’이 될 것을 요구했다. 강 교수는 “정부 여당에 종속된 ‘기관 보도원’ 노릇이나 하라는 요구가 도대체 그 어떤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있단 말인가? ‘어용’을 철저히 실천하는 북한이나 중국의 언론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을까?”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책 출간 이유에 대해 “왜 우리는 일반 소비자의 갑질에 분노하면서도 약자를 상대로 한 정치적 소비자의 갑질엔 침묵하는가. 왜 우리는 민생이야말로 소비의 영역임에도 소비를 자본주의의 죄악과 연결시켜 백안시하는 위선과 오만의 수렁에 빠져 있는가”라며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강준만 교수의 책은 두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재 진보진영에서 '친문 일방주의'에 문제를 제기하는 몇 안 되는 지식인 가운데 한명이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친문세력은 그들의 주장과 배치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세력에 대해 가차 없는 편가르기와 철저하게 배척하는, 편파성과 폐쇄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히 친문의 눈밖에 나면 그 누구도 민주당에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의식이 의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금태섭 의원이 지역구에서 경선 탈락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당의 주류로 의사결정에 적극 개입하는 것과, 주류의 의사에 반하는 세력에 대한 보복과 따돌림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친문 단일색으로 민주당이 색칠돼 동종교배가 반복된다면 정치 DNA도 열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다양성과 확장성, 포용성이 없는 정당은 그 자체로 교조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에 머물러 있게 된다. 

 

이는 외부변수에 의해 절대 바뀔 수 없는 문제다. 친문진영의 자정운동으로 다양성이 인정되고 반대의견도 존중되고 인정되어야 한다. 누군가가 깃발을 높이 쳐들게 되면 그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는 현재의 친문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정치적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 교수의 지적은 이런 점에서 타당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마치 그의 모든 허물에도 눈 감아 주는 것과 동일시된다면 이는 전체주의 집단의 광기와 다를 바 없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장내겠다고 호언했지만 그 뒤 친문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철저하게 이분법적인 논리로 정국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도 친문의 '이니 마음대로 해' 분위기에 휩싸여 더욱 친문에 의지하면서 정치의 극단적인 분열을 초래했다. 조국 사태로 양극단이 격돌한 광화문과 서초동의 촛불집회가 이를 잘 말해준다.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강 교수의 지적도 되새겨봐야 한다. 유 이사장은 정계를 떠났다는 것을 방패막이로 자유롭게 정치이슈에 대해 '평론'을 내놓고 있다. 망망대해에서 좌표가 보이지 않을 때 유 이사장은 여권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유 이사장은 친문세력의 커트라인을 만들어주는 선생님이었다. 그의 주장은 친문의 이익, 주장과 철저하게 부합되고 연동되는 것이었다. 유 이사장의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주장이 비판대에 오를 때면 그는 '어용'이라는 벽 뒤로 숨어서 책임을 모면했다.

 

최근의 민주당 비례대표 위성정당 논란도 유 이사장은 알릴에오에 출현해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보며 최대 이익의 공약수를 제시하기도 했다. 긴급재난지원금 문제도 '문 대통령이 여당 정부에 합의안을 가져오라고 해서 70% 컷오프를 가져왔는데 이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결정이 돼 버린 것이었다. 대통령이 결정을 내려야 할 문제다'라며 청와대에 전 국민 지급 가이드라인을 강하게 제시했고 결국 며칠 뒤 민주당에서 전 국민 지원 카드가 나오고 그 뒤 곧바로 청와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의사를 표했다.

 

이 모든 과정이 유 이사장의 뜻대로 된 것은 아니지만, 여당과 청와대가 여론의 반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권이라는 점에서 유 이사장의 막강한 알릴에오 파워가 청와대의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바꾸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2019년 9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7차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수호', '사법적폐, 청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유 이사장의 첫 일성을 노심초사 주목한다. 그의 입장에 따라 청와대와 민주당 스탠스는 영점이 조정되었고, 그의 주장에 따라 청와대와 민주당은 확성기가 되었다. 유 이사장은 이런 현실을 부정할 수 있겠지만, 그는 알릴레오라는 최고의 자유롭고 강력한 스피커를 통해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전달해주지 못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연일 던져주고 있다. 유 이사장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 위에서 '상왕 정치'를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강 교수는 오랫동안 진보지식인으로서 권력의 외곽에만 머물러 왔다. 그가 제도권 정치에 진입해 권력의 일부를 누렸다면, 지금의 책에서 주장하는 논리는 그리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권력과 거리를 두면서 강연과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보진영으로부터는 '변절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성역과 금기에 도전한다’를 모토로 잡지와 책 형태를 혼합한 ‘인물과사상’ 시리즈로 유명한 인사다. 그는 1990~2000년대엔 주로 보수언론 비판에 집중했으나 2010년대 중반 이후 ‘싸가지 없는 진보’ ‘강남 좌파’ 논쟁을 벌이며 이른바 진보의 ‘진영 정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친문은 결코 성역이 될 수 없다. 그들만의 교조적인 세계에 매몰된다면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강 교수의 책이 친문세력의 발전과 쇄신을 위한 작은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한쪽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조직에게 미래는 없다. 비판에 겸허하지 못하는 조직은 퇴화하기 마련이다. 로마와 미국이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했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는 책의 서문에서 “많은 진보주의자가 ‘시민’을 내세워 진보 행세를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윤리적인 소비자’로 살고 있는 이중성과 위선을 깨는 게 더 시급한 일이 아닐까”라며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