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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회고록 "문재인에 배신감, 인성이 문제···박근혜는 건달 힘자랑 같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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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회고록 "문재인에 배신감, 인성이 문제···박근혜는 건달 힘자랑 같았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3. 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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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들어오고 나갈 때의 태도가 다르다더니, 인간적인 배신감마저 느꼈다”며 “정치 도의를 떠나 기본적인 인성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20일 공개한 그의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를 통해서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 2번에 배치돼 ‘셀프 공천’ 논란이 일었다. 회고록에서 이에 대해 “밤늦게 우리 집까지 찾아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해달라’ 부탁했던 사람, 선거 승리만을 위해 민주당에 가지는 않겠다고 하니까 ‘비례대표를 하시면서 당을 계속 맡아 달라’고 이야기했던 사람이 그런 일이 발생하자 전후 사정을 설명하지 않고 나 몰라라 입을 닫은 채 은근히 그 사태를 즐기는 태도를 취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애초에 정치인의 말을 온전히 믿지 않았지만 … 인간적인 배신감마저 느꼈다. 이런 건 정치 도의를 떠나 기본적인 인성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언급한 사람은 문 대통령이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 "수줍은 사람" "주변이 좀 복잡한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문 대통령은 총선을 앞둔 2016년 1월 당시 민주당 대표로서 세 차례 자신을 찾아왔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문재인은 수줍은 사람이었다. 밤중에 연달아 세 번이나 찾아왔는데 혼자 오는 법이 없었다. 배석자가 주로 이야기하고 문재인은 거의 말을 하지 않다가 ‘도와주십시오’라는 말만 거듭했다”고 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이 자신을 찾아와 “박근혜 후보와 완전히 결별하고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며 “그 말을 듣고 약간의 모욕감마저 느꼈다.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보다 나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동안 내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문재인 후보는 주변이 좀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그룹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결국 그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 뻔했다”고 했다.

현 집권세력을 대해선 “그들의 ‘마지막’이 어떤 모습일지 이제 국민도 잘 알고 있다”, “마치 천하를 손에 넣은 것처럼 판단하고 행동하는 중”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적지 않았다. 2006년 처음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을 때를 회고하며 “박근혜에게 받은 인상은 생각보다 공손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태도가 느껴진다는 점이었다”고 했다.

 


또 2008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이 되고 싶으니 도와 달라”는 말을 듣고 “일단 문제를 일으킬 조건 자체가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형제들이 있지만 좀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그들과 관계를 정리하고 있었고, 결혼을 하지 않아 남편이나 자식 또한 없었다. 돈에 대한 욕심도 없어 보였고, 주변이 비교적 간단한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대목에선 평가가 달라졌다. 그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해 사이가 벌어졌던 시기 박 전 대통령을 만났던 일을 상세히 적었다. “당연히 박근혜 혼자 오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뒤에 여러 사람이 줄지어 쭉 따라 들어오는 것 아닌가. 모두 아홉명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그토록 바쁜 시기에 핵심 보직에 있는 모든 참모를 끌어모아 그렇게 데리고 오는 것만으로도 황당한 사건이었다 … 거의 협박하는 분위기였다. 정치가 동네 건달들이 힘자랑하는 놀이터도 아닐진대 이건 대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박근혜가 10분쯤 이야기를 했는데 그가 그렇게 흥분하여 말하는 모습은 그때 처음 보았다.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혼잣말처럼 계속 이야기하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마지막에 일어나 문을 확 열고 나가면서 ‘사람을 잘못 봤다면서요!’ 하고 소리를 크게 질렀다. TV 방송에서 앵커가 박근혜에 관해 묻기에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게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박근혜랑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처럼 헤어졌다”고 썼다.

그는 “나는 국민 앞에 두 번 사과해야 한다. 하나는 박근혜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다”라고도 했다.

 

'권력바라기'인 김종인의 행보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에 와서 멈춰서게 됐다. 

 

전현직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거의 유일한 인물이 바로 김종인 전 대표다. 권력의 내밀한 작동 시스템을 관찰했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 문재인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줬는지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 전 대표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인상비평 수준이 아니라 자신과 두 사람의 관계, 주변참모들과의 상호작용 등을 통해 느꼈던 내밀한 권력 이야기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회고록은, 그 누구의 회고록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너무도 자기중심적으로 서술된 다분히 주관적인 감상평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들과 권력을 더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한 일종의 분노와 '화풀이'도 섞여 있는 것 같다.

 

김 전 대표는 두 사람과의 인연이 거의 없는, 우리 정치에서 보기 드문 용병 책사였다. 전투가 있을 때만 잠깐 구원등판하는, 어찌보면 스쳐지나가는 인물이었다. 당연히 두 전현직 대통령 주변에는 수많은 참모들이 있었고, 그는 그들과의 협력 융화보다 그 모든 조직을 손에 장악하려는 탐욕을 보여준 측면도 있다.

 

그로 인해 참모들과의 화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는 독불장군에 불과했다. 정치가 타협과 협력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의 정치력은 낙제 수준이었다. 그 자신 대권에 욕심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조언을 할지언정 진정성은 그리 보이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가 그토록 경멸하고 비판하던 두 전현직 대통령도 이런 점에서 김 전 대표의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전현직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관적이기까지 하다. 김 전 대표의 회고록 내용이 공개되면서 거의 모든 보수언론들은 “이 순간 재임하고 있는 대통령도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편안하게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는 김 전 대표의 예상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코로나19를 헤쳐나가고 있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악담 수준의 공격이다.


 

언론들이 김 전 대표의 회고록을 인용하기는 했지만, 문 대통령의 어깨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전장에 나가서 열심히 싸우는 장수를 헐뜯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리는 없다. 전투가 끝난 뒤 막말을 해도 늦지는 않다. 우리는 역대 거의 모든 대통령을 뽑고난 뒤 비난하고 끌어내리려 한다. 단 한번도 지지층이 아닌 세력이 '우리의 대통령'이라고 인정해준 적이 없다. 물론 문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완벽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고 선거가 끝난 이상 그의 지위와 위상을 인정해줘야 한다. 특히 그 약속을 지키려는 우리의 책임도 따른다. 건전하고 객관적인 비판은 당연하지만 무조건 비난과 저주만 퍼붓는 작금의 대통령 깎아내리기는 우리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복보다 포용을, 저주보다 대안을 통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야 한다. 코로나19로 한국 방역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국뽕'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분명히 있다. 서로를 대안없이 헐뜯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정치를 결코 맞이할 수 없다. 

 

김종인은 한국 현대사의 산 증인이지만, 동시에 우리 정치를 저주와 분열의 악순환에 빠지게 한 장본인 중 한명이다. 진보와 보수를 아무런 원칙도 없이, 오로지 권력을 득하기 위해 오간 그의 정치이력은 결코 자랑스러운 훈장이 될 수 없다. 그런 사람이 쓴 회고록 또한 그의 철새 행적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과연 그가 전현직 대통령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그가 권력에 초연하면서 권력에 쓴소리를 했다면 또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한때 어둠의 권력에 완전히 파묻혀 있었고, 역대 대통령들(무려 전두환 국보위 적극 참여자 시절 때부터 노태우를 거쳐 박근혜 문재인에 이르기까지)이 주는 권력의 단꿀을 빨아먹었던 사람이었다. 적어도 자신도 같이 마신 우물에 침은 뱉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는 후손들이 그 더렵혀진 우물을 다시 청소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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