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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공천 정주행에 다시 ‘탄핵의 강’에 빠진 미래통합당, 그 해법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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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공천 정주행에 다시 ‘탄핵의 강’에 빠진 미래통합당, 그 해법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3. 1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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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의 자유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당시 탄핵안 가결 표수를 보면, 총 234표의 찬성표 중 야권과 무소속 전원(172표)을 제외했을 때 새누리당은 6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비주류 의원들이 이날 오전 모임에서 발표한 탄핵 찬성 의원은 33명이었다. 이전에는 35명의 찬성표를 확보했다고도 했다. 이는 곧, 27~29표 가량이 중립, 또는 친박계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미래통합당의 공천 후유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통합당의 총선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탄핵 참여 이력’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공천 탈락자들의 주장이 잇따르면서 막바지 발화점이 되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승민 전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하며 출범한 미래통합당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생긴 정치적 불신과 감정적 앙금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논란은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0일 권성동 의원(3선·강원 강릉)을 공천에서 배제(컷오프)하면서 본격화했다. 권 의원은 11일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 신청서를 제출하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통합당을 만들어놓고 ‘과거 탄핵소추위원 경력’을 문제 삼는 것은 명분이 없다. 우리 당의 방침은 탄핵 문제로 왈가왈부하지 말자는 것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전날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권 의원의 컷오프 배경과 관련해 “시대의 강을 건너려고 하면 밟고 지나가야 할 다리가 필요하지 않나. 권 의원이 그 다리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밝힌 것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 제기로 읽힌다.

공교롭게도 ‘태극기 세력’으로부터 ‘탄핵 5적’으로 지목된 김무성·유승민·김성태·권성동 의원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모두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형오 위원장의 강도 높은 압박으로 친박근혜계 다선 의원들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친박·비박의 컷오프 비율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졌으나, 탄핵 과정에서 생긴 불신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총선을 앞둔 당의 전열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미래통합당 의원은 “민주당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탄핵의 기억 때문에 우리 쪽에 선뜻 표를 주지 못하는 중도층이 상당하다. 승리를 위해선 이들을 끌어와야 하는데, 탄핵 문제가 자꾸 언급되면서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전혀 다른 투쟁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에 찬성하고, 하야를 주장하고, 촛불정신을 찬양하면서 탈당했던 그가 ‘탄핵 5적’ 운운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뻔뻔한 그 입 다물라”고 김형오 위원장을 겨냥했다. 홍 전 대표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이를 바로잡지 않을 경우 12일 오후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옛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 4일 공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를 언급하며 “‘옥중편지’가 자기 사람 공천 챙기기였느냐. 아무래도 당은 20대(총선) 짝 나겠다. 기껏 통합했는데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고 꼬집었다.




태극기 세력을 등에 업은 자유공화당도 통합당을 향해 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다. 통합당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분들도 힘을 합쳐달라”는 박 전 대통령 편지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는 “탄핵 5적의 퇴출은 당연한 귀결이다. 자유공화당의 문은 열려 있다. 문을 닫으려 하는 통합당을 용서할 수가 없다. 능력 없는 황 대표는 그냥 사퇴하는 게 맞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통합당의 공천은 김형오라는 '독립군'이 가세해 어느정도 판갈이를 했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친박과 친이계의 오랫동안 이어져온 계파갈등의 악순환을 끊는 작업이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친박 중진들이 많이 날아갔지만, 탄핵을 주도한 5인의 중진도 결과적으로 한 사람도 총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는 어느 정도 필연적인 결과로 봐야 한다. 통합당은 아직도 탄핵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첫 회동을 하며 서민의 삶을 담은 그림을 선물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이 자리에서 "공천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탄핵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한 완전한 물갈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 초년생 황교안 대표로서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천을 통해 어느 정도 걸러졌다. 하지만 탄핵을 주도한 세력에 대해서는 왜 물갈이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것은 통합당과 보수정당의 미래와 체질개선, 당 구조혁신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탄핵은 시대정신이었고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권성동 의원같이 탄핵에 적극 찬성했던 의원들은 충분히 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탄핵의 고리를 끊어야한다. 통합당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영국의 유명한 정치인 처칠은 채임벌린이라는 나약하고 정세를 잘 못 읽은 수사을 뒤이어 총리직에 올랐다. 히틀러와의 타협 없이 오로지 전면전을 선언한 처칠의 승부수는 결국 맞아떨어졌고 연합군이 승리하는 데 처칠은 결정적 공헌을 했다. 하지만 전쟁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처칠은 참패했다. 당시 보수당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정치인만 읽지 못했다.

 

영국 국민들은 전쟁 뒤의 새로운 변화를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칠은 전쟁에 최적화된 총리였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었다. 전쟁 뒤 복구는 노동당이라는 또 다른 정치세력에 맡긴 것이다. 현재의 통합당이 탄핵이라는 큰 전쟁을 치르면서 엄청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당시 탄핵을 이끌었던 당내 인사들은 당연히 포스트 친박체제의 주인으로 올라서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수세력 지지층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2017년 3월 9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한 가운데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형오 위원장이 말한 판갈이를 원하는 것이다. 탄핵은 통합당의 원죄다. 이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탄핵에 반대했든 찬성했든 그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 친박 친이 계파 모두 이 강을 건너는 배에는 오르지 못한다. 보수층은 새로운 판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에 찬성했던 인사들까지 왜 자르냐고 하는 것은 시대정신을 잘 읽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둔한 더듬이질이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와 황교안 대표 체제를 거치면서 탄핵은 한번도 그들 손에 의해 정리되지 못했다. 시도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국외자일  뿐이다. 

 

그 해결의 주체는 통합당 의원들과 당원, 그리고 국민들이어야 한다. 김형오라는 독립군이 들어서서 그나마 개혁공천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이전투구끝에 성과물을 냈다고 본다. 이번 공천이 기계적 균형을 맞췄다고 해도 특정 계파나 인물에 치우치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번 공천에서 권성동 의원 등 친이계 일부의 저항을 통합당의 탄핵 후유증으로 보고 공천내분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친이계와 친박계의 공천 학살 때의 분란에 비하면 이번 공천은 '젠틀맨'이다. 어느 선거에서든 공천 드잡이질은 있었다. 공천 막판 터져나온 탄핵갈등은 통합당 최대의 뇌관이었다.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보수세력이 새로운 정치판을 짜기 위해서는 이번 공천에 새로운 인물을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탄핵의 종언과 함께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처칠은 전시내각에서 빛을 발한 유명한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종식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탄핵의 전쟁을 치른 소 지휘관들도 탄핵의 종결과 함께 물러나야 한다. '김형오 키즈'라고 공격받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보수의 새 전형을 만들어나가야 할 역사적 소명이 있다. 그래야 보수가 산다. 그래야 한국 정치가 발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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