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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검찰, 송철우 백원우 황운하 등 문재인정부 인사 무더기 기소···이성윤만 반대 본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경찰 하명수사 사건을 수사해오던 검찰이 현직 송철호(71) 울산시장과 황운하(58)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54)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전·현직 인사와 울산시 공무원 등 13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지난 울산시장 선거를 청와대가 경찰 등 관계 기관과 합심해 벌인 ‘송철호 당선 프로젝트’로 결론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29일 현직 시장인 송 시장 등 1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 사건이 이첩된 지 두 달여 만이다.
기소 대상엔 박형철(52) 전 반부패비서관, 송병기(58)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장환석(59)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 문모(53)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현 국무총리실 사무관), 울산시 공무원 등도 포함됐다.
검찰의 공소 사실은 크게 4갈래다. ▶송 시장 경쟁 후보에 대한 경찰 하명 수사 ▶송 시장 공약 지원 ▶송 시장 당내 경쟁 후보 제거 ▶울산시 내부 자료 유출이다. 검찰은 청와대와 경찰 등 관계 기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 시장의 ‘선거 캠프’처럼 송 시장 당선과 경쟁자 제거 및 수사에 나섰고, 송 시장은 이런 지원에 힘입어 ‘울산 시장 선거 당선’이라는 수혜를 입었다고 본 것이다.
우선 경찰 하명수사 관련이다. 검찰은 당시 현직 시장이던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송 시장 측의 청탁에 따른 것으로 봤다. 검찰에 따르면 송 시장은 2017년 9월 황 전 청장에게 관련 수사를 청탁했고, 송 전 부시장은 한달뒤 문모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비위 정보를 제공했다.

문 전 행정관은 이 제보를 재가공한 첩보를 작성했고, 백 전 비서관은 이를 같은해 11~12월 박 전 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울산경찰청에 차례로 내려보냈다.
황 전 청장은 '하명수사'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 이외에도 김 전 시장 주변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부당하게 인사조치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검찰은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은 ‘공공병원 유치’를 시장 선거 공약으로 삼기 위해 2017년 10월 장 전 행정관에게 현직 시장인 김 당시 시장의 공약이던 ‘산재모 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연기를 부탁했다고 봤다. 장 전 행정관은 산재모병원 관련 내부 정보 제공 및 예비타당성 발표 연기를 수락하는 등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 전 수석은 2018년 2월 송 시장의 당내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 공기업 사장과 해외 공관 총영사 등을 제공하겠다며 출마 포기를 권유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외에도 2017년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울산시청 자료 등 행정기관 내부자료를 이메일과 우편 등으로 송 전 부시장에게 전달한 혐의가 있는 울산시 공무원 등을 재판에 넘겼다. 선거공약 수립 및 후보 TV토론자료 등으로 활용되도록 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정모(54) 울산시 정무특보는 2018년 7월 울산시 공무원 공개채용 면접 질문을 유출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핵심 피의자 중 하나로 꼽히는 임종석(54)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이날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송 전 부시장의 업무일지에는 2017년 10월 임 전 실장이 송 시장 측과 만나 출마 요청과 함께 공약을 협의한 정황이 담겼다. 임 전 실장은 30일 오전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던 이광철 현 민정비서관은 이날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향후 다가올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신병처리는 선거 마무리 이후 결정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이 모조리 교체된 뒤에는 수사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현실적인 이유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격적으로 13명을 기소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한다. 지난 8일 검사장급 인사와 지난 23일 중간 간부 인사로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팀 가운데 중간 간부는 김태은 부장만 남았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관련자 13명에 대한 1차 기소는 윤석열 검찰총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대검과 중앙지검의 수사 책임자들이 참석한 29일 대검 회의에서 결정됐다. 이 지검장만 '나 홀로 반대'했을 뿐, 다른 참석자 8~9명은 모두 '기소 의견'을 냈다고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1차 대학살 인사'로 임명된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도 기소에 동의했다. 그 결과, 송경호 중앙지검 3차장이'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했을 때와 달리, 이번엔 이 지검장이 수사팀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윤 총장을 찾았다. 대검찰청 8층에 있는 검찰총장실에는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 김성훈 대검 공공수사1과장 등 공안 담당 과장들, 서울중앙지검의 신봉수 2차장,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등 공안 관련 부장들도 회의 참석을 위해 모였다. 이날 회의는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이 지검장은 이날 회의에서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며 유일하게 '기소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경우, 소환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 후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추가 압수 수색도 더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대질 조사해야 한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백 전 비서관이 청와대 선거 개입 사건이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으로 조사를 받을 때 검찰에 요구했던 내용인데 이 지검장이 이날 회의에서 똑같이 주장한 것이다.
이 지검장은 또 "전문수사자문단 회의나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기소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이 지검장이 백 전 비서관 등의 기소를 뭉개던 전날 갑자기 "전국 검찰청 66곳에 공문을 보내 중요 사안 처리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부장회의 등 내부 협의체를 적극 활용하라고 당부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 지검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그대로 읊은 셈이다. 한 변호사는 "정권이 이 지검장을 현 정권 인사들의 기소를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앉혔다는 게 이날 회의에서도 드러난 셈"이라고 했다.

이에 수사팀은 "수사팀 30여 명이 두 달간 수사 끝에 일치된 결론을 내린 사건"이라며 "윤 총장 등 대검 간부도 매일 사건 보고를 받아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사팀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 전 민정비서관 등을 이날 기소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수사팀은 "황 전 청장은 '(수사팀 교체 시기인) 다음 달 4일 이후 출석하겠다'며 조사를 미뤄왔다"며 "이미 황 전 청장 기소에 필요한 물증과 진술이 충분하다"고도 했다. 수사팀은 "4월 총선 전 이른 시일 내에 기소해야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조기 기소'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배용원 신임 공공수사부장 등 대검 간부들도 수사팀의 의견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부장은 지난 8일 추 장관의 '1차 대학살 인사'로 박찬호 전임 부장 후임으로 임명됐다. 그런 그도 수사팀 의견이 맞는다고 본 것이다. 윤 총장도 수사팀 의견이 맞는다고 보고 기소를 지시했고, 수사팀은 이날 한 전 수석과 백 전 비서관 등 13명을 선거 개입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최근 추미애 장관의 중간 간부 인사에 따라 내달 3일 신임 차장·부장들이 부임하기 전에 현 수사팀에서 기소 문제를 매듭지은 측면도 있다는 관측이다. 대검은 이날 참석자 발언 내용을 회의록에 남겼다. 이 지검장의 '나 홀로 반대'는 '이견(異見)도 있었다'는 취지로 회의록에 포함됐다고 한다. 다만, 30일 소환 조사 예정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날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 등 나머지 피의자들은 4월 총선 이후 기소 여부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2시쯤 13명을 기소한다는 보도자료를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보도자료 배포는 1시간 30분 늦은 오후 3시 30분쯤에 이뤄졌다. 법조계에선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기소를 막지 못한 이 지검장이 청와대와 추 장관을 향해 '최대한 노력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법무부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의 이번 문재인정권 인사들의 무더기 기소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먼저 검찰의 기소가 '정치적'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검찰이 최대한 법리적 접근을 택했고, 이는 추미애 장관이 임명한 대검간부마저 이번 기소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게 하는 동력이 됐다. 이성윤 지검장이 반대한 것이 오히려 '정치적'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총장 체제도 이번 기소가 재판의 승소 내지는 일부 인사들의 인신구속으로 이어질 경우 새로운 평가를 받을 모멘텀이 생기게 된다. 윤 총장으로서는 이번 사건을 자신의 체제를 확실히 구축하고 검찰의 정치적 편향 의혹을 불식시킬 절호의 기회로 보고 올인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두번째는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고, 그것이 대통령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관련자들의 기소는 현 정권에 잠재적인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거나 명백하게 선거개입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그 사안 자체로 문재인 정권에 엄청난 타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정의와 공정인데, 군사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선거 정치공작'이 아직까지도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향하고 있는 '화마'를 조기 진화시키기 위해 추미애 장관이 적극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 바 있다. 법조계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기소를 막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개별 사건에 대해 법무장관은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그러나 "노골적인 정권 수사 방탄용"이란 비판과 함께 정치권에서 "특검 도입" 요구가 거세질 수도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추 장관이 직접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는 않았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수사권에 대한 정치적 개입 논란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매우 엄격하게 행사돼 왔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적은 2005년 천정배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때가 유일하다. 김 총장은 일단 천 장관의 지시를 따랐으나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정치가 개입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해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검찰을 떠난 바 있다.
검찰은 관련자 거의 전원을 일단 기소한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유죄를 확실하게 입증해 추락한 검찰의 위상과 독립성을 확보해 그 활로를 찾을 전망이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무죄가 나온다면 검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할 것이다. 검찰로서는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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