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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송철호 '하명수사',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으로 비화중...야당은 "문재인 대통령 기소하라" 본문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을 들여다보는 검찰 수사가 '선거개입'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불법지원한 정황을 확보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송철호 출마권유 △민주당 내 경선개입 △송철호 공약수립·이행 지원 △김기현 하명수사 순이다. 즉 청와대가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출마를 직접 권유하고 당내 경선 경쟁자들을 하차시키기 위해 전략을 세운 뒤 울산시 관련 정책을 논의, 상대 후보였던 자유한국당의 김 전 시장 낙선을 목적으로 경찰을 동원해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당초 하명수사에 초점을 맞추던 검찰 수사가 선거개입으로 커진 건 검찰이 지난 6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이른바 '송병기 업무수첩' 때문이다. 송 시장 측근으로 선거준비조직인 일명 '공업탑 기획위원회'를 이끌었던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선거공약 수립 과정 등을 꼼꼼히 메모해둔 것으로 전해진다. 송 부시장은 2017년 9~10월 김 전 시장 측근 비리를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핵심인물이기도 하다.
이 업무수첩 내용은 하명수사로 선거에서 낙선했다고 주장하는 김 전 시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언급,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 전 시장 측에 따르면 송 부시장 업무수첩에는 2017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울산시장 출마를 권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청와대와 민주당이 나서서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들을 '정리'한다는 취지의 계획도 쓰였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4월 당내 후보선출 절차를 생략, 송 시장을 단독 공천했다.
여기에 전날 청와대 관계자가 실제 민주당 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최고위원에게 공사 사장직과 총영사직을 제안하면서 불출마를 권유했다는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의혹은 일파만파 커지는 양상이다. 임 전 최고위원은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청와대가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임 전 최고위원에게 다른 자리를 주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시도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면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는 더욱 짙어진다. '송병기 업무수첩' 중 2017년 10월 부분엔 임 전 최고위원이 울산시장 대신 다른 자리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진다.

임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2시 추가조사를 위해 울산지검에 출석하면서도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고베 총영사와 공기업 사장 등 고위직을 제안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울산시장 후보 사퇴를 조건으로 제의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작년 2월 말 친구들과 지인들의 소개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김경수 경남지사, 한병도 정무수석 등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청와대에서 제안한 고베 총영사나 공기업 사장 자리 등은 어려운 시절 울산에서 민주당을 위해 열심히 일해온 것을 높이 평가해 다음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논의됐던 사항이며 결코 경선 포기에 대한 대가성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는 또 "울산시장 경선을 준비하던 중 청와대 한병도 당시 정무수석으로부터 '울산에서는 어차피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으며 이는 청와대의 뜻이 담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사카 총영사 자리는 그곳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어 내가 먼저 요청한 것이지만 청와대 측에서 고베 총영사 등 다른 곳을 권유해 거절했다"고 부연했다. 지난 10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임 전 최고위원을 조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임 전 최고위원을 상대로 전날 보도의 사실관계를 따져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검찰은 임 최고위원 외에도 업무수첩 등장인물과 정황을 토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수첩에는 청와대가 작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무소속 강길부 의원으로 하여금 송 시장을 지지하게 하려고 정무적 조치를 논의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 의원이 추진하던 울산 물사업과 관련해 청와대와 강 의원, 송철호 캠프 간 모종의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김 전 시장 측은 의심하고 있다.
청와대가 송 시장 공약수립과 이행을 도왔다는 의혹도 검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송 부시장 업무수첩엔 경쟁자인 김 전 시장이 추진하던 공약인 산재모(母)병원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문재인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담당하던 이모 비서관의 이름과 함께 'BH 회의'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송철호· 송병기 두 사람이 2017년 10월12일 서울을 방문해 청와대 관계자와 산재모병원 논의를 한 취지의 메모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김 전 시장의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은 지방선거 투표 직전인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이번 사건은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정치공세적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청와대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먼저 이번 사건의 의혹이 '합리적 의심'을 받을 만큼 선명한 대립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송철호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30년지기 '친구'라는 점과, 그런 친구가 '칠전팔기'로 도전하는 것이 안타까웠을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하명'이었거나,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의 충정어린 '원려' 차원의 도움이었을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시나리오'는 검찰의 명쾌한 증거와 수사로 밝혀질 것이다. 여당에서는 공수처 설립과 검찰 개혁 등으로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에 놓인 검찰이 자구책으로 문 대통령과 직접 연결이 되는 이번 사건을 그야말로 '정치적'으로 파헤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사건의 객관적 사실보다 야당과 검찰이 정치적으로 확대 왜곡 재생산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난무하는 희뿌연 온갖 의혹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직접적 증거'다. 바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이다. 검찰이 지난 6일 압수한 그의 수첩에선 지난해 6·13 지방선거 전후 일들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고 한다. 2017년 가을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캠프에 합류한 그가 청와대 인물들과 선거 공약을 협의한 정황도 기록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조국 당시 대통령 민정수석 등도 `송병기 수첩`에 이런저런 형태로 등장한다. 이 수첩의 내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청와대와 친문 인사들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경선 불출마를 대가로 오사카 총영사 제안을 받았다는 의혹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야당에서는 청와대의 직접적인 개입 의혹까지 수첩에서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야당에서는 “송병기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BH 회의’라는 용어가 등장한 만큼 관련자 소환은 필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에서 발견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수첩처럼 파급력 있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 한국당은 공직선거법에 당내 경선 후보 매수죄에 대해서 7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벌써부터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민경욱 의원은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을 선거개입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고 기소하라. 2년형을 받아내는 건 떼놓은 당상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아니라면 즉각 박 대통령의 선거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 조치를 내려라. 그래야 사법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기소까지 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의혹 자체가 정치적으로 상당히 휘발성이 크고 검찰의 수사 압박도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자리 제안 과정에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임동호 전 위원에게 경선 불출마 결과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 고위층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살아있는 권력이 대통령 친구의 선거를 도와주었다'는 선명한 메시지로 국민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검찰의 객관적인 수사와 청와대의 완전한 의혹 털기가 선행되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 재임 내내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이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으로 적당히 덮일 경우, 문재인 정권에게도 치명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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