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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매달 1,000달러씩" 민주당 후보 앤드류 양, 미국 대선판 돌풍

성기노피처링대표 2019. 10. 2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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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계 미국인 앤드류 양이 미국 대선판의 최대 돌풍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40대 아시안 남성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후보경선에 나선 대만계 기업인 앤드류 양(44)이다. 출마 당시만 해도 이름 없는 군소 후보였지만 지난 9월 주요 후보들만 참석 가능한 TV토론회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의 뒤를 바짝 쫓으며 차세대 주자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 미디어 폴리티코는 “앤드류 양의 후원자가 20만 명을 넘었고 1분기 만에 후원금이 2배 늘었다”고 설명한다.
 
그의 돌풍은 핵심 공약인 '보편적 기본소득(UBI)' 덕분이다. 18세 이상 모든 미국인에게 월 1000달러씩 주겠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로 주는 게 목표다. 방송 후 그의 지지율은 급상승 했다. 그런데 양이 말하는 기본소득은 정말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포퓰리즘일까. 오늘 ‘인간혁명’은 멀리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부터 현재까지 논의된 기본소득의 내용과 실현 가능성을 자세히 살펴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은 불평등이 심화된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웨이드가 살고 있는 2045년 오하이오의 콜럼버스는 빈민가처럼 묘사된다 사실 이곳은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동 주거공간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마치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놓은 듯한 트레일러촌으로 전쟁 난민지역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미래사회의 사람들이 빈민 또는 난민처럼 그려지는 이유는 뭘까. 핵심 원인은 바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직 상태에 놓인다. 실제로 영화 속 배경인 오하이오는 IT기술의 발달로 쇠락한 미 북동부의 공장지대인 러스트 벨트(펜실바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가 ‘제조업 부활’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노동이 사라진 시대에 사람들의 유일한 낙은 ‘오아시스’라는 게임에 접속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오아시스’는 일종의 가상현실로 그 안에선 이미 사라져버린 인간의 여러 직업을 수행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AR·VR을 착용하고 온라인에 접속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새 집을 사려고 모아둔 돈까지 게임 속 아바타를 구매하는데 탕진한다. 가상현실에서 통용되는 게임머니는 현실에서 실제 화폐처럼 쓰이기도 한다.  
 
이 작품처럼 미래를 그린 많은 영화들이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를 묘사한다. ‘블레이드 러너’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셀’은 화려한 도시와 빈민가를 대비해 보여준다. 도심의 초고층 빌딩엔 네온사인과 홀로그램으로 반짝거리는 광고판들이 수두룩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의 마케팅이 넘쳐나고 소비를 부추기지만 정작 상품을 구매할 소비자는 별로 없다. 일자리가 없어 구매력 또한 사라진 ‘노동의 종말’ 시대기 때문이다.

2017년 2월 스페이스엑스·테슬라모터스의 CEO 일론 머스크는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 거버먼트 서밋(World Government Summit)’ 행사에서 “미래는 AI의 상용화로 인간의 20%만 의미 있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현존하는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거란 이야기다. 머스크는 지난해 3월 세계 최대의 민간 우주로켓(길이 70m, 폭 12.2m) ‘팰콘 헤비(Falcon Heavy)’를 쏘아 올린, 지구인 중에서 미래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인물이다.  
 
80%가 일자리를 잃게 될 거라는 머스크의 전망은 이미 현실이 돼가고 있다. 요즘 식당가에 가면 별도의 계산원 없이 직접 음식을 주문하는 키오스크가 보편화 돼 있다. 국내업체인 배달의 민족은 AI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로봇카페를 오픈했고 테이블 사이를 ‘자율주행’하는 서빙 로봇도 개발했다. 이밖에도 드론을 이용한 택배, 상담 전문 채팅봇 등 기계와 AI의 일자리 침투는 가속화 되고 있다.

피자헛은 배달의 민족과 업계 최초로 서빙 로봇 '딜리'를 도입했다. 


실제로 다보스포럼은 2020년까지 5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33년까지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스즈키 타카히로는 자신의 책 『직업소멸』에서 “30년 후에는 대부분의 인간이 일자리를 잃고 소일거리나 하며 살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내 연구 결과도 비슷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10여 년 후 현재 사람이 수행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은 AI의 위협을 받게 된다. 2030년 국내 398개 직업이 요구하는 역량 중 84.7%는 AI가 인간보다 낫거나 같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영역으로 꼽히는 의사(70%), 교수(59.3%), 변호사(48.1%) 등의 역량도 대부분 AI로 대체될 수 있다.
 
이처럼 미래 인간의 일자리는 대폭 사라질 전망이다. 문제는 직업이 천천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증발해 버린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1880년대 처음 등장한 엘리베이터 도우미가 1950년대 12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1960년대 6만 명으로 반 토막 난 뒤 얼마 후 사라졌다. 국내에서도 ‘안내양’으로 불렸던 버스 차장이란 직업이 존재했으나 1980년대에 갑자기 사라졌다. 자동문과 하차 벨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직업 증발’이 대표적으로 예고된 업종 중 하나는 운수업이다. 자율주행기술 탓이다. 일반 자가용의 경우 상용화까진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노선이 일정한 화물트럭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은 자율주행이 코앞에 다가왔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자동화와 AI의 확산으로 소수의 관리 인력만 필요하게 되고,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자가 거의 없는 경제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IT 업체 머니브레인의 딥러닝 영상합성 기술 구현 화면(위). 인공 신경망을 이용해 영상·음성을 동기화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구현해낸다. 아래 사진은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모델이 영어 학습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기술발전은 늘 인간의 일자리를 소멸시켰다. 하지만 사라진 만큼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 인간은 언제나 산업을 발전시키고 시장을 확대했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기술혁명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의 기술발전이 인간의 신체를 확장하는 것이었다면 미래의 기술혁명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다리가 발달해 수레바퀴에서 자동차, 비행기 등으로 확장됐다. 눈이 발달해 모니터와 망원경 등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AI 기술혁명은 인간의 신체는 물론 지적노동까지 대체한다. ‘직업 증발’이 예고되는 근본적 이유다. 지적노동을 하는 직업 중 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일자리가 전문직이다. 2016년 가천대 길병원이 국내 처음 도입한 AI 의사 왓슨은 수십만 명의 환자 데이터와 1500만 쪽에 달하는 의학 자료를 갖고 있다. 인간 의사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지식의 양이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왓슨은 환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단 8초 만에 내린다.  
 

왓슨과 같은 AI 의사가 많아질수록 인간 의사의 수는 줄어들 것이며, 남아 있다 해도 그 역할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의사가 자신의 임상 경험과 의학 지식만으로 처방과 진단을 내렸지만 앞으로는 왓슨을 활용해 환자와 소통하고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일을 해야 한다. 수술도 마찬가지다. 이미 사람 손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정교한 수술은 전용 로봇인 ‘다빈치’가 하고 있다.

 
법조인도 마찬가지다. 30년 동안 법관을 지낸 강민구 부장판사(전 법원도서관장)는 변호사의 업무를 예로 든다. 그는 “유능한 변호사를 판단하는 기준은 ‘법조문과 해당 판례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였다”며 “하지만 법률지식에 있어 인간 변호사는 앞으로 AI를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뉴욕의 유명 로펌 ‘베이커드앤드호스테들러’에 처음 도입된 AI 변호사 로스는 초당 1억장의 법률 문서를 검토해 개별 사건에 가장 적절한 판례를 찾아내 추천한다.  
 

이처럼 ‘노동의 종말’이 다가오기 때문에 인간의 ‘먹고 사는’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나 기본소득 제도를 무작정 도입하기 어려운 것은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전 국민에 대한 기본소득은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고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미래 사회는 인간의 노동 자체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기본소득은 ‘복지’가 아니라 ‘생존’의 측면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고마자와대 이노우에 도모히로 교수는 『모두를 위한 분배: AI시대의 기본소득』이란 책에서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한 선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더 나은 삶을 위한 터전을 마련해준다”고 말한다. 그는 “기존의 복지정책은 수급자에게 소득이 생기면 수급액이 줄어 일할 의욕을 해치지만 기본소득은 그와 정반대”라고 지적한다.  
 

점원이 필요없는 '아마존고' 매장. 


앤드류 양의 월 1000달러 ‘보편적 기본소득(UBI)’ 공약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UBI가 “기술발전으로 소외된 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생존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율주행 트럭의 기술적 완성도는 이미 98%에 달해 350만 명의 미국 트럭기사들을 위협하고 있고 소매상점, 콜센터, 패스트푸드점 등 다른 일자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특히 “앞으로 12년 후면 현재 일하고 있는 미국인 3분의 1이 실직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양이 내놓은 해법은 간단하다. AI와 자동화로 혜택을 보는 기업들로부터 부가가치세(VAT)를 걷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마존을 예로 든다. “연간 2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아마존이 세금은 내고 있지 않다”며 “아마존 때문에 수많은 점포가 문을 닫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세금 0달러”라고 주장한다. 아마존을 비롯한 페이스북, 구글 같은 IT기업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없앤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논리다.

 

UBI에 대한 또 다른 재원으로 양은 ‘테크 체크(tech check)’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우리가 제공한 개인정보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쿠폰 몇 개 쥐어주고 개인정보를 가져다 큰돈을 버는 잘못된 프레임을 깨자는 것을 말한다.




 
그는 “미래사회의 개인정보는 원유보다 더욱 큰 가치를 지닌다”면서 알래스카 주민들의 ‘오일 체크(oil check)’를 예로 든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1974년부터 유전 수입을 영구기금으로 만들어 모든 주민에게 원유 배당금을 지급했다. 현재 기금 규모는 약 440억 달러에 달해 미래세대까지 충분히 줄 수 있다.

 
이처럼 양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비현실적인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허경영씨가 19대 대선 때 신혼부부에게 1억씩 주겠다는 공약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허무맹랑한, 혹세무민하는 황당한 공약이라는 의견이 대세였지만, 지금 미국 대선판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매달 1,000달러를 주겠다는 공약이 설득력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나는 수학을 좋아하는 아시안 남성인데 트럼프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앤드류 양은 일갈한다. 그의 타깃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 선명한 메시지와 가장 강한 상대 한명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선거전략이 민주당 대선후보 판도에도 돌풍을 불러오고 있다. 민주당의 소수파에서 나온 대선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립각이 분명한 메시지와 강한 상대를 타깃으로 잡고 집중적으로 공략한 전술과도 유사하다는 점에서 미국판 '노무현 돌풍'이 연상된다. 무엇보다 앤드류 양의 돌풍을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 미국 대선후보 중에서 앤드류 양처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대안을 제시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앤드류 양의 돌풍을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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