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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총선 불출마 선언'...민주당 세대교체 서막 올랐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19. 10. 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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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표창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까지 이어지며 당내 정풍운동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고요하다 못해 썩어들어가던 민주당의 언로는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조금씩 자정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해찬 당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토론을 할 때 강창희 의원의 발언을 두 손으로 막는 제스처를 했던 해프닝은, 다양성을 부정하는 당의 폐쇄된 리더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민주'당이라면 반대의견도 당의 의견수립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렴되어야 하며 그것이 절충과 타협이라는 정당 본연의 역할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조국 사태에서 민주당은 그 의총의 해프닝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해찬 당 대표가 조국 사태에 대해 쉴드가 아니고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자 당의 모든 의원들은 일제히 바짝 엎드려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적 하중은 오롯이 청와대, 특히 문재인 대통령으로까지 몰렸고 결국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민심을 읽었고, 굴복했고, 조국을 버렸다. 그러나 내상은 깊었고 회복 가능성도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며 경제를 챙기고,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만나며 소통을 시도하는 것도 조국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대책들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이철희 표창원 두 '초선'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그나마 128명 집권여당의 면피를 해주는 역할을 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철희 의원은 정치흐름을 잘 읽고 순발력과 논리력으로 무장한 센스 있는 전략기획통이다. 그라고 차기주자의 욕심이 없어서 내년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했을까. 어찌보면 이철희의 지금 선택이 자신의 정치 장래를 볼 때는 훨씬 이익이다. 여당의 첫 불출마 선언이라는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는 그의 정치인생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의 성향상 금배지 하나 더 모으는 방법으로 정치를 오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금배지와 바꾼 그의 손에는 이제 거칠 것 없는 레이저 광선검이 하나 쥐어져있다. 이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발화는 진보 보수 언론 할 것없이 쉼표 하나 빼지 않고 다 받아쓸 것이다. 그만큼 그도 파격적인 발언을 이어갈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누구도 하지 못했던 터부의 발언들을 이제 이철희가 쏟아낼 것이다. 이참에 이철희는 의원직 사퇴까지 말하고 있다. 정말 한번 시원하게 질러볼 생각이라는 것이다. 부산 사나이의 화끈한 성향도 작용했을 것이고, 정치 5단쯤 되는 그의 정국 읽는 센스를 볼 때, 이 판에서는 내가 한번 거칠 없이 비판해도 된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여기에는 개인적 소신도 작용했을 것이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과도 사전협의 내지는 불립문자의 오고가는 감정교류가도 있었을 것이다. 오로지 내년 총선만을 보고 있는 양 원장 입장에서는 뒷방 중진들을 조용히 들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정풍운동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정동영이 권노갑을 밀어냈듯이, 이번에는 이철희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중진이나, 386 중진(이철희는 실제로 인터뷰에서 386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들을 밀어내기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철희 개인의 정치적 전략수립 역량도 뛰어나지만, 양정철 등과도 교감하며 계속 정치적 발언을 이어갈 경우 그의 잣대가 곧 내년 총선 물갈이의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철희의 발언은 무게가 있고, 앞으로도 상당히 영향력 있고 비중있게 다뤄질 것이다. 

 

지난 7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강창일 의원 발언을 듣고 있던 이해찬 대표가 더 이상 발언을 하지 말라며 두 손가락으로 엑스 표시를 하며 제지하고 있다. 당시 이 모습은 당 지지층에서도 논란이 될 정도로 이 대표의 독단적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냥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그런 그가 겨냥한 첫번째 타깃은 바로 이해찬 당 대표였다. 이해찬이 누구인가. 7선의 노회한 정치인인 그는 대가 보통 센 사람이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를 총리자리에 올려놓고 어떻게 컨트롤하지 못했을 정도로, 독불장군이다. 날선 논리력으로 무장했지만, 소통과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반듯하고 똑똑한데 무슨 이설이 많느냐'는 다분히 고압적인 그의 리더십에 기가 눌린 민주당 중진들은 웬만해선 그와 붙으려 들지 않는다. 그러니 수직적인 문화가 아직도 지배하고 있는 당에서 초선 재선들은 더 끽 소리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결과는 지금까지 본 그대로다. 민주당의 당 지지율은 '문재인 정권 개업 빨'이지 당 본연의 정치적 자산은 아니다. 1인 정당의 한계가 여전히 한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미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래서 이철희의 타깃은 이해찬이 아니라 바로 그의 독단을 무언의 침묵으로 지지해준 당 중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철희는 20대 의원 20~30명만 있으면 당이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발언에 이미 총선 물갈이의 나이 커트라인이 담겨 있다. 이철희가 가져올 후폭풍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동안 입밖에도 꺼내지 못했던 상상 이상의 이슈들이 그를 통해 공론화될 것이다. 세대교체는 하나의 주제에 불과할 뿐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대통령'이라는 금도도 깰 가능성이 있다. 물론 나의 팔을 내어주고 적의 목을 취하는 육참골단의 전략이다. 

 

이철희의 총선 불출마는 썩어있던 민주당의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인 당 권력투쟁을 불러올 것이다. 이철희가 이해찬 대표를 직격하면서 당의 문제점을 하나둘씩 꺼내들면 들수록 내년 총선에 목숨을 건 중진들과 특정 정파의 의원들은 거세게 저항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싸움은 이철희에게 절대 유리하다. 그는 내년 총선 공천권이라는 두꺼운 갑옷을 벗어던져 버렸다. 크게 찔리면 내상은 더 심각해지지만 가볍고 활기차게, 무엇보다 자유롭게 상대들을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공격을 받는 의원들은 공천권이라는 두꺼운 방패 때문에 손을 제대로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냥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당 중진측에서 불출마 선언자 한명쯤 내세우며 반격을 해야하지만, 정치에선 '초출' 효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두번의 불출마 카드가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늦었다. 만약 중진이나 친문 어딘가에서 불출마 카드를 맨 처음 꺼냈다면, 민주당의 정풍운동이나 세대교체 명분도 많이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이철희의 선점효과는 이제 거칠 게 없다. 또한 배고프고 외롭고 가난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항상 먼저 선빵을 날리고 판을 주도하기 마련이다. 기득권의 안온함은 그래서 무섭고 퇴행적인 것이다. 

 

이철희의 불출마 선언은 무기력이 최고조에 달한 민주당에서 가장 알맞은 시기에 터진 단말마의 비명이었다. 고요를 뚫고 그 음파는 민주당에서 바짝 엎드려 금배지만을 바라는 염치없는 의원들 폐부 깊숙이 들어갈 것이다. 그나마 민주당은 이철희라는 인물이 있어 행복한 편이다. 그런 정치인마저도 없는 자유한국당은, 조국 사태에서 훌륭하게 대응을 했다며 장제원 등에게 표창장(상품권 50만원과 함께)이나 던져주고 있는 자뻑 정당이다. 한국당에 대해서는 굳이 비판의 글을 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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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914695.html 

 

정치인은 ‘언제, 어떻게’ 퇴장해야 하는가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92)

www.hani.co.kr

 

이 글을 쓰고 난 뒤 한겨레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는 이철희 총선 불출마에 반대하는 칼럼을 썼네요. 진정성있고 능력 있는 초선 의원이 무책임하게 불출마를 할 것이 아니라 내년 총선에 당당히 출마해 당을 쇄신하는 데 일조하라는 조언이네요. 그냥 물러서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겠지요. 성 선임기자는 초선의 역할론을 당내 투쟁과 참여를 통해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라는 쪽인 것 같습니다.

 

저의 견해는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가 당내 쇄신운동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현재와 같은 이해찬 대표 위주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당내 역학 구도상 이철희가 초선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이 의원 그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 것입니다. 차라리 의원직을 던지고 그것을 동력으로 삼아 당내 쇄신을 촉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김용갑 전 의원의 불출마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아름다운 퇴장 정도일 뿐, 현재의 집권여당 민주당에서의 불출마는 또 다른 정치적 함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역동성을 상실한 여당과 의원들에게 쇄신의 명분과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철희의 불출마를 명분으로 당내 또 다른 진정성 있고 배지에만 욕심내지 않는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치쇄신을 유도하는 것이 현재의 꽉 막힌 민주당 상황에서는 더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정치는 이처럼 하나의 이슈에 대해 다양한 견해와 대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독자들이 비교해보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비전을 세워나가는 것이 시민정치의 작은 시작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철희의 불출마,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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