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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가 몽니를 부리는 까닭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7. 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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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G20 참석으로 ‘집’을 비운 사이 국내 정치권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 때문에 초토화가 돼 버렸다. 사실 추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이긴 하지만 그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였다. 친노세력이 문재인 대선 후보를 조용하게 지원해줄 대표로 ‘추미애’를 낙점하고 그를 대표로 밀어올렸다는 평가가 있었다. ‘문재인’을 넘어설 정치적 야심이나 세력이 마땅히 없는 일종의 ‘병풍’을 고르고 고른 게 추미애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 대선후보가 청와대로 가더라도 당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게 고분고분, 순둥이를 당 대표에 앉혔다는 지적이 있었다. 추 대표 또한 그를 따르는 일정한 세력이 마땅히 없다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청와대와 친노 핵심들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듯했다. 문 대통령 집권 초기 당직 인선 등과 관련하여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잠시 각을 세우는 듯했으나 이내 잦아들었다. 


그러던 추 대표가 드디어 사고를 제대로 한번 친 것 같다. 최근 추미애 대표는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하여 안철수 전 의원과 박지원 전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머리 자르기’ 발언을 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국민의당은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추미애 당대표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추 대표는 한발 물러서기는커녕 “과거 ‘북풍(北風)’ 조작에 버금가는 네거티브”라며 적반하장식 전술을 이어갔다. 추 대표가 한발 물러나 추경 정상화를 이끌 것이라는 게 대체적 예측이었지만,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여기에는 ‘추미애’의 철저한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 여당 대표가 정상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서야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인 추경 편성에 재를 뿌리는 초 무리수를 둘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추미애는 지금 비정상인가?




필자가 보기에 이제 추미애도 드디어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다소 늦은 감도 있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안희정 이재명 등이 차차기 주자로 한껏 치고올라온 것을 옆에서 멀뚱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추미애. 선수로 치면 자기보다 한참 아래인 후배들에게 밀려도 많이 밀려난 모양새다. 추미애라고 대권욕심이 없겠는가? 이제 집권도 했겠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 역할을 했고, 이제 할 만큼 했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다. 


그동안 추미애의 공간은 거의 없었다. 집권 초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문재인 대통령의 몫이었고 심지어 한양대 후배인 임종석 비서실장에게마저 밀리는 모양새가 되자 더 이상 참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권에서 ‘당청관계’가 수평적으로 이뤄져 온 경우는 거의 없다. 당은 청와대의 문간방쯤 된다. 청와대가 그렇게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빛은 대통령이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지배당하고, 청와대에만 들어가면 모두 그 왜곡된 전기에 감전이 된다. 지금의 당청관계도 마찬가지다. 집권 초반 추미애가 잠깐 당직이나 청와대 자리 문제로 몽니를 부렸지만 바로 꼬리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번 추미애의 몽니에는 대략 3가지 정치적 전략이 숨어 있다.


 


먼저 추미애로서는 ‘나도 좀 뜨자’는 심리가 강하게 깔려 있는 게 이번에 나타난 것이다. 청와대에 한번쯤 맞서서 토라져 있는 걸 보여줘야 정무수석이 당도 자주 찾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추미애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노리고 몸값 올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도 ‘나도 대통령 감이다’라는 말의 우회적 의사표현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조금 무리한 해석이긴 한데 청와대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이나 안철수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몇 년 동안 엄청나게 괴롭힌 장본인들이다. 정치보복이란 게 별 게 있을까. ‘승자가 모든 걸 가진다’. 패자는 빨리 도망가는 게 역대 대선판의 불문율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영삼에게 패하고 집이 없어서 런던으로 날아갔겠는가. 정동영의 미국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안철수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대선패배 뒤 며칠 만에 곧바로 정치에 복귀했다. 대통령으로서는 눈엣가시같은 행보였을 것이다. 모든 영광은 나에게 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추미애가 이를 읽었고 한번 내질러 본 것인데, 청와대가 불립문자로 그냥 별 다른 시그널을 안 보내자 재차 북풍 공작에 버금가는 네거티브라며 불난 집에 화약덩어리를 던져 버린 것이다. 국민의당은 제보 조작 파문으로 해체 직전에 있다. 명줄을 끊기에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민의당을 이대로 두면 꼬리(국민의당)가 몸통(민주당)을 흔들 수 있다”는 민주당 내부의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민주당이 총대를 메주면 청와대가 마다할 리 없다. 때가 왔을 때 그냥 밟아뭉개버리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했을 듯하다. 국민의당이 해체해야 하는 것은 이런 능멸을 받으면서까지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문재인 팬들을 자기쪽으로 끌어들이려는 다분히 정략적 접근도 숨어 있는 것 같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추 대표는 집권여당의 성적표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이번에 머리자르기 발언에 이어 북풍에 버금가는 공작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추 대표는 문재인 팬덤의 지지에 한껏 고무돼 있다. 추 대표가 자신과 정치적 결이 조금 다른 문재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을 상당히 의식하고 그들에게 어필하려는 노력도 하는 것 같다. 당내에서는 “추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대비해 문 대통령 지지층을 자기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문팬들의 추미애에 대한 반감은 뿌리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을 때의 추미애를 뼛속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란 게 일반적 예상대로 가면 재미도 없고, 또 임팩트도 없다. 추미애는 이번 머리자르기 발언 파문으로 한껏 자신의 웨이트를 올렸다. 하지만 다이어트에도 요요현상이 있듯이 한번 뜬 것이 장기적인 정치비전에서 오는 게 아닌 정략적이고 의도적인, 이기적인 술수가 깔려있다면 그 지지율에도 요요현상이 바로 나타날 것이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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