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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안철수의 사람보는 눈 본문
지난해 1월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당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주변 추천인물들도 있었지만 자신이 직접 영입한 케이스도 꽤 됐다. 특히 안 의원은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영입인사들도 IT 업계 등 '외지'로부터 수혈을 했다. 여기에는 칼의 양날과 같은 장단점이 숨어 있다. 기존 정치권 인사들이 비록 올드 이미지이긴 하지만 정치바닥을 기면서 나름대로 주변의 '검증'을 받았다는 점은 있다.
하지만 영입 인사들의 경우 신선한 면은 있지만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단점이 있다. '검증'이랄 게 청와대의 초정밀 장관 후보자 검증 정도는 안 되겠지만 정치바닥 몇 달만 다니면 그의 처세나 인성 등이 금방 드러난다. 그런 '검증' 작업이 오히려 더 필요한 측면도 있다. 안철수 전 의원의 경우 이런 '스크린'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스펙'만 보고 정치일도 잘 할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했는지 모른다.
이런 편의적이고 자의적인 발상이 오늘의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같은 '괴물'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정치란 게 어찌 보면 쉬워 보이겠지만(책만 읽어 나름 똑똑하다고 생각한 안철수에게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인간관계도 부침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내공'이 쌓여야 인정을 받는 곳이다.
정치쪽 경험을 웬만큼 해본 사람이라면 이 전 최고위원이 꾸민 제보조작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일단 판이 대선이라는 국가 최대의 이벤트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검증하는 세력, 인물, 숨은 거사들이 한 둘이 아니다. 감시하는 눈이 많다는 얘기다. 그리고 감히 그런 큰 판에서 제보조작까지 한다는 것은 더욱 엄청난 일이다. 작은 제보도 초정밀 검증을 하고 또 하는 판에 그런 큰 건을 몇 몇 사람의 검증과 확언에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지원 안철수 등을 걸고 넘어가는 것도, 선거를 수없이 치러본 박지원의 경우 이런 '조작'을 몰랐을 리 없다는, 나름대로의 직관과 경험칙이 깔려 있다. 안철수 당시 후보도 알았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대선과 같은 큰 판의 경우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골치 아픈 일은 일단 후보에게 보고하고 책임을 면하려는 게 일반적 프로세스다. 이런 과정없이 일개 최고위원이 그런 대형 제보를 받아서 혼자 검증하고 처리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 있다면 그들이 알고도 지금 모른 척 하고 있을 뿐이다. 이유미씨 같은 경우 배지 하나 보고 그냥 철 없이 한 행동일 것이다.
이와 같은 '김대업 사건에 버금가는' 일이 대선 며칠 전 버젓이 행해진 곳이 국민의당이다. 그 모든 근원은 안철수의 사람 보는 눈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정치바닥을 구르며 나름대로의 비전과 가치관을 설파하고 적들과의 투쟁 속에서 정치 이력이 쌓이는 것이다. 이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나름대로의 경력과 경험칙이 녹아들어 있다. 안철수는 이런 과정들이 구시대의 잔재라거니 속물들의 파벌이라거니 하면서 무시한 측면이 강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원했다.
그 '새 사람'들이라는 것이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한 사람이지만, 그것이 정치에 적용될 경우 전혀 다른 결과를 낸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기업활동이야 공무원을 구워 삶든, 거짓말을 하든 이익만 내면 장땡이다. 하지만 정치는 그럴까? 그런 과정이 있었다면 그 정치인은 이미 파멸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다. 노무현이 왜 되지도 않는 부산에서 민주당 깃발을 들고 내내 정치외곽을 돌았겠는가. 머리 좋은 그가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정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더 크게 성공한다는 것을 알고 베팅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기업논리가 정치에 적용될 줄 알았나 보다. 엘레베이트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 책을 읽었다는데, 아마 전부 그런 속성 성공비결 책이었나 보다. 정치는 느리고 비효율적이고 때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들의 연속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를 승복하고 따라야 하는 '과정'의 연속에 있다. 스펙 보고 머리 좋을 거 같고 빨리 일을 처리할 것 같은 사람을 뽑아서, 그런 인재를 기업에선 우대하겠지만, 정치에서는 바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괴물만이 될 뿐이다. 안철수는 사람보는 눈이 없다. 그래서 정치는 그에게 맞지 않는 옷과 같다. 이제 그 옷을 벗고 속초에서 조용히 휴양이나 하는 게 맞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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