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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급부상 안희정, 문재인마저 넘어서나 본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돌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안희정 지사는 2위(10%)로 올라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3일 발표한 여론조사(1~2일 실시·1003명·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응답률 20%·상세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32%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 대비 4%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어 안 지사 10%,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9%,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이재명 성남시장 7%,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3%,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0.6%,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0.5%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안 지사의 상승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안 지사는 7%포인트 올랐다. 여론조사 흐름상 안 지사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안희정이 과연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 대통령 선거 본선에 나갈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안희정이었지만, 이재명의 하락세가 그의 상승세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안희정은 과연 예선을 통과할 수 있을까.
먼저 표계산을 해보면 반기문이 빠진 ‘충청도’ 자리에 유권자들이 대거 안희정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호남이 변수이긴 한데 문재인이 지난 총선 때 ‘정계은퇴’ 발언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문재인이 호남을 완벽하게 흡수할 수는 없다. 호남에는 여전히 문재인에게 실망한 ‘안티 문재인’이 많다. 지난 총선에서의 국민의당 싹쓸이가 이를 증명한다. 역대선거에서 전략적 선택을 보여준 호남 민심이 ‘떠오르는 해’ 안희정을 밀어준다면 문재인의 표를 상당히 잠식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으로서는 호남 방어가 쉽지 않다. 최근 만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에 대해 “안희정이 충남과 호남에서 거의 몰표를 받을 경우 그 영향력이 수도권으로 올라올 수 있다. 수도권의 충청 호남 대의원들이 안희정쪽으로 전략적 선택을 할 경우 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안희정의 바람이 호남-충청-수도권의 벨트를 형성한다면 한번 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안희정은 지금 노무현의 2002년 광주 경선 이변을 철저하게 복기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주류가 이인제를 밀었지만 노무현은 보란 듯이 기적을 연출했다. 하지만 노무현 광주 경선을 기적이 아니라 청와대 주류의 조직적 지원이 있었다는 말도 있었다. 그때 김대중 대통령의 밀명을 받은 청와대 박지원 비서실장이 광주경선에서 노무현을 조직적으로 밀어주었기 때문에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구조상 주류의 지원 없이는 당내 경선에서 갑자기 부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재인측은 안희정의 상승세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내심 탄탄한 조직세를 믿고 있다.
안희정이 노무현의 광주경선 기적의 재현을 바라고 있지만 그런 기대가 현실화되기가 쉽지 않다. 왜? 문재인이 너무 세기 때문이다. 현재 문재인은 더불어민주당을 거의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 변수가 상당히 큰 악재가 되겠지만, 그밖에 약 70여명의 ‘탈레반 의원’들이 문재인을 완벽하게 호위하고 있다. 이들 의원들은 지역구와 조직을 탄탄하게 다져놓고 있다. 천재일우의 기회이기 때문에 이들은 목숨 걸고 일사불란하게 경선을 치를 것이다. 안희정으로서는 초반 민심을 업고 상승세를 타겠지만 민주당은 특히 조직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전통야당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전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최근 안희정이 경제 등 일부 분야에서 우클릭하고 있고, ‘대연정’과 같은 아젠다를 두고 문재인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위장전술’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을 하는 사람도 있다. 현재 문재인은 ‘북한 첫 번째 방문’ 등을 외치며 상당히 좌클릭 돼 있는 상황이다.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국민들의 뇌리속에 문재인이 급격한 좌파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 ‘친문 패권주의’라는 꼬리표마저 달려 있어 외연확장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상쇄시켜 주는 역할을 바로 안희정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희정은 최근 김종인 전 대표 등이 ‘탈당’을 부추겼지만 그 가능성을 일거에 차단해버렸다. 안희정은 대선후보 경선에 패배하더라도 깨끗하게 승복하고 문재인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재인은 패배자를 포용하는 측면에서 안희정의 경선 공약을 채택하는 ‘통합’의 정치를 할 수 있다. 안희정이 ‘페이크’로 우클릭하면서 문재인의 훌륭한 보완재로서 제 몸을 희생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것은 안희정으로서도 나쁘지 않다. 어찌보면 최선이다.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이미 그는 ‘도지사’급에서 ‘대통령’급으로 무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희정으로서는 불과 몇 달 사이에 거물급으로 올라서며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
변수는 안희정의 ‘탐욕’이다. 무리해서라도 이번에 끝장을 보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김종인과 손잡고 탈당하는 무리수를 던질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은 조기에 실시되는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반기문 기권’같은 돌발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대선의 1차 레이스는 반기문의 탈락으로 끝났다. 그 2차 레이스는 안희정의 복심으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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